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호프만의 이야기' 4막 장면. 유명아리아 '뱃노래'와 환상적인 무대가 인상적이다.
ⓒ 문성식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인형의 노래', '뱃노래' 는 익숙한데 <호프만의 이야기>는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었다. 이번에 국립오페라단이 <호프만의 이야기>를 작곡가 오펜바흐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이번 공연을 위해 2018년 국립오페라단 <마농>으로 호평을 받았던 마에스트로 세바스티안 랑 레싱과 연출가 뱅상 부사르, 무대디자이너 뱅상 르메르와 의상 디자이너 클라라 펠루포 발렌티니가 다시 모여 '무대가 곧 음악'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최근 국내외 오페라 가수들의 평균실력이 높기 때문에, 오페라에서 어쩌면 음악보다도 음악을 듣게 이끌어주는 무대연출이 매우 중요한데, 이들 지휘자와 연출팀은 주인공 호프만의 환상이 이끌어가는 이야기를 음악과 무대로 그대로 살려주었다.
국립오페라단과는 이번이 세번째 호흡으로 그간 성악과 오케스트라 양쪽의 잘 조율된 음악을 이끌어내왔기에 랑 레싱 지휘자가 등장하자 관객들은 이미 친숙함과 기대를 가지고 환호를 보냈다. 미완의 유작으로 이 작품은 다양한 판본이 있는데, 랑 레싱은 중창과 합창이 피날레인 판본을 선택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탄탄한 음악으로 시련과 성장이라는 메시지를 아름답게 선사했다.
2막 '인형의 노래' 장면. 과학자 스팔란차니(왼쪽, 테너 노경범)가 만든
인형 올림피아(가운데,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가 노래하고 있다. ⓒ 문성식
또한 무대와 연출팀은 주인공 호프만의 여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각 막을 심플한 상징과 호화로운 디자인으로 펼쳐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1막 '프롤로그'에서는 흡사 큰 달을 배경으로 뮤즈에 주목시키고, 인형 '올림피아'가 주인공인 2막에서는 과학쇼 장면을 신사들의 턱시도와 술병, 풍선으로 위선 가득한 지식인들의 허영심을 표현했다.
3막 '안토니아'는 바이올린 수십대를 천장에 매달고 안토니아는 피아노 위에 올라서서 노래하는 등 음악에 집착하는 욕망을 보여줬다. 또한 영상에 마리아 칼라스 사진을 안토니아 어머니 모습으로 깜짝 등장시킨 위트 또한 신선했다. 창녀 '줄리에타'가 주인공인 4막은 특히 무대적으로 압도적인 신비감을 주는데, 지옥문처럼 보이는 왼쪽 출입구와 오른쪽 대형계단의 상승감이 대조적이며, 또한 한복을 연상시키는 요정들의 나풀거리는 의상과 악마 다페르투토의 삿갓이 한국전통소재로써 신비로운 분위기와 반가움을 주었다.
28일 초연에서 테너 장 프랑수아 보라스는 부드럽고도 팽팽한 음색으로 주인공 호프만의 여인에 대한 환상을 잘 표현했다. 또한 오페라 가수들은 연출가가 주문한 1인 4역의 다면성을 잘 표현했다. 스텔라를 비롯해 호프만의 네 명의 여인들을 연기한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는 최근 도이치오퍼에서도 <호프만의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는데, 특히 2막에서 '인형의 노래'로 알려진 아리아 '눈부신 햇살 아래'를 기교적인 상행선율을 부드럽게 잘 연결하고 힘찬 마지막 고음과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관객들의 열렬한 브라보를 받았다.
3막의 여주인공 나탈리아의 어머니를 전설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로 설정해
영상에 보여준 것이 흥미롭다.
ⓒ 문성식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의 주역가수로 활동 중인 바리톤 양준모 또한 다페르투토, 린도르프 등 막마다 변하는 네 가지 악마를 중후하고도 명료한 음색에 인간적인 면모로 보여주었다. 테너 위정민도 네 가지 배역을 맡으며, 특히 4막에서 진짜 동물처럼 엉금엉금 계단을 기어가는 모습이나 3막의 프란츠 역에서 푸념 섞인 극장가수 역을 코믹한 연기에 낭랑하고 진솔한 음색으로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메조소프라노 김정미는 작년 국립오페라단 <코지판 투테> 때보다도 더욱 깊고 풍성해진 음색과 깔끔한 연기로 남장 니콜라우스와 뮤즈의 두 역할을 완벽히 선보이며 극의 중요한 시작과 끝인 1막과 5막에 관객을 몰입시켰다. 또한 4막 '뱃노래'로 알려진 '아름다운 밤, 사랑의 밤이여'를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와 함께 고혹적이고 매력적으로 들려주었다. 테너 나타니엘/스팔란차니 역 노경범, 헤르만/슐레밀 역 베이스 최병혁, 크레스펠/루터 역 베이스 김일훈, 안토니아 엄마 목소리 역 메조 소프라노 김윤희 모두 최상의 연기와 열창을 보여주었다.
5막 '에필로그'는 이 모든 것이 호프만의 머릿속에서 시작된 꿈임을 보여준다. 크고 둥근 달빛에 전체 출연진이 “인간은 사랑과 시련으로 성숙해진다”라며 각자의 포즈로 노래하는데, 가운데 호프만은 열심히 책을 읽으며 자신의 세계에 빠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작곡가 오펜바흐가 '판타지 오페라'라고 불렀듯이, 이번 공연을 보면서는 국내드라마 <안녕, 프란체스카>, 뮤지컬 <신과 함께>, 혹은 미국 팀 버튼 감독의 애니메이션 등이 연상되기도 했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은 2019년 마지막 공연으로 작년에도 큰 인기를 끈 <헨젤과 그레텔>을 12월 5일부터 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5막 에필로그의 전 출연진. 왼쪽부터 양준모, 위정민,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
장 프랑수아 보라스, 최병혁, 김정미, 김일훈, 노경범. ⓒ 문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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