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코로나 백신 맞는 2021년이라니. 그렇지만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밥 먹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게 마련이니, 변함은 변함으로, 그대로는 그대로로 잘 어울리면 좋겠다.
바야흐로 가정의 달 5월이다. 5월초의 대체휴일, 재량휴무의 육아와 가사노동도 1년 반의 집콕 코로나 터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에 쉬이 넘어간다. 글을 써야한다는 중압감도, 무얼 계획하고 꼭 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누차 있는 일인지라 ‘될대로 되라지’ 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유를 가져보며 시간을 스윽 지나간다.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1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오페라 <춘향탈옥>(윤미현 대본, 나실인 작곡, 연출 김태웅)은 공연을 보며 메모할 틈도 없을 만큼 재미있었다. 제목 때문에 공연을 안 볼 수가 없었고, 공연소개에 몽룡이가 고시생인데 자꾸 낙방한다 해서 현시대를 반영했다 싶어 더욱 궁금해졌다.
공연시작 전 휴대폰 끄라는 멘트도 춘향전의 배경이 된 남원골 사투리로 구수하게 흘러나오며 재미를 주었다. 그런데 어라? 오케스트라가 없다. 미디로 오페라 반주가 나온다. 하긴 장기공연에다 적은 제작비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극 초반에 변사또 역 바리톤 공병우가 목에 칼을 쓰고 춘향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노래한다. 자타공인 매력적인 바리톤 공병우의 중후한 음색이 부르짖는 사랑의 판타지가 반주MR과 믹스되어 뮤지컬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니 극의 방향은 이 대목만 봐도 충분히 짐작이 가며 몰입감을 준다.
자유소극장 무대는 기와대문과 기둥만 있어도 허전하지 않았다. 우리말 대사는 통통 튀며 감각있고, 우리말 노래는 우렁차고 기품있는 성악발성과 잘 어울려 가사전달이 잘 되었다. 결혼하자는 변사또에게 춘향(소프라노 박하나)이 "난 유부녀다!"하니 변사또는 "난 총각이다!" 한다. 요즘의 코믹 웹툰과 같은 말투와 사건전개이다.
권선징악과 관혼상제의 전통에 대한 고정관념을 이 극은 과감하고도 위트있게 비튼다. 그래서 변사또는 춘향을 진심으로 사랑해서 날마다 가까이 보려고 옥에 가둔 사랑꾼으로, 몽룡은 한양에서 공부안하고 과거시험에 자꾸 낙방하는 현대판 고시생으로, 춘향은 그 몽룡을 공부시키려 감옥에서 탈출하는 기지꾼에 여장부로 변화시켰다. 향단이 "어떻게 나가요?"하는데, 춘향이 "걱정말거라."하면서 리모콘 버튼을 딱 누르니 무대셋트가 위로 올라간다. 극은 극일 뿐,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
월매(메조 소프라노 김선정)가 그 유명한 판소리 '사랑가'를 고혹적 자태와 농염한 눈매를 섞어 풍성한 성악으로 부르는데, 기가 막히다. 왜 기가 막힌고 하니, 그녀가 빙긋이 웃으며 첫 등장할 때도, 또 무대 중앙에서 노래를 다 부르고 스스로 꽃가루를 하늘 위로 뿌려 아름다움을 연출할 때도 좋았지만, '사랑가'를 몽룡과 춘향 당사자가 부르는게 아니고, 이 중년의 여성, 관기 월매가 부르게 해서 사랑의 이면에 있는 외로움, 젊은이들의 사랑에 대한 축배의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치 덕분에 판소리를 성악으로 부른 이질성은 오히려 감해졌다고 할 수 있다.
아이구, 재밌는 것을 이러저러해서 재미있었다고 다 말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도다. 혹은 아직 공연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 공연 후 리뷰처럼 다 올리면 요새말로 '스포'가 될까봐 나 스스로 걱정하는지도 모르겠다. 오페라 <춘향탈옥>을 보고 내가 SNS에 올렸던 짧은 소감으로 이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기존 원작을 이몽룡은 과거급제 못했지만 나라에 상소를 올려(현대에 필요한 신고정신?ㅎ) 변사또를 물리치고 천생 노래하나는 잘 부르는 (테너 서필)로 바꿨네요. 월매(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의 고혹적인 노래, 향단이(소프라노 윤성회)의 명쾌한 고음과 야무진 대사, 콤비 방자(바리톤 윤한성) 역시 코믹한데 노래부르면 또 맛깔나고요. 춘향이(소프라노 박하나)의 여장부다움과 매력적인 노래, 글고 우리의 사랑꾼 "사랑은 죄가 아니야!"를 외치는 변사또(바리톤 공병우)의 중저음의 따스한(?!) 매력까지!
"요새 소극장 오페라들은 워째 이런디야~ 요로코롬 재밌으믄 어찌쓴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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