라벨라오페라단 '안나 볼레나'. 왼쪽앞부터 메조소프라노 방신제(죠반나 역), 소프라노 이다미(안나 역), 베이스 양석진(엔리코 역).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KBS 2TV 주말드라마를 보면서도 내 귓전에는 지난 주말 본 라벨라오페라단 <안나 볼레나> 2막 시작의 여성 합창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왜 이럴까. 요 근래 양반집 가문 아들 아닌 딸 셋이 이모네 하숙집에서 펼치는 좌충우돌 이야기 <오케이 광자매>를 보는 것이 내 일주일 삶의 낙이다. 아, 그런데, 왜 라벨라오페라단이 6년만에 공연한 <안나 볼레나>는 나한테서 안 떠나느냔 말이다. 

2015년은 안나의 복수, 2021년은 인물의 선택에 집중
 
라벨라오페라단(예술총감독 이강호)의 <안나 볼레나>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관객의 찬사 속에 5월 29일과 30일 3회 공연을 마쳤다. 지난 2015년 <안나 볼레나>를 이강호 감독, 이회수 연출, 양진모 지휘에 국내 성악진만으로 훌륭하게 아시아 초연한 이후 6년 만이다. 

라벨라오페라단의 2016년 <안나 볼레나>가 정통파 무대에 안나의 복수에 초점이 있었다면, 이번 2021년 버전은 미니멀한 무대 속에 각 배역의 입장을 잘 부각시켜 더욱 입체적으로 도니제티의 벨칸토 오페라를 완성시켰다. 

메조소프라노 김정미(죠반나 역), 베이스 김대영(엔리코 역) 

 

긴 서곡이 연주되고 그 사이 붉은 장막에 자막으로 메리 스튜어트, 앤 불린 등 헨리8세의 여섯 아내의 이름과 설명이 보이니 영국 16세기 왕위계승의 치열한 아들 낳기 전쟁이 잘 와 닿았다. 1막 1장 엔리코(헨리8세)와 조반나가 몰래 만나고, 미니멀한 ‘ㄷ’자 형태 무대 2층에서 추밀원단이 그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안나 왕비에 대해 걱정하는 합창을 한다.
 
이어 왕비에게 시종 스메톤(메조 소프라노 김하늘)이 하프를 연주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 마세요”하고 위로의 노래를 건네는데, 나한테 얘기하는 것 같아 속으로 깜짝 놀랐다. 1막 2장 윈저성 앞, 안나의 옛 연인 퍼시와 그의 친구이자 안나의 오빠 로쉬포르(바리톤 최은석)가 노래하는 장면도 멋지다. A팀의 퍼시 역 테너 이재식이 폭넓은 고음의 서정성이 호소력이 있었다면, 같은 퍼시역 B팀의 테너 석정엽은 뮤지컬 배우같은 훤칠한 키와 외모와 미성으로 매력선을 펼쳤다. 

1막 3장 안나를 사모하던 스메톤이 안나의 초상화가 그려진 메달을 가져갔다가 돌려놓으려고 안나의 방에 들어온다. 안나와 퍼시가 들어오자 스메톤이 벽 뒤에 숨는 모습을 벽에 그림자로 비치게 한 기법도 신선했다. 스메톤 역 메조소프라노 여정윤은 발각될까봐 숨을 곳을 찾는 그림자 연기를 풍성한 중저음 노래로 실감나게 해주었다.

퍼시의 사랑고백에 안나는 거절하고, 이에 퍼시가 자결하려 칼을 뽑아들자 막으려 스메톤이 벽에서 나오고, 엔리코 왕이 나타나 방 안의 모두를 감옥으로 보낸다. 이 때 'v'자 구도에 맨 앞에 안나로 엔리코, 퍼시, 로쉬포르, 허비의 5중창 '내 손에 떨어진 그의 눈물이(lo sentii sulla mia mano)'가 힘차게 울려퍼지는데, 노래가사가 서로 안 겹치고 각자 입장의 호소가 이렇게 잘 될 수 있는지 오페라 앙상블의 묘미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2막 시작 검은색 면사포를 쓴 시녀들이 왕비를 위로하는 합창을 한다. 노이오페라코러스가 연습을 참 많이 한 것 같고, 잔잔하고 우아하게 시작해 점점 어둠을 노래하는 이 합창이 참 좋다. "아, 왕비님이 행복하던 시절에 아첨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갔나...불쌍한 왕비님 저희는 함께 있겠습니다...눈물은 언젠가 끝나지만 정절은 영원할 것입니다"

안나와 죠반나의 '내 마음을 들여다보시는 하느님(Dio, che mi vedi in core)' 또한 명장면이다. 붉은 조명과 검정 의상 속에 두 여인의 화려한 기교와 고음으로 팽팽한 대결을 보여준다. 왕실무관 허비 역 테너 김지민도 남성 합창(추밀원)과 대화하며 활력있는 고음으로 왕의 뜻대로 퍼시와 안나를 잡아들이는 역할을 잘 선보였다. 

소프라노 오희진(안나 역), 메조 소프라노 여정윤(스메톤 역). 

   
광란의 안나가 결혼식이라며 흰 면사포를 쓰겠다고 한다. 하늘을 향해 소용돌이쳐 날아오르는 나비장식 무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왕관 모양의 천장 샹들리에가 내려와 나비장식과 안나를 감싸고 감옥이 된다. 나비 감옥 속 안나의 아리아 '울고 있나요...내가 태어난 아름다운 성으로 데려다 주세요(Piangete voi?... Al dolce guidami castel natio)'가 아련하다.

A팀의 소프라노 오희진이 맑고 청아한 음색으로 인내의 안나를 보여줬다면, B팀의 소프라노 이다미는 좀 더 파워있는 목소리로 의지에 찬 안나로 표현했다. 2015년에도 엔리코 역을 한 B팀의 베이스 양석진은 더욱 연륜있고 강단있는 왕이 되었고, 마찬가지로 2015년에도 죠반나 역을 했던 A팀의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또한 안정되고 풍성한 성량으로 매력의 죠반나를 어필했다.

새로 합류한 A팀의 엔리코 역 베이스 김대영 또한 위엄있는 노래와 연기로 엔리코를 표현했으며, B팀의 메조소프라노 방신제는 왕과 왕비에 충성하면서도 새로이 쟁취하는 야욕의 내면을 잘 표현했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출연진과 제작진, 노이오페라코러스와 양진모 지휘의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게도 열화와 같은 브라보와 박수를 보냈다. 
 
이회수 연출은 “역사를 통한 오페라를 Re-examination이 아닌 Reillumination(재조명)으로 바라보고자 했다"라면서 "나비는 변신의 상징이다. 안나의 죽음이 딸인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새로운 삶과 연결된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여왕의 작은 날갯짓은 헨리8세가 꿈꾸던 태양이 지지 않는 대영제국으로 연결된다"라고 2막 마지막 나비무대를 설명했다. 

안나 역 소프라노 이다미는 “작년에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에서 '피의 메리' 여왕을 연기했는데, 올해는 그 적이랄 수 있는 안나를 연기하게 되었다”며 “라벨라오페라단 덕분에 <마리아 스투아르다>, <안나 볼레나>등 귀중한 레파토리를 할 수 있었다. <로베르토 데브뢰>도 출연하여 여왕 3부작을 꼭 완성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우리는 오페라를 박물관에 걸어놓을 것인가.

기자가 이번에는 보통 리뷰기사 때처럼 공연내용과 제작의도, 관객 반응 등으로만 묘사하지 않고, 이렇게 짚어 쓰는 이유가 있다. 어쩌면 라벨라오페라단이 <카르멘>, <라보엠> 등의 레파토리가 아닌 지금껏 <안나 볼레나>를 비롯해 <마리아 스투아르다>, <에르나니> 등을 이 땅 한국에 소개해주는 이유와 일맥상통할 것이다.

좋은 것을 꼭 알려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내 손으로 이루고 싶은 마음. 의협심, 끓어오르는 열정. 특히 음악예술일 경우에는 '좋은 소리'와 그것이 추구하는 미학적 세계가 제일 중심이 된다. 오페라의 정돈된 소리를 통한 삶의 메시지, 그것이 이 미디어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필요하기에 라벨라오페라단과 많은 오페라단, 성악가들이 해 나가고 있다. 

리뷰 글을 일주일 만에 겨우 정리해 갈 즈음에야 팜플렛의 이강호 단장의 인사말을 읽게 되었다.
 
“어딜 가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버린 오페라 공연을 묵묵히 지켜가는 예술가들과 스텝들에게 이 아름다운 오페라 안나볼레나를 오롯이 바친다”
 
읽어도 읽어도 또 슬프고 이 주말에 자꾸만 눈물이 터져나온다.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웠을까. 그 외로움은 TV와 유튜브, SNS 등의 미디어로 금새 툭 생성하고 소멸하고, 왈가왈부 될 수 있고, 입에 자꾸 오르내리는 인기쟁이가 될 수 없는 오페라라는 거대 공룡, 박제된 화석의 천지를 진동할 울음소리처럼 느껴진다.

