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2021 제12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5월 7일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과 국립극장에서 성황리에 공연중이다. 글로리아오페라단의 <아이다>(5.7-9)의 호평과 국립오페라단의 서정오페라 <브람스>(5.13-16)의 참신함 등 오페라의 매력을 다각도로 선보이고 있다.
5월 22일과 23일 공연된 노블아트오페라단(단장 및 예술총감독 신선섭)의 <토스카>는 격정적인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주연 성악가들의 감정선을 몰고 가는 세부적인 연기와 김숙영 연출의 드라마틱한 연출로 관객들의 열띤 박수와 브라보 세례를 받았다.
이태리의 오페라 거장작곡가 푸치니는 오페라로 여인의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다뤘다. 푸치니의 <나비부인>이 1900년 초 일본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이국적 사랑의 애틋한 기다림과 슬픈 운명을 표현했다면, <토스카>는 1800년 초 나폴레옹 혁명 당시의 로마를 배경으로 사랑을 위해 분노할 줄 아는 여인의 감정과 비애를 음악으로 표현하였다.
23일 서선영, 박성규, 정승기 팀의 공연을 보았다. 1막 시작 장윤성 지휘의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웅장하고도 속사포 같은 팡파르와 하행음으로 비장미 가득한 극의 공포감을 안겨준다. 왼편에 성모마리아, 오른편에 주인공 화가 카바라도시가 그린 벽화, 가운데 뒤편에는 볼테르를 따르는 시민혁명군 벽화로 위용 있고 정감 있는 산 안드레아 성당이 무대로 잘 표현되었다.
토스카가 카바라도시가 그린 성모마리아 벽화를 그가 요새 만나는 여자라고 질투하면서, 자꾸만 그 눈동자 색을 자신의 눈동자처럼 검은색으로 칠해달라고 앙탈을 부리는 모습에 관객들도 함께 웃었다. 테너 박성규가 부르는 ‘오묘한 조화(Recondita amonia)’에서 는 그 감미로운 힘찬 고음에 관객들은 수많은 브라보를 보냈다. 또한 성당지기 역 바리톤 성승민의 레치타티보와 안정적인 저음, 성당에 피신한 정치범 안젤로티 역 베이스 최공석의 긴박한 노래, 스카르피아의 부하 스폴레타 역 테너 김재일의 깔끔한 연기도 극을 잘 연결시켜주었다.
주님에 대한 찬양 합창(위너오페라합창단, 한울어린이합창단)과 스카르피아의 질투가 동시에 노래되는 1막 마지막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스카르피아 역 바리톤 정승기의 '요원 세 명, 마차 한 대(Tre sbirri, una carrozza)'도 토스카에 대한 집착적인 사랑의 충만한 감정을 잘 전달하였다. 마지막 거대한 팡파르에 맞춰 추기경의 행렬이 미사 테데움(Te deum)을 부르며 회전무대로 등장하고, 스테인드글라스 무늬의 오색찬란한 대형 십자가가 천장으로부터 내려와 무대 중앙을 가로지르며 1막을 휘황찬란하게 마무리하면서, 음악의 웅장함을 무대미술로 더욱 부각시켰다.
2막 스카르피아의 방은 어둠 속 호화로운 샹들리에 두 개와 왼쪽에 식탁이 놓여있다. 스카르피아 역 바리톤 정승기는 실감어린 악독한 연기와 팽팽중후한 목소리로 치졸한 사랑의 끝판을 잘 보여주었다. 서선영의 치를 떠는 연기와 팽팽히 맞붙어 안방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실감나는 템포를 유지했다.
여기에는 작은 디테일도 초 단위로 살리는 연기가 한몫했다. 토스카는 감옥에 갇힌 카바라도시를 살리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모습이 얼굴의 식은땀을 닦거나 좌우로 우왕좌왕하며 안절부절하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스카르피아는 자신의 앞에서 토스카와 카바라도시가 사랑노래를 부르니 못마땅한 듯 밥 먹던 냅킨으로 얼굴 이쪽저쪽을 마구 닦아제끼고 던지는 등 이러한 반응 동작들이 감정선의 연출에 크게 한몫을 했다.
혁명군이 이겼다는 소식에 갖은 피를 흘리며 고문당하던 카바라도시가 의자를 부여잡고 옆모습으로 '자유가 승리하리라'라고 노래부르는 모습도 처절함이 더욱 배가되며 무척 인상적이었다. 하룻밤의 애정이면 연인 카바라도시를 풀어주겠다며 달려드는 스카르피아에게 토스카가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Vissi d'arte vissi amore)'를 불렀는데, 소프라노 서선영의 경건하고도 절실한 노래가 끝나자 관객들은 브라바에 박수가 그칠줄을 몰랐다. 반쯤 누운 상태에서 어떻게 그런 성량과 감정의 몰입이 나올 수 있을까. 관객들의 감격이 대단했다.
이후 토스카는 연인 카바라도시는 총탄없이 가짜총살로 위장하고 완벽하게 통행증까지 스카르피아에게 받아내며 하룻밤을 허락하는 듯 하다. 하지만, 식탁 위에서 몰래 숨긴 칼로 스카르피아의 찔러 죽인다. 그 후 진짜로 사람을 죽인 것을 자각하고는 피묻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수건으로 닦고, 연인과 도망갈 통행증을 희미한 미소를 짓는 과정이, 섬뜩함과 인생무상이 동시에 느껴지는 오케스트라 반주와 함께 진하게 잘 표현되었다.
3막 시작 무동의 높은음의 곱고 맑은 노래가 슬픈 운명의 사랑에 동심을 더한다. 무대가 위로 올라가며 위층은 사형장, 아래는 지하감옥으로 변한다. 곧 카바라도시의 '별은 빛나건만'으로 불릴 비장한 주제음이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된다. 테너 박성규의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은 쓸쓸하고 고독한 감성과 미성에 관객이 브라보를 보냈다. 토스카와의 듀엣과 무반주 아카펠라 느낌도 짙은 여운을 주었다.
총살되는 모습을 멀리서 엿보며 곧 연인을 만날거라 기대하며 "마리오, 당신 연기 멋져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생각하니 지금도 갑자기 눈물이 난다. 군인들이 사라지자, 누워있는 연인을 깨우다가 곧 그가 죽었음을 알고 "마~리오,마~리오!!"하고 부르고는 군인의 추격에 곧 성벽에서 뛰어내리는 토스카. 장렬한 음악 속에 마리오 카바라도시, 스카르피아, 토스카 모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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