B팀 소프라노 이다미(안나 역)

   
미디어 범람 속 오페라의 역할 

오페라 <안나 볼레나>도 TV드라마 <오케이 광자매>도 동서고금 여성들은 참 강하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아직도 검은색 면사포 쓴 2막 시작 시녀들의 합창이 들리는 듯하다. 가사 때문일까, 검은색 면사포 때문일까.  

정보의 홍수 시대다. 너도나도 SNS와 유튜브 등으로 자기표현을 한다. 무수한 컨텐츠가 시끌벅적한 소리로 덮여 있다. 과거 18세기, 19세기 서양인에게 오페라가 당시대의 정보와 감정전달의 미디어였다면, 21세기 한국인에게는 세계역사를 통한 교훈으로 이 땅을 살고, 맑고 정제된 소리로 정신을 일관되게 할 중요한 지표인 것이다. 

오페라와 TV 드라마, 양쪽 다 사람의 이야기다. 옛 사람이나 지금 사람이나 사람의 이야기이고 그들이 살며 느끼고 다시 삶을 이끌어가는 이야기를 오페라는 음악으로, 성악기법으로 한다. 그 소릿결이 다르고 스펙트럼이 다르다. 한국 전통 판소리와 또 다르고, 가요와 또 다르다.

오페라라는 거대 장르가 총체 예술로서 우뚝 서 살아 움직일 때, 한 나라의 존엄성과 위엄이 서릴 것이다. 더 이상 서양 예술이 아니다. 음이라는 질서가 보편화되고 세계 공통어로 되었다면 오페라는 벌써부터 우리의 것이다.

라벨라오페라단의 <안나 볼레나>가 이번에도 그 가교역할을 했으니 도니제티 <로베르토 데브뢰>까지 만날 날이 있지 않을까.  또한 작년 5월에 이어 올 8월 공연되는 라벨라오페라단의 <푸푸 아일랜드>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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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잔디마당의 버스킹오페라 '로페라'로 시민들이 봄바람 맞으며 오페라 여러 대목을 감상할 수 있었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가 4월 6일 수요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성황리에 진행중이다. 유럽 각 지역 오페라극장이나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오페라가 관객과 가까이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22년 전 출발한 '소극장오페라축제'가 이번에는 예술의전당과 공동제작해 더욱 관객친화적인 소통과 공연진행 방식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자는 이번 오페라의 다섯작품과 오페라 포럼 두개, 버스킹 두 번을 모두 다 보고 싶었으나, 이번에 신작인 <엄마 만세>(연출 장서문, 번안 최지형) 는 표가 매진이라 못봤고, <김부장의 죽음>(대본 신영선, 연출 정서영)과 오페라포럼1은 스케줄상 못 봤고,  14일 <서푼짜리 오페라>, 17일 <달이 물로 걸어오듯>과 오페라 버스킹 <로(路)페라>를 보았다. 만약 이 공연들을 보지 못했다면, 한국 오페라가 발전하는 중요한 한 장면을 놓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14일 관람한 쿠르트 바일 작 <서푼짜리 오페라>(연출/각색 이회수, 번안 양진모, 지휘 박해원) 는 경쾌한 음악과 연극적 재미 속에서 자본주의를 폐해를 꼬집으면서도 인정미 있는 작품이었다. 극 시작에 출연진 일곱 명이 모두 한 명씩 등장하며 자신을 노래로 설명할 때는 길다 싶었는데, 극이 진행되자 이 덕분에 캐릭터 간 갈등이나 행동이유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 좋은 방식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주인공인 런던 암흑가의 보스 메키 메서(테너 김재일)가 객석에서 입장하면서 관객에게 말도 걸고, 노래를 불러 친밀감을 준다. 제작발표회 때 이회수 연출의 설명에 의하면 이번 작품이 대사량이 많고 가사템포가 빨라서 성악배우들이 "머리가 좋아지는 약을 먹고 싶다"고 했다는데, 연극배우보다 더 연극배우 같은 자연스러움에 완벽한 동선과 제스처, 노래로 기자는 원래 머리가 좋은 성악가분들로 결론내기로 했다. 무대는 그물망 형태의 네모 조각천을 10여개 스크린으로 해서입체적으로 장면에 따라, "No!"자막, 독약 모양,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등으로 가사내용의 암시와 이해를 도왔다.

 

'서푼짜리 오페라'는 음악, 무대, 연기, 의상이 조화롭고 당시의 풍자극 역할을 이번 공연에도 살렸다. 

인터미션을 제외하고 전후반 100분동안 13개여 노래가 분위기에 따라 금관과 목관, 타악기를 반주로 하여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유럽중세 캬바레 분위기를 잘 살렸다. 이 때 노래제목이 무대양쪽 전광판에 우리말로 보이고, 스피커에서는 독일어로 소개되어 독일 오페라를 번안해 보고 있음을 상기시켜 주면서 이국적 느낌 또한 준다. 여주인공 폴리 역 소프라노 이세희는 '해적 제니의 노래'에서 빠른 리듬에도 경쾌하게 가사 장면을 눈앞에 펼쳐줬으며, 메키와의 '결혼의 노래' 또한 사랑스럽다. 경찰청장 브라운(베이스바리톤 윤종민)과 메키의 '대포의 노래'도 지팡이로 찰리 채플린 춤을 추며 암흑가 보스와 경찰청장이 친구가 된 연유를 익살스럽게 표현해주었다.

바로 이 장면에서, 이번 '소극장 오페라'다운 컷 한장면이 연출되었다. 안 그래도 내 머릿속에 "어쩜 성악가가 연기에, 게다가 춤까지 저렇게 잘 춰? 엄청 연습했겠다"라고 생각드는 순간, 내 머릿속을 들여다봤나, 메키 역 김재일이 채플린 모자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에휴, 오페라 가수 일도 못해먹겠네. 개런티는 쥐꼬리만큼 주면서, 노래에 춤까지 시키고." 이렇게 말하니 옆에 브라운 역 윤종민이 "조심해요. 화난 이회수 연출이 내일 더 많은 대사를 안겨다주면 어쩌려고 그래요? 저~기 우리 보고 있는 거 보이죠?" 하고서는 연출을 향해 "사랑합니다"라며 둘은 손가락하트를 날려 재미를 주었다. 20세기 초 한켠의 유럽 소극장에서 사회를 비틀었던 그 장면을 이번 페스티벌 제작환경에 대해 슬쩍 푸념하는 것으로 보여준 것이다.

거지회사 사장 피첨 역 바리톤 최은석은 대사량이 제일 많아 보였는데, 연극배우 같은 나래이션으로 관객을 극으로 잘 인도해줬다. 메키의 부인인 피첨부인 역 메조소프라노 이미란은 '성의 노예에 관한 법칙' 노래에서 돈으로 해결되는 암흑같은 인생사 원리를 가슴 속에 파고들게 잘 들려주었다. 메키를 사랑하는 루시(소프라노 김경희)와 폴리의 '질투의 이중창'도 포인트였으며, 매춘여성 제니 역 메조소프라노 여정윤은 '솔로몬의 노래'에서 그 풍성하고 고혹적인 음성으로 사창가 여인의 삶과 선택에 공감을 불러일으켜 기자는 눈물까지 났다. 여왕이 사면해서 메키는 석방되는 결말에다가, 공연 커튼콜 후 공연 연습장면을 빠른 컷의 영상으로 보여주며, 서푼짜리 팀은 인정미 있는 백만불짜리 공연을 보여주었다. 

 

'달이 물로 걸어오듯'은 무죄를 밝히기 위해 주인공 수남이 '생각'하는 것을 영상으로 표현했다.  

 

<달이 물로 걸어오듯>(표현진 연출, 지휘 조정현)은 17일 공연을 보았다. 임신한 여주인공 경자가 좋아했던 딸기를 단서로 해서 경자의 붉은 머리색과 딸기장수(베이스 양석진)의 빨간색 바지, 남주인공 수남의 주황색 죄수복 등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2014년 서울시오페라단에서 고연옥 대본, 최우정 작곡, 사이토 리에코 연출로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 초연 때는 인물 각각의 심리가 초점이었다면, 이번에는 관계 간 갈등이 더 부각되었다. 이것은 극 초반 수남이 "그래 생각을 해보자"라고 할 때 영상에서 경자, 마담, 술집여인 미나, 검사의 얼굴이 보이면서 이들의 노래가 중첩되는 방식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시작으로써 장모와 처제를 살인했다는 누명을 스스로 쓰게 된 주인공의 선택과 갈등을 관객에게 알리고 시작한 것이다.

초연 때는 메조소프라노가 맡았던 마담 역이 이번에는 카운트테너 이희상이 맡아 "달이 물로 걸어오듯 여자와 남자는 만나는 거야"라며 노래할 때 여자보다 더욱 농염하고 인생사 측은해지는 강한 느낌이 있어 이번공연의 좋은 어필점이었다. 술집여인 미나(소프라노 김효주)가 군인 둘을 어루만지며 노래하고, 살인을 한 것은 경자라며 하이C음까지 멋지게 노래부를 때에야 비로소 그녀가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처럼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표현진 연출이 주요 소재설정을 딸기(마술피리)와 카운트테너(파파게노)로 이 극을 모차르트 마술피리 같은 심리적 판타지 동화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14년 초연부터 매번 수남 역을 해온 테너 염경묵과 마찬가지로 초연 때부터 검사 역을 한 테너 엄성화, 그리고 이번에 합류한 주인공 경자 역의 소프라노 신은혜 등 출연진들은 정확한 우리말 발음과 훌륭한 노래로 오페라와 연극의 경계를 넘은 열연을 펼쳤다. 또한 지휘자 조정현을 포함한 바이올린 두 대, 비올라, 첼로 피아노와 신디사이저의 7인조 앙상블인데도 작곡가 최우정의 불협화음과 반음계의 극적 긴장을 효과적으로 극장에 꽉 채워주었다.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GV)에서 테너 염경묵은 "연출과 지휘자가 바뀌면 극이 바뀐다"라고 관객의 질문에 답변했다.

맞다, 그랬다. 그래서 기자는 아직도 초연의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그리운데, 이 날 GV에서 관객반응에 "여주인공이 감옥에서 출산 후 죽고 누워있을 때, 그녀의 노랫소리가 화면 영상에서 들리는 줄 알았는데, 객석에서 실제로 노래부르는 것이냐" 등 사건 진행과 공연 기법의 신기한 점 등에 질문하는 모습에서 이제 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이 일곱 살이면 앞으로 여러 무대를 만나 커가면서 자기 모습을 찾고 또 성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페라 포럼I에서 이번축제 공동제작사인 예술의전당 유인택 사장이 열띤 설명을 하고 있다. 

 

17일 토요일 오후 12시부터 3시까지 예술의전당 잔디마당에서 관객들은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며 오페라 버스킹 '(路)페라'를 관람하며 오페라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각 자유소극장 오페라 공연 중 한 번씩은 관객과의 대화(GV)로 관객과 오페라 공연자는 서로 가까워질 수 있었다. 14일 오후1시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오페라포럼 I이 <벼랑 끝에 선 오페라 - 소극장오페라 부활을 위한 난상토론>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며 가감없는 현실진단의 토로와 토론을 펼쳤다. 이제, 25일 폐막식과 시상식까지 <춘향탈옥> 공연과 오페라포럼 II를 남겨두고 있는 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에 많은 분들의 계속적인 응원과 관심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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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제작발표회

오페라 2021. 3. 25. 13:10 Posted by 이화미디어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제작발표회가 3월 24일 오후2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4층 미래아트홀에서 열렸다.
 
1999년 시작되어 매해 개최된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는 지난 2017년 개최 후 예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중단되었다. 2020년 축제개최를 준비하며 리허설까지 하였으나 코로나로 진행되지 못하고, 올해 드디어 예술의전당이 제작에 함께 참여하며 4년 만에 소극장오페라축제의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4월 6일(화)부터 25일(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되는 이번 축제는 20일 동안 다섯 작품이 총 22회의 공연을 펼친다. 특이할 점은 매주 한 작품이 3-4회 공연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레퍼토리 공연방식으로 한 주에 여러작품을 매일 로테이션 방식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공연을 한국어 대사와 노래로 한 100% 우리말 오페라에 90분 공연으로, 오페라는 길고 어렵다는 틀을 깬다. 
 
다섯 작품은 창작작품 3편, 번안작품 2편이다. 창작오페라는 오예승 작곡 <김부장의 죽음>, 최우정 작곡 <달이 물로 걸어오듯>, 나실인 작곡 <춘향탈옥>이며, 번안오페라로는 도니제티(G. Donizetti) 작곡 <엄마 만세>, 쿠르트 바일(K. Weill) 작곡 <서푼짜리 오페라>이다. 작품마다 5회씩(단, 춘향탈옥은 2회 공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제작발표회에는 이번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인 박수길, 이건용, 유인택, 집행위원장인 최지형, 예술감독 장수동, 참가작 연출자로 정선영, 장서문, 표현진, 이회수, 김태웅  및 각 오페라 제작진, 출연진이 참석했다.

박수길 공동위원장은 "소극장오페라공연이 운동의 차원을 넘어서 공연예술계의 하나의 보람이 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라면서 "예술의 전당과 한국오페라인협회, 그리고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가 뜻을 같이 하면서 그 맥을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특별히 예술의 전당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 축제가 다시 열릴 수 있는 공기가 되었음을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장수동 예술감독은 “소극장 오페라는 독립영화와도 같다. 이런 순수예술의 움직임에 뜻을 같이한 예술가들이 함께했다"라면서, "전세계적으로 극장 중심의 소극장오페라는 있겠지만, 이러한 축제방식은 없다. 이번에 250명이 오디션 신청을 했고, 엄정한 비대면 오디션을 진행했다. 이 무대는 지난 20년간 신인들이 우리 오페라에 진입하는 등용문이자 파이프라인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최지형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번 축제의 특징에 대해 ”첫 번째로 다양한 레파토리 발굴을 취지로, 창작오페라 3편, 신작오페라 2편으로 했다. 두 번째는 소극장에 적합한 레파토리로 하여 오페라가 대중성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세 번째는 신인 예술가의 등용문이 되도록,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엄정히 심사했으며, 네 번째로 매일 작품이 순환되는 레파토리 시스템이다"라고 요약했다. 

   
제작발표회 시작과 중간에는 각 작품 대목이 연주되었다. <춘향탈옥> 중 "촌스러우면 어떠냐!"는 향단(소프라노 윤성희)과 방자(바리톤 윤한성)가 '개굴개굴, 데굴데굴' 등 가사에 경쾌한 리듬으로 새로운 몽룡과 춘향의 얘기에 기대를 하게 했다.

<김부장의 죽음> 중 "의혹"은 주인공 영호(바리톤 임희성)이 내 인생이 잘못 살아온걸까라며 고통의 노래를 불러, 짧은 순간에 비극적 운명에 몰입시켰다. 마지막으로 <서푼짜리 오페라> 중 "해적 제니의 노래"는 빠른 리듬에 뮤지컬 같이 많은 양의 가사로 제니(소프라노 이세희)가 말하는 장면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 

연출가와 지휘자가 각 다섯작품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회수 연출은 "유럽에서 클래식만이 최대의 향유이던 시절 쿠르트 바일이 ‘서푼’짜리 오페라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처음 오페라 공연되는 <서푼짜리 오페라>를 그 당시 풍자의 정신을 살리고자 최대한 대사의 양을 많이 했다. 관객들은 `이게 연극인가?' 생각하실 정도일텐데, 성악가들은 '대사 틀리지 않는 머리 좋아지는 약'을 먹고 싶다 말하면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재연작품은 두 작품 모두 창작작품이다. 한국판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가장의 비애를 다룬 블랙코미디오페라 <김부장의 죽음>은 2019년 오페라창작산실에 초연되며 호평을 받았다. 서울시오페라단에서 2014년 초연되며 반향을 일으킨 비극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은 사랑을 위해 살인을 택한 비극적 운명의 심리 스릴러로 2021년에는 어떤 감정선을 건드릴지 주목된다. 
 
초연은 세 작품으로 번안 두 작품, 창작 한 작품이다. 풍자오페라 <엄마 만세(Viva la mamma!)>는 이탈리아 한 마을 오페라극장에서 배역경쟁을 하며 좌충우돌 코메디가 펼쳐진다. 사회비판오페라 <서푼짜리 오페라>는런던 암흑가의 매춘과 자본주의를 신랄하게 꼬집는 내용으로 오늘날 삶에도 경종을 울린다. 로맨틱코미디 <춘향탈옥>은 고전 춘향전 캐릭터를 현시대로 참신하게 비틀어 낸 창작오페라로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이번 축제는 공연 외에 개폐막식과 버스킹, 포럼, 피칭타임 등이 신설되어 더욱 풍성한 오페라발전의 장을 펼친다.  4월 6일(화) 저녁 6시 개막식 후 저녁 7시반 <김부장의 죽음>을 시작으로 25일(일)까지 매일 다른 오페라 축제가 펼쳐진다. 기간 중 9일(금) 오후 3시 '제작매치 피칭타임'이 진행된다. 10일과 17일(토) 낮12시에는 오페라 거리공연 '路페라 버스킹'으로 색다른 오페라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참가자 3월 31일까지 접수중).

14일(수) 오후1시에는 '오페라 포럼'으로 한국오페라 현재와 발전에 대한 대담을 나눈다. 4월 25일(일) 오후 3시 <춘향탈옥>을 마지막 공연으로 오후 5시에는 기간 동안 출연진의 실력, 예술성, 작품성 등을 평가반영해 시상식과 폐막식이 이어진다. 이 외 작품별 관객과의 대화, V-log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공연 특별할인으로는 음악대학 재학생 S석 2만원, 부장 명함 소지자 50%할인(<김부장의 죽음>에 한해) 등이 있다. 자세한 정보는 예술의전당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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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벨라오페라단 오페라 '에르나니' 1막 2장은 귀족 실바와 엘비라의 결혼식을 면사포로 표현한다. 결투를 벌이는 카를로(왼쪽 바리톤 최병혁), 엘비라(소프라노 이다미), 에르나니(테너 국윤종). (27일 드레스 리허설).  ⓒ 문성식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아 참, 오늘이 수능날이지! 이 와중에 고3학생들이 수능을 본단 말이지!'

이 생각을 하니 새벽 괜시리 일찍 깨어 오페라 <에르나니>를 이것저것 유튜브에서 참고하다가 눈물이 터져나온다. "아이고, 어떡해. 이거 기사 빨리 써야 하는데."

지난 11월 28일과 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라벨라오페라단(예술총감독 이강호)의 <에르나니>는 코로나 상황의 올 하반기 보기 드문 전막 오페라, 또한 국내 26년 만의 <에르나니> 공연이라는 기록을 만들며 관객들의 성원에 확실히 보답했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피아베의 대본으로 베르디가 작곡해 1844년에 초연한 이 작품은, 아마도 세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 사랑보다는 의리를 지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고, 벨칸토 오페라 최고의 기교와 고음 때문에 그간 국내에서는 <에르나니>가 자주 공연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라벨라오페라단의 공연에서는 위 이유들이 무색하리만치 자연스럽고 품격있는 연주와 4막 마지막 장면에 주인공 에르나니(테너 국윤종)가 자결하며 누워 부르는 노래마저도 '의리를 선택한 바보'가 아니라 남자들만의 최고의 지조로 여겨질 수 있도록 멋지게 연출되었다. (연출 이회수)

 

▲ 2막 실바의 성 안 연회장. 거대 그리스 조각상 얼굴 옆모습을 엘비라(소프라노 이다미)와 실바(베이스 이준석)이 바라보는 편으로 서 있고, 야고(바리톤 고병준)가 에르나니(맨 오른쪽 끝, 테너 국윤종)를 칼로 경계하고 있다. (27일 드레스 리허설). ⓒ 문성식

공연이 시작되면, 양진모 지휘의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오랜만에 들어보는 품격있는 오페라 서곡으로 공연에 대한 기대를 이끈다. 1막 1장 시작, 반역죄로 스페인 귀족 지위를 박탈당하고 산적이 된 에르나니와 산적 무리들이 노래하고 있다. 노이오페라코러스(단장 지휘 박용규)의 합창이 힘차다. 국윤종은 사랑하는 엘비라를 향한 아리아 '꽃봉오리 속의 이슬처럼(Come rugiada al cespiote)' 에서 밝고 힘찬 기운에 사랑의 느낌이 가득하여 극 진행의 원동력을 주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회수 연출은 압축적인 무대미술을 사용해 시각적인 상징성을 주고, 음악으로 사건을 진행시키는 방식을 사용하기로 유명하다. 이번에는 철골 구조물(전막, 회전식), 결혼식 면사포(1막), 반쪽얼굴의 고대 그리스 조각상(2-4막, 회전식), 칼(전막, 소품), 마스크(4막) 였다. (무대디자인 신재희) 

 

이것은 현대오페라의 미니멀리즘적 무대미술 방식이기도 한데, 비닐에 가려져 회전하는 철골구조물과 그리스 조각상 얼굴은 인간의 양면성과 민낯, 욕망을 표현하였다. 또한 1막부터 4막까지 자주 주인공들이 충돌 때 칼을 꺼내듬으로써 4막 에르나니가 칼로 스스로 찔러 죽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뒷받침해 주었다.

 

▲  3막은 카를로 마뇨 무덤과 찬란한 왕관, 음모와 야욕, 고뇌를 잘 표현했다. (27일 드레스 리허설)   ⓒ 문성식


1막 2장 엘비라의 방은 그래서 큰 면사포가 커튼처럼 드리워져 있다. 소프라노 이다미(엘비라 역, 28일 공연)가 '에르나니... 에르나니, 날 데려가주오(Ernani, involami)'라며 장식적인 기교와 시원한 선율선을 동시에 갖춘 이 아리아를 애틋한 표정연기까지 갖춰 잘 표현한다. 스페인 국왕 돈 카를로(바리톤 최병혁)가 찾아와 사랑을 고백하지만 엘비라는 거절하는데, 둘의 듀엣이 면사포(원래 곧 등장할 '실바'와의 면사포인데) 안에서 간절하게 이루어진다.

결국 에르나니가 나타나 남자끼리는 서로를 칼로 겨누고, 당황한 엘비라는 단도로 자신의 목을 겨누는데 이 때의 삼중창은 하이C음까지 가는데도 이들 출연진은 어려움 없이 긴장감과 박진감, 활력 모두를 갖추어 표현했다. 이때, 엘비라의 삼촌이자 그녀와의 정략결혼 상대인 실바(베이스 이준석)가 등장해 '나는 불행한 사나이(Infelice! e tuo credevi)'라며 이 상황에 놀라고 안타타까워 하며 중후하고 위엄있는 목소리로 노래한다. 역시 칼을 치켜올려 들고서.

그 칼이 하나도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원래 저 시대 때는 그랬나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1막 중간까지 30분여 안에 모든 등장인물의 성격과 갈등상황이 명료하게 드러나는 오페라 <에르나니>인데 왜 국내에서 공연이 되지 않았지라는 생각이 지난 27일 라벨라오페라단의 드레스리허설을 보면서 들었다.

위에 26년만의 에르나니 공연에 대한 세 가지 정도의 이유를 추측해 봤고, 기자는 27일 드레스리허설과 28일 공연을 보았지만, 앞으로 이 공연을 나도 또 보고 많은 이들이 또 봤으면 좋겠다. 통상의 오페라 공연이 3-4일간 4-6회 공연을 전좌석 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번 공연은 이틀간 한 칸 띄어앉기 좌석으로 공연했으니 실예전으로 치면 하루공연만큼의 인원만 관람했기 때문이다. 
 

▲  4막 시작. 우리 또한 이러한 가면을 쓰고 있지 않을까? (27일 드레스 리허설)  ⓒ 문성식

 

2막 결혼식을 앞 둔 실바의 성 안, 무대 가운데 거대한 그리스 석상 옆 얼굴이 인상적이다. 망토를 둘러쓰고 순례자로 변장한 에르나니가 침입하지만 실바는 인자하게도 그에게 은신처를 제공한다. 다른 오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주역과 합창의 아카펠라(반주 없이 음성만으로 노래하는 것)로 은밀함, 속삭임을 표현한다. 에르나니와 엘비라의 사랑노래, 실바와 갈등의 3중창이 이어진다. 카를로가 엘비라를 납치하자 에르나니가 실바에게 뿔나팔을 건네고 모두들 칼 끝을 모으며 의기를 다지는 합창까지 전음역을 꽉 채우는 오케스트라와 성악은 에르나니를 통한 베르디 본연의 음향관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3막은 선왕 '카를로 마뇨'의 무덤이 무대를 채우고 있는 모습만 봐도 한 편의 서정시가 시작될 것이 느껴진다. 카를로 역 바리톤 최병혁이 첼로 선율 위에 얹어진 '위대한 신이여... 젊은 날의 열정이여(Oh de’verd’anni miei)'를 부르니 통치차로서의 갈등, 아득함에서 그냥 그가 카를로 같다. 실바와 에르나니는 카를로 왕을 시해할 음모를 꾸미며 군중과 부르는 '일어나라, 카스티야의 사자여(si ridest li lion di castiglia)'도 웅장하다. 대북소리가 쿵쾅 들려오고 천장으로부터 크게 걸려있던 금빛 화려한 왕관이 왼쪽으로 이동하는 즉위식과 합창소리에, 이 오페라와 이 순간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4막 시작, 얼굴 모양 가면을 엮은 구조물 사이로 합창이 결혼한 에르나니와 엘비라의 행복을, 가면 쓴 사람의 의혹에 대해 노래한다. 엘비라와 에르나니는 비로소 행복의 노래를 부르지만 그것도 잠시, 망토 입은 실바가 뿔나팔을 불며 에르나니를 위협한다. 실바가 더욱 위협적으로 노래할 때, 앞쪽을 향해 있던 얼굴 석상의 반쪽 옆 얼굴은 없고, 조명이 비춰지니 눈이 뜷려 있어서 더욱 섬뜩하다. 비장미 가득한 삼중창, 에르나니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결국 스스로 칼을 꽂고 죽는다. 테너 국윤종이 쓰러져 누워서도 어떻게 저렇게 노래를 아름답게 부르는가. 박수갈채 속에 막이 내리며 커튼콜로 관객은 환호와 끝남의 아쉬움을 표현했다. 
 

▲  라벨라오페라단의 '에르나니'는 반쪽 얼굴의 고대 그리스 석상이 막별로 회전하며 다채로운 느낌을 연출했다. 4막에 드디어 정면얼굴로 인생의 양면성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27일 드레스 리허설)  ⓒ 문성식

 

이 날은 서곡이나 막간곡 뿐 아니라, 성악 반주에서도 현, 금관, 목관 그리고 악기가 아닌 성악까지도 같은 음색과 밀도, 탄력을 가진 것이 음악에 추진력과 응집성을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베르디의 음향적 특징이기도 하지만,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이 빚어낸 공연에 대한 열망과 집념이 오케스트라와 성악 모두로부터 더욱더 이런 톤을 완성시키지 않았나 싶다.

공연이라는 순간을 위해 늘 연마하고 달리는 이들이 있다. 물론 기록 영상을 남기고 녹음도 하겠지만은, 계획하여 자신의 기량을 남들에게 선보여 영감을 주고, 일상을 또 내일하루를 살 수 있는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작품들이, 공연들이, 공연자들이 있다.

이 날 오페라를 보면서는 '나도 오페라 대본 노래 다 외우고 관람하고 싶다'는 생각이, 오페라 수년간의 관람 중 처음으로 들었다. 이거 하나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이 리뷰를, 이 기록을 남기기 힘들었다. 내 개인이 느낀 감동을 올곧이 느낌 그 자체로 품고 가고 싶었을 것이다.

올 한 해, 정말 다들 힘들었다. 코로나 때문에 힘들고 또 덕분에 조금 내려놓고 정리할 수 있었다. 이 와중에 라벨라오페라단은 <에르나니>를 정말 무모하게도 해냈다. 그리고 그 감격을 글로 일일이 남기는 것은 거대한 공연에 비해서 보잘 것 없고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그냥 울고 말 것을, 그냥 내 몸 한 구석에 들어와서 나를 지배할 그날의 느낌을, 여러 사람이 함께 볼 수 있도록 적어야 하는 나의 사명이 있겠지. 이렇게 생각하며 글로 정리해 놓으니, 다시 차분해진다. 그러니 나는 앞으로도 글을 적어야 하겠지. 그리고 지금은 어느덧 오후다. 수험생들이 2020 수능을 잘 치뤘길 바란다. 결과야 어떻든, 오페라 에르나니 속 얼굴석상의 양쪽면처럼, 이제부터는 인생의 양면성을 잘 헤쳐나가길 바란다.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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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오페라 "까마귀"(왼쪽, 테너 서필)"와 "김부장의 죽음"(오른쪽, 바리톤 허철).
ⓒ 라벨라오페라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이번 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아카데미 시상식 4개부문 석권도 참으로 기쁘고 경이로운 일이다. 하지만, 막상 나의 겨울나그네 여정을 흔들어 깨운 것은 지난 주말 본 창작오페라 <까마귀>(27일 관람)<김부장의 죽음>(28일 관람)이었다.

 

두 오페라 모두 가족을 소재로 했기에, 내 가족을 생각하며 보았다. 그리고 내가 유유자적하게 마음 속 겨울여행을 지내는 동안 많은 분들이 이렇게 공연 한편을, 오페라를 올리려 날마다 노력하셨구나를 느끼니 감동도 되고 반성도 되었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27-8일 공연된 라벨라오페라단(예술총감독 이강호)<까마귀>(공혜린 작곡, 고연옥 대본, 구모영 지휘, 이회수 연출)6일 극장 리허설의 전반부를 10열에 앉아서 봤다. 두 달 만에 모처럼 보는 공연관람이라 그런건지, 내가 세 아이 엄마라 그런지, 막내를 잃을 뻔 했다는 극의 내용에 나도 아이 셋을 한강수영장에서 못 찾을 뻔 한 적이 있기에 울컥하기도 했다. 또한 우리말 창작오페라 이렇게 잘 발전하고 있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7일 저녁 공연때는 5열에 앉았는데, 전날 한번 봤기에 익숙하기도 하고 앞자리라서 자막을 안 봐도 성악가들의 우리말 노래가사가 극 내용에 따라 잘 들렸다. 공혜린 작곡가의 음악은 박진감 넘치고 시원하게 전개되었다. 현대음악기법부터 정통 클래식, 가요까지를 적재적소에 막힘없이 배치하고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서 "이 작곡가가 어디서 나타났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순간 오페라창작계의 세대교체도 느꼈다. 작곡가가 젊은 20대후반의 나이라 여러 장르 음악을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음악으로 흡수하는구나, 역시 젊은 세대는 보고듣는게 우리랑(?) 다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극은 빨간 셔츠에 검은가죽장화, 체인벨트를 찬 반항아가 되어 13년만에 돌아온 막내(테너 서필)와 가족간의 충돌과 화해를 그렸다. 1막에서 아빠 역 바리톤 양석진이 울고 떼쓰는 6살 막내를 손에서 놓친 순간을 노래부를 땐 아빠의 큰 가슴의 사랑이 잘 느껴졌다. 2막에서 엄마 역 소프라노 강혜명은 아들을 향한 모성이 가득 느껴지도록 애틋한 표정, 한 음절 한 음절 성실히 전달하는 우리말 발음과 풍부한 발성으로 배역을 살려서, 우리말 성악도 소프라노 음역에서 충분히 가사전달이 잘 되고 안정적일 수 있구나하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 오페라 "까마귀"는 IMF 금융위기에 극단적 선택을 한 가족의 삶과 화해를 그렸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베이스바리톤 양석진(아빠 역), 소프라노 강혜명(엄마 역), 베이스 장성일(형 역),
테너 서필(막내 역), 소프라노 한은혜(누나 역). ⓒ 라벨라오페라단

 

   

깔끔한 연출로 정평이 나 있는 이회수 연출은 이번 <까마귀>에서도 극중 인물들의 심리를 부각시키기 위해 바닥에 사각 LED 조명으로만 중극장 무대를 채웠다. 재회의 즐거움과 그간의 슬픔을 노래한 남매들의 3중창에서 무대가 회색빛으로 되고 천장의 둥근 등이 켜지자, 이 무대가 비로소 범인을 취조하는 '취조실' 느낌으로 연출한 것인 줄을 알게 되었다. 마치 인생이라는 심판대에 오른 느낌이랄까. LED 무대는 2막에서 엄마가 아들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심정을 노래할 때는 보라색으로 빛나는 등 다양한 색으로 각 장면의 느낌을 잘 살려주었다

 

서울대 법대생이기에 평온하게 잘 자랐을 거라 생각했던 큰 누나(소프라노 한은혜)의 입을 통해 나오는 노래에서 동생을 잃은 절절한 심정이 느껴진다. 둘째 형(테너 장성일)의 노래는 남자 특유의 단순하지만 한편에서는 여자들보다 따스한 깊은 정의 느낌이 잘 묻어나왔다. 누나의 노래에 막내 역 테너 서필이 "최고에게 핑계가 필요하듯 그 반대도 비슷하지"라며 그간의 휘몰아치는 심정을 표현할 때는 13년의 버림받은 삶과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공연을 보기 전 IMF의 금전위기로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가족의 상황, 그리고 아예 다함께 죽는 것이 아니라 어린 막내만큼은 살리려고 버리게 된 그 판단은 어떻게 하게 되는지 차마 가늠조차 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사실 그 답을 공연에서 찾고 싶었고 2막을 기대했었다

 

1막이 13년 만에 막내를 찾은 14의 가족구성원의 마음을 꽤 자세하게 표현했다면, 2막은 막내의 좌절을 어루만지는 엄마의 힘으로 공연이 구성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엄마의 노래비중이 컸다. 하지만 왜 자살을 선택했고 막내를 버렸는지를 표면적으로 드러내거나 심정을 깊고 길게 서술하지는 않았다. 가족의 선택에 혼란스러운 마음을 혼자 여행하며 다잡은 막내의 의상이 빨간 셔츠에서 흰색 스웨터로 바뀌었고, 마지막 장면은 엄마와 아들의 화해로 앞으로의 가족의 여정을 암시하지만, 오페라적 대단원의 팡파르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왠지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 13년간 "까마귀" 막내를 보호했던 건 정말로 길거리 그들일지 모른다. 왼쪽부터
베이스 전태화(남자 역), 테너 서필(막내 역), 소프라노 홍선진(여자 역) ⓒ 라벨라오페라단

 

 

아마도 삶이 그렇겠지만 오페라 형식이나 트렌드도 그렇게 변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실제 가정에서 엄마의 역할이 지대하게 큼을 알기에 그것을 표현했을수도 있겠다 싶다. 그날 그런 아쉬움이 있었는데도 아빠가 가족들에게 막내가 헤어져 사는 동안의 별명이 "먹을 것만 보면 까마귀처럼 달려들어서 별명이 까마귀였대"라고 노래가 아니라 대사로 딱 한번 설명할 때의 섬뜩함과 주역테너의 선율 중 '까마귀' 가사에서 '#-(한옥타브 위)-#' 음의 음산하고 숙명적인 느낌은 아직까지도 전율하리만치 잊을 수 없다. 이 둘을 대사와 극단적 선율로 극명하게 대비시킨 것이다. 결국 '#'라는 제자리로 되돌아오기 위해 높이 치솟아 한단계 위 제자리로 안착하는 그 삶의 계단처럼 무섭고도 애달프다

 

이번 <까마귀> 공연에서는 나날이 큰 포부로 도약하고 있는 라벨라오페라단 프로덕션의 힘을 느꼈다. 또한 그간 한국오페라계 성악가들의 탄탄한 성장과 공연노하우가 축적됨과 동시에 여러 작곡가들의 창작오페라 경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오페라 창작아카데미나 오페라 창작산실의 지원까지 서로간의 좋은 영향력으로 쌓인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가지, 프로그램지에 고연옥 작가의 글에 '오페라 <까마귀>가 만들어지는 동안은 진심으로 후회했지만 다시 작품과 화해했다'는 표현에서 나도 극작가인 동료 최작가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공연되면서 제 대본에 연출, 배우 모두 손을 대면서 극이 산으로 가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작품이 제일 히트쳤어요". 

 


▲ 오페라 "김부장의 죽음" 초반, 진짜로 자신의 죽음을 계산하는 가족과 지인을
김부장처럼 보게되면 어떤 느낌일까?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25일부터 8일까지 공연된 오페라뱅크(총감독 허철)<김부장의 죽음>(작곡 오예승, 대본 신영선, 연출 홍민정, 지휘 정주현)은 인터미션 없이 70분 동안 압축적으로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2020년 한국사회의 모습으로 잘 표현해주었다

 

서곡에서 기타선율이 고대 그리스 세이킬로스 비문의 선율을 연주하며 극의 분위기를 이끈다. 어둑한 잿빛 도시와 세이킬로스 비문의 글자들을 보여주는 영상, 소극장을 입체적으로 변화시키는 무대미술, 자막이 없는데도 잘 들리는 우리말 발음의 성악과 지휘자 정주현과 함께한 10인조 네오필리아 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앙상블이 좋았다. 특히 우리말 가사가 잘 들렸던 것은 기자가 3열로 무대가까이 앉은 이유도 있겠지만, 여러 소극장오페라에서 관객을 가까이 만났던 오페라뱅크와 작곡가 오예승의 다양한 극음악 경험의 조화 덕분이라 생각된다

 

극 초반 갑작스런 김부장(8일 공연, 바리톤 임희성)의 죽음에 직장동료 세 명이 "5만원이면 되겠지? 거 참 한심하네. 직장생활 3년에 부조금액도 모르고"라고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아직도 어째 살고있는지 모르는 것 투성이인 세상사가 생각나서 공감이 간다. 영정 사진에서 죽은 김부장이 직접 내려다보는 장면, 조문객에게 돈만 밝히는 아내(메조소프라노 김보혜), 김부장과 아내의 첫 만남부터 결혼사진, 돌 사진, 20년 지난 현재의 가족사진과 고마움은 모르고 철없는 아들(테너 석인모), (소프라노 김은혜)의 노래까지 각 장면의 가사와 노래가 위트있게 진행된다.

 

회사 상무에게 청탁을 하여 지방근무에서 서울발령이 난 김부장. 서울의 50평형 아파트에 예쁜 커텐을 달다 그만 허리를 삐끗하여 병원신세를 지게 된다. 부인이나 윤부장(테너 최성수)"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말은 죽음을 지켜보는 산 자의 두려움이다. 높다란 무대 벽 네모난 창문에서 "동의서에 싸인하세요", "임상실험 중이지만 도움은 될 겁니다"라며 의사 네 명이 불협화음으로 합창하며 환자를 괴롭힐 때는 정말 김부장의 괴로움이 느껴져 불쌍했다.

 

▲ 불협화음을 위한 것일까, 협진을 위한 것일까. 극 중 의사 네 명, 왼쪽부터 테너 이규철,
소프라노 정시영, 메조소프라노 권수빈, 베이스 황상연.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무대 한켠에서 노숙자(베이스 김남수)가 인생에 대해 노래하는 잔잔한 G단조 화음이 심금을 울린다. 아내와 간병인(소프라노 이지혜)의 듀엣도 우애롭다. 김부장이 병상세례를 받고 가족과 목사님, 지인들이 불러주는 애니로리 합창이 뭉클하다. 세례 후 김부장은 "어쩌면 조금 나아진 것 같아. 살고싶다"고 한다. 무대 벽에서 하얀 빛이 관객석을 길게 비춘다. 주인공은 "바로 이거야"라고 하며 모두들 "죽음이 끝났다. 죽음은 이제 있어"라고 노래한다.  

 

두 편의 창작오페라 관람에서 우리말 가사 전달력 부분에 대해 느낀점이 있다. 첫째, 가사의 첫 음절이 확실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첫음절이 ,처럼  혀뒤에서 나는 소리는 안 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작곡이나 성악표현의 리듬이나 셈여림, 음역의 강조나 오케스트라 반주와의 음역 구분으로 잘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선율이 진행되면서 앞뒤 음절과 단어의 결합으로 안들렸던 부분이 유추되면서 가사가 파악되기도 했지만, 다 잘 들리면 그게 제일 편안할 것이다.

 

두 번째는 오페라 공연에는 극장 전문가, 음향 전문가, 편곡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자가 두 오페라를 비교적 앞쪽 자리에서 관람하기도 했거니와 현대음악작곡 전공이라 소리를 신중히 듣는 편이라서 이번 두 편의 오페라에서 우리말 가사를 잘 들었다. 하지만, 뒷쪽 자리에 앉은 보통의 클래식음악 관객만 하더라도 우리말가사 듣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소리의 전달력은 극장별로 다르고 한 극장의 위치별로 다르다. 반듯한 우리말을 서양클래식에 담아내는 것은 특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작곡가에게만 이 모든 결정을 맡기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이번 두 편의 오페라에서 다시금 한국오페라의 희망을 보았다. 그간 방방곡곡 사업, 소외계층 문화순회사업 등으로 오페라는 국내 곳곳에서 많은 관객들이 접할 수 있게 된 만큼, 더이상 어려운 공연예술이 아니다. 오페라 창작분야 역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오페라창작아카데미와 공연예술 창작산실, 세종 카메라타, 국립오페라단과 각 민간오페라단의 자체 제작 등 여러 단체의 창작과 공연들이 차곡차곡 쌓여 경험치에 의해 수준이 높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오페라는 혼자하는 일이 아니다. 영화 <기생충>이 어디 봉준호 감독 혼자만의 것이겠는가. 서로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 우리가 함께 연대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 그것에 가치를 두자또박또박 한걸음씩 각자의 몫을 하면 될 것이다. 계속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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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벨라오페라단의 '마리아 스투아르다'에서 두 여왕 스투아르다(소프라노 강혜명)과
엘리자베타(소프라노 고현아)의 대결. ⓒ 문성식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두 여왕의 불꽃튀는 대결을 이처럼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라벨라오페라단(예술총감독 이강호)이 지난 11월 22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초연한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현대오페라에 걸맞는 모던하고도 격식있는 무대미술, 화려한 의상, 품위있는 오케스트라 반주(지휘 양진모)가 좋았다.


여기에 주역들의 탄탄한 실력, 그리고 두 여왕인 마리아와 엘리자베타의 대립구도를 잘 살리는 연출(연출 이회수)로 도니제티 작곡의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국내에 잘 상륙시켰다. 이강호, 이회수, 양진모는 라벨라 프로덕션의 중심이다. 지난 2016년 <안나 볼레나>를 전후로 라벨라오페라단의 주요작품이 대부분 이 3인방의 작품이다. 


도니제티 작곡의 여왕 3부작 <안나 볼레나>, <마리아 스투아르다>, <로베르토 데브뢰>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1533~1603)를 중심으로 한 영국 튜더왕조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다. 기자가 라벨라오페라단이 4년 전 아시아 초연한 <안나 볼레나>를 보았을 때, 대작오페라를 초연하면서 탄탄하게 기성작처럼 올린 그 실력과 배포에 깜짝 놀랐었는데, 이번 공연 또한 더할나위 없이 기대 이상이었다.

   

▲ 2막 3장 스투아르다의 처형 전에 로베르토(테너 신상근)가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스투아르다는 실제로 처형 때 붉은 드레스를 입었다고 한다. ⓒ 문성식



전체 2막 5장의 작품에서 여왕들이 갈아입는 드레스만해도 화려한 볼거리다. 엘리자베타는 화려한 금색, 보라색, 붉은색 드레스를, 마리아는 에메랄드색, 붉은색 등 풍성하고 다채로운 무늬의 드레스로 고급스러움을 잘 표현했다. 


무대미술 또한 멋졌다. 1막 1장 천장의 가시덤불 왕관처럼 생긴 샹들리에, 1막 2장의 붉은 빛 황량한 고목, 2막에는 기울어진 십자가로 표현해 스투아르다의 왕좌가 기울어짐을 표현했다.


특히 마지막 스투아르다가 죽는 장면을 해외 프로덕션에서는 단두대에서 칼로 내리치기 직전 장면으로 처리하기도 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스투아르다가 죽음을 암시하는 마지막 노래를 부르면서 퇴장함과 동시에 무대가 회전하면서 스투아르다의 아들이 다음 왕인 제임스1세가 된다는 것을 확고하게 보여줌으로써 역사가 어떻게 순환되는지 느끼게 해주었다.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소프라노에게 최고의 기교인 하이 D음을 1막 마지막과 2막 마지막 이렇게 두번이나 요구하는데, 스투아르다 역의 강혜명과 이다미 모두 최고의 성량과 정확함으로 표현해 안정감과 만족감을 주었다. 강혜명이 우아한 목소리와 정확하고 시원한 고음에 절절한 슬픔으로 왕족의 기품을 보여줬다면 이다미는 곧은 음색과 절제되고도 단호한 내면연기로 또다른 스투아르다를 선보였다.


엘리자베타 역의 소프라노 고현아는 맑고 곧게 뻗는 목소리로 좀더 위엄있는 카리스마의 엘리자베타로 어필하였으며, 소프라노 오희진은 디테일한 표정연기와 인간적인 욕심이 더 잘 드러났다. 엘리자베타와 스투아루다 두 여인의 사랑을 받는 로베르토 역은 테너 신상근이 좀더 굵고 힘찬 음색의 팽팽한 힘이 느껴졌다면, 테너 이재식은 더욱 맑은 음색의 호소력이 인상적이었다.



▲ 1막 2장 스투아르다(소프라노 이다미)와 로베르토(테너 이재식). 붉고 황량한 나무는
스투아르다의 혈통을 상징한다. ⓒ 문성식


 

기자 개인적으로는 22일에는 이 공연을 처음봤다는 기대감으로 노래흐름만 따라가다 보니 마지막 네번째 공연인 24일 공연을 봤을 때 더욱 집중이 잘 되는 점이 있었다. 출연진들도 마지막 공연이라 더욱 안정감을 찾은 이유도 있었겠다. 이날은 탈보트 역 베이스바리톤 양석진의 안정되고도 정감있는 목소리에서 사형집행전의 이다미 스투아르다를 향한 공경과 사랑이 잘 느껴져 좋았다. 같은 장면에서 첫날 베이스 이준석은 더욱 저음이라서 신하로서의 충직함으로 와닿았다.


엘리자베타의 심복인 체칠 역 바리톤 최병혁이 스투아르다의 사형집행을 공표할 때의 순간적인 미묘한 표정변화 등도 극의 방향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요소였다. 바리톤 임희성은 같은배역을 좀더 균형적이고 음악적 정확함으로 인상을 주었다. 안나 역의 메조소프라노 여정윤과 소프라노 홍선진도 스투아르다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우정어린 친구이자 유모의 역할을 잘 표현해주었다.


역사상 정치적 라이벌인 메리 스튜어트와 엘리자베스의 이야기. 이 둘은 실제로 만난 적이 없고, 한 남자를 두고 사랑한 적도 없지만, 독일의 대문호 프리드리히 실러가 이 둘을 상상으로 만나게 했고, 이렇게 도니제티의 여왕시리즈에서 둘은 정치와 사랑을 두고 결투를 하게 했다. 1막 2장에서 스투아르다가 엘리자베타에게 "사생아"라고 외치는 장면이나, 1막 2장의 주요배역들의 합창, 2막 3장 마리아가 처형되기 전 군중의 합창, 스투아르다가 처형되기 전의 아리아 등이 압권이다.


'라벨라(La Bella)', 이태리 말로 아름답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 5년간 라벨라오페라단의 <안나 볼레나> 아시아 초연, <가면 무도회> 공연, 창작오페라 <검은 리코더> 공연과 라벨라성악콩쿠르, 라벨라 스튜디오 운영 등 행보를 보면 한국에서 민간오페라단이 오페라 발전에 어떻게 아름다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라벨라오페라단은 2020년에 창작오페라 <까마귀>, 키즈오페라 <푸푸아일랜드>,  베르디의 <에르나니>를 공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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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벨라오페라단 '안드레아 셰니에' 4막 맏달레나(소프라노 김유섬)와
셰니에(테너 이정원)의 호소력 짙은 사랑의 듀엣이 아름다웠다.ⓒ 문성식 기자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라벨라오페라단(단장 이강호)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공연되었다. 이번 공연은 제5회 그랜드오페라축제이자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오페라로 제작되었다.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는 프랑스 혁명기 실존인물인 시인 안드레아 셰니에를 주인공으로 한 베리스모(Verismo, 사실주의) 오페라다. 19세기 중반 유럽전역을 휩쓸던 바그너풍 오페라에 반대해 탄생한 베리스모 오페라는 '라보엠', '카르멘'처럼 상류사회가 아닌 격변하는 사회 속 서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작년 12월 '안나 볼레나'를 아시아 초연해 호평을 받은 라벨라 오페라단은 1년도 안되어 이번에는 '안드레아 셰니에'라는 새로운 레퍼토리에 도전했다. '안나 볼레나' 성공의 3인방 이강호 단장과 이회수 연출, 양진모 지휘자가 다시 만나 이번에도 국내 제작진, 출연진만으로 모던하고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연출가 노트에 적힌바, 개인으로부터 구성된 국가라는 구조를 '프랙탈'에 초점을 맞춰 벌집형태로 창이 뚫린 벽면구조로 전체 막을 통일했다. 여기에 1막 무대는 대형 시계로 변화하는 시대를, 2막은 '마라의 죽음'을 대형부조로 세워 혁명을, 3막 혁명재판소 장면은 정사각형 샹들리에로 계급투쟁 속 인생의 격투장을, 4막은 무대를 가득 채운 긴 쇠창살로 생 라자르 감옥을 표현해 국가와 개인이라는 운명공동체와 각 장면별 특색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의상은 전체적으로 귀족과 여인은 흰색, 혁명군과 남성은 블랙으로 대비를 시켰다. 화이트 의상은 조명을 효과적으로 보이게 하였으며,1막 무도회에서는 흰색 바탕 의상에 검정 역삼각형과 소매의 검정띠 포인트로 모던함을 보이는 한편 카드병정 같은 느낌을 주며 귀족사회의 모순성을 표현한다. 또한 2막과 3막 여인들 의상에서 프랑스 삼색기를 허리띠나 소매깃에 응용했다.

무대와 의상의 뒷받침 속에 탄탄한 실력을 갖춘 성악가들은 유명 아리아가 많은 이 오페라를 훌륭하게 이끌어갔다. 23일과 24일 저녁 공연의 세 주역은 이정원, 김유섬, 박경준이었다. 1막 귀족들의 무도회 장면에서 셰니에 역 테너 이정원은 '언젠가 본 하늘처럼(Un di al azzurro spazio)'을 호소력 짙게 부르며 브라보를 받았다. 맏달레나 역 소프라노 김유섬은 특히 3막 제라르 앞에서 '돌아가신 어머니(La mamma morta)'를 누운 자세에서도 거뜬히 절절한 감정으로 부르며 풍성한 성량과 호흡을 선보였다.

▲ 3막에서 바리톤 박경준이 카리스마 있는 중후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문성식 기자


제라르 역 바리톤 박경준 역시 돋보였다. 짧은 곱슬머리와 이국적인 외모도 한몫했지만 1막 제일 처음 귀족에 대한 불평, 1막 마지막 혁명군에의 가담, 그리고 특히 3막에서 셰니에와 맏달레나에 대한 연민과 흠모에 갈등하며 부르는 '조국의 적인가?(Nemico della Patria?)'에서 중후한 목소리와 개성적인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24일과 25일 오후공연의 세 주역 테너 국윤종, 소프라노 오희진, 바리톤 장성일의 무대도 훌륭했다. 국윤종의 셰니에와 오희진의 맏달레나는 이정원 김유섬에 비해 좀더 젊은 감각의 감수성을 가지며 풍부한 성량과 연기로 무대를 이끌었다. 23일 박경준의 제라르가 욕정과 분노가 더욱 잘 보여졌다면, 장성일의 제라르는 셰니에에 대한 연민이 더욱 잘 표현되었다. 

주연급 조역들의 활약도 남달랐다. 2막 창녀굴 장면에서 베르시 역의 메조 소프라노 정수연은 흰색치마에 삼색기 소매를 흩날리며 '내가 두려워한다고?(Temer? Perche?)'를 매혹적으로 노래불렀다. 3막에서 눈먼 할머니 마데롱 역의 메조소프라노 김소영은 '어머니 내 아들을 바칩니다' 라고 긴 호흡선으로 노래부르며 감동을 주었다. 쿠와니 백작 부인역의 메조소프라노 김하늘 역시 1막에서 무도회를 주도하며 막힘없는 노래실력을 자랑했다.

혁명에 대한 이야기인만큼 조역 남성성악도 비중이 컸다. 2막에서 셰니에에게 여권을 주며 탈출을 종용하는 루쉐역의 바리톤 서동희는 깔끔하고도 중후한 목소리와 연기를 보여줬다. 3막 혁명재판에서 조국을 위해 기부하라고 연설하는 마튀에 역 베이스 양석진 역시 힘찬 저음의 혼신을 다한 연기를 펼쳤다.

2막과 3막에서 풍부한 표정연기와 음색을 선보인 밀정역의 테너 김재일,1막의 테너 김성천(수도원장 역)과 바리톤 김준동(플레빌, 두마 역), 바리톤 이준석(푸키에 역), 4막 간수역으로 짧은 단독장면이지만 주목되었던 바리톤 김진원(집사, 간수 역) 모두 성실한 연기와 뚜렷한 선율선으로 노래하며 작품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주었다.

이번 오페라에서는 영상의 활용이 적절했다. 3막과 4막에선 무대벽 가득 프랑스 혁명 인권선언문의 글씨로 가득채워 혁명의 정신을 드러낸다. 제라르가 셰니에에 대한 고발장을 쓰며 갈등할 때는 영상에 프랑스 혁명의 3대정신인 LIBERTIE(자유), EGALITE(평등), FRATERNITE(박애)의 글자가 뚜렷하게 보여진다. 또한 고발장을 완성시키는 과정이 무대가득 영상에 보이며 사실감을 더한다.

정리된 군중신 또한 특징적이었다. 2막 군중들은 잠시 무대 뒤로 빠지게 해 관객이 제라르와 셰니에의 결투 장면을 집중하게 했고, 3막 마튀에가 연설할 때 여인들은 꼭두각시처럼 반응한다던가, 재판장면에서 천장의 정사각형 샹들리에가 무대하단까지 내려오고 붉은 머리의 배심원들이 둘러앉은 것으로 셰니에를 사방팔방으로 압박하는 모습을 연출해 격투장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 3막 혁명재판소 장면. 천장의 정사각형 샹들리에가 무대로 내려와 배심원단과
자신을 변호하는 셰니에를 둘러싸며 격투장의 느낌을 준다.ⓒ 문성식 기자


무대와 영상의 효과적 배치아래 3막과 4막은 노래로 더욱 집중된다. 사각 재판정에서 셰니에가 '그렇소 나는 군인이었소(Si, fui soldato)'라며 노래부를 때 애국심과 숙명감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4막 혁명군의 노래가 저멀리 들려오고, 셰니에가 감옥에서 부르는 '오월의 어느 아름다운 날처럼(Come un bel di di maggio)' 또한 아름답다.

맏달레나는 셰니에와 마지막까지 함께하기 위해 여성수감자와 이름을 바꾸어 감옥에 들어간다. 이윽고 만난 둘의 듀엣 '우리들의 죽음은 사랑의 승리((
La nostra morte è il trionfo dell'amor)'이 찬란한 고음으로 펼쳐지고, 빛나는 조명아래 두 주인공은 무대 아래로 내려가고 영상에 프랑스 삼색기가 보이며 대단원의 피날레가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양진모 지휘의 자타공인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단장 성시연)의 기품있고 안정된 반주, 메트 오페라합창단(단장 이우진)과 시민MC에델 여성합창단(지휘 김진홍), 아름불휘어린이합창단(단장 안지영)의 충실한 화음, 연기자 무용수들, 그리고 젊은 감각의 무대디자인(김대한), 조명디자인(김용회), 의상디자인(김미정)까지 모두 하나되어 라벨라오페라단의 '안드레아 셰니에'를 품격 있게 만들어냈다.

하나의 오페라는 악보를 시작으로, 웅장하고 감각적인 무대와 세련된 의상, 빛나는 성악가 한명 한명의 노래와 색채적인 조명, 그 모든 것이 다시 오케스트라의 안정된 배를 타고 무대에 오를 때 이윽고 완성된다.

매번 새로운 무대를 올려놓는다는 것은 큰 배포와 결단력, 안목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믿음'이라는 덕목이 중요하다. 이강호 단장의 안목도 좋지만 그만큼 제작진, 출연진에게 믿고 맡겼기에 이렇게 큰 일을 성사시켰을 것이다.

이번 오페라를 보면서 '혁명'이라는 단어에 최근의 한국현실이 더욱 가슴아프게 들어온다. 우리는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믿고 싶어하는데, 돌아오는 것은 믿지 못하고 압박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처사로 돌아오고 있다. 많은 이들의 희생과 사랑 속에서 진정으로 혼돈이 질서로 흐를 수 있도록, 진심을 헤아릴 줄 아는 지도자와 사람이 많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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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막은 연적인 브이용공비(손진희 분)와 아드리아나(박명숙 분)의 팽팽한 신경전이 흥미롭다.
ⓒ 문성식 기자


[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2015 제6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어느덧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그 네번째 작품으로 누오바오페라단의 <아드리아나 르쿠브뵈르>가 5월 29일부터 6월 1일까지 공연되었다.국내에서 자주공연되지 않는터라 기대되었던 만큼, 이번공연은 기대에 부응했으며, 작품선택, 연출, 성악가들의 노래와 연기, 무대미술, 의상 등에서 두루 만족스러웠다.

우선 새로운 작곡가를 발견하게 되어서 즐거웠다. 경쾌하고 다양한 리듬과 선율, 다채로운 음악이 인상적이다. 작
곡가 프란체스코 칠레아(1866-1950)은 현재의 우리에게 유명하지는 않지만, 대표작으로 오페라 <아를르의 여인>, <아드리아나 르쿠브뵈르>를 남기는 등 이탈리아 베리즈모 시기에 활발히 활동한 작곡가이다.

뮤지컬을 보는듯한 장면전개에 다양한 선율과 리듬, 분위기를 잘 묘사하는 음악, 주선율의 끊임없는 변형반복 등이 
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등장인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의 분위기, 각 인물마다 아리아와 듀엣의 배치,4중창, 합창 등의 배치로 음악이 극을 잘 이끌고 있는 현대오페라라서 극의 이해에 어렵지 않다.

또한 그 어느 오페라무대보다도 화려했던 무대와 의상,그리고 다양한 배역의 성악가들의 균등한 노래와 연기실력까
지 두루 만족스러웠다. 특징적인 한 무대셋트로 전막을 다 채우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공연은 전체 4막이 모두 무대셋트가 바뀌고 각 장면을 성실히 변화주어서 무척 만족스럽고 인상적이었다. 

▲ 1막 아드리아나 역 소프라노 박명숙(왼쪽)과 미쇼네 역 바리톤 강기우 ⓒ 문성식 기자


1막 코메디 프랑세즈 무대는 많은배우들의 등장, 가로채진 편지로 인한 사건의 발단 등 다소 극의 파악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30일 공연에서 에메랄드 색 화려한 드레스의 아드리아나 역 이영숙의 노래와 마우리쵸 역 차성호와의 듀엣, 극의 빠른 흐름, 배우들의 노래와 화려한 무대로 충분히 집중감을 준다.  

이윽고 2막에서 마우리쵸를 사이에 두고 아드리아나와 브이용공작비 두 여인이 대결구도에 접어든다. 메조소프라노 
조미경 또한 주인공 소프라노와는 또다른 매력, 붉은드레스와 카리스마로 좌중을 사로잡는다. 마우리쵸역 차성호와의 듀엣도 좋다. 차성호는 훤칠한 키에 힘있게 펼쳐지는 성량과 음역과 연기를 보여주었다. 연적인 두 연인이 서로를 알게되고 아드리아나가 괴로워하며 장렬한 음악과 함께 끝나는 2막 마지막장면도 강렬하다.

3막 브이용공작의 궁전장면은 극의 절정으로, 서울발레단의 단아한 발레단독장면이 3막초반 10분 단독으로 펼쳐지
면서 폭풍전야의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무대 양끝에 선 두 여인이 비유적인 시낭송으로 서로를 조롱하는 장면에서는 극중 여인들의 팽팽한 신경전, 그리고 실제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각기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어 보는 이는 즐겁다. 

4막 아드리아나의 집 장면은 커다른 보라색 제비꽃 장식으로 무대앞면 벽을 가득채워 정말 멋지다. 마우리쵸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해 병든 아드리아나에게 생일선물로 시든 제비꽃이 온다. 1막에서 사랑의 징표로 나눈것인데, 시들어서 온 것이다. 낙담한 여주인공에게 미쇼네에게서 편지를 받은 마우리쵸가 오고 오해가 풀리지만, 결국 아드리아나는 멜포메네의 대사를 외치며 숨을 거둔다. 마지막 두 주인공의 애틋함과 슬픔이 느껴진다.

아드리아나역 이영숙은 4막에서 흰색 잠옷차림이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파워풀하고 카리스마있게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며 슬퍼한다. 또한 극 전체적으로 무대도 멋지지만, 남녀 의상, 특히 두 여성, 그 중에서도 아드리아나가 장면마다 갈아입는 의상을 보는것만해도 즐겁다. 또한 2,3막에서 브이용공비를 흠모하는 승원장 아바테 역의 김재일, 1,4막에서 아드리아나를 늘 지켜주는 미쇼네 역의 김영주의 노래와 연기도 주연과 극을 뒷받침하는 조역으로 탄탄했다.

▲ 2막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마우리쵸(왼쪽 이인학 분)는
브이용공비(손진희 분)에게 제비꽃을 건네준다. ⓒ 문성식 기자

누오바오페라단의 선택, 재밌는 소재의 흔하지 않은 레파토리를 멋진 무대로 살려낸 것, 관객에게 즐거운 시간을 마련해준 것에 고마운 생각이 든다. 국내 성악가수들에게도 골고루 연기할 수 있는 무대를 준 것에 그 의미가 크겠다. 

다음차례로 공연될 2015 제6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작품은 6월 6일과 7일 공연된 국립오페라단의 박영근 작곡 
<주몽>이다. 귀한 창작오페라로 어떤 무대가 올라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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