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전통의 코믹한 해석, 오페라 '춘향탈옥'

오페라 2021. 5. 8. 15:15 Posted by 이화미디어

오페라 '춘향탈옥' 포스터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코로나 백신 맞는 2021년이라니. 그렇지만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밥 먹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게 마련이니, 변함은 변함으로, 그대로는 그대로로 잘 어울리면 좋겠다.

바야흐로 가정의 달 5월이다. 5월초의 대체휴일, 재량휴무의 육아와 가사노동도 1년 반의 집콕 코로나 터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에 쉬이 넘어간다. 글을 써야한다는 중압감도, 무얼 계획하고 꼭 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누차 있는 일인지라 ‘될대로 되라지’ 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유를 가져보며 시간을 스윽 지나간다.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1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오페라 <춘향탈옥>(윤미현 대본, 나실인 작곡, 연출 김태웅)은 공연을 보며 메모할 틈도 없을 만큼 재미있었다. 제목 때문에 공연을 안 볼 수가 없었고, 공연소개에 몽룡이가 고시생인데 자꾸 낙방한다 해서 현시대를 반영했다 싶어 더욱 궁금해졌다.

공연시작 전 휴대폰 끄라는 멘트도 춘향전의 배경이 된 남원골 사투리로 구수하게 흘러나오며 재미를 주었다. 그런데 어라? 오케스트라가 없다. 미디로 오페라 반주가 나온다. 하긴 장기공연에다 적은 제작비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극 초반에 변사또 역 바리톤 공병우가 목에 칼을 쓰고 춘향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노래한다. 자타공인 매력적인 바리톤 공병우의 중후한 음색이 부르짖는 사랑의 판타지가 반주MR과 믹스되어 뮤지컬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니 극의 방향은 이 대목만 봐도 충분히 짐작이 가며 몰입감을 준다. 

자유소극장 무대는 기와대문과 기둥만 있어도 허전하지 않았다. 우리말 대사는 통통 튀며 감각있고, 우리말 노래는 우렁차고 기품있는 성악발성과 잘 어울려 가사전달이 잘 되었다. 결혼하자는 변사또에게 춘향(소프라노 박하나)이 "난 유부녀다!"하니 변사또는 "난 총각이다!" 한다. 요즘의 코믹 웹툰과 같은 말투와 사건전개이다. 

 

오페라 '춘향탈옥'의 출연진 커튼콜 장면. 왼쪽부터 바리톤 윤한성 (방자 역), 메조 소프라노 김선정(월매), 바리톤 공병우(변사또), (춘향), 테너 서필(몽룡), 소프라노 윤성회(향단).  

권선징악과 관혼상제의 전통에 대한 고정관념을 이 극은 과감하고도 위트있게 비튼다. 그래서 변사또는 춘향을 진심으로 사랑해서 날마다 가까이 보려고 옥에 가둔 사랑꾼으로, 몽룡은 한양에서 공부안하고 과거시험에 자꾸 낙방하는 현대판 고시생으로, 춘향은 그 몽룡을 공부시키려 감옥에서 탈출하는 기지꾼에 여장부로 변화시켰다. 향단이 "어떻게 나가요?"하는데, 춘향이 "걱정말거라."하면서 리모콘 버튼을 딱 누르니 무대셋트가 위로 올라간다. 극은 극일 뿐,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

월매(메조 소프라노 김선정)가 그 유명한 판소리 '사랑가'를 고혹적 자태와 농염한 눈매를 섞어 풍성한 성악으로 부르는데, 기가 막히다. 왜 기가 막힌고 하니, 그녀가 빙긋이 웃으며 첫 등장할 때도, 또 무대 중앙에서 노래를 다 부르고 스스로 꽃가루를 하늘 위로 뿌려 아름다움을 연출할 때도 좋았지만, '사랑가'를 몽룡과 춘향 당사자가 부르는게 아니고, 이 중년의 여성, 관기 월매가 부르게 해서 사랑의 이면에 있는 외로움, 젊은이들의 사랑에 대한 축배의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치 덕분에 판소리를 성악으로 부른 이질성은 오히려 감해졌다고 할 수 있다.

 

아이구, 재밌는 것을 이러저러해서 재미있었다고 다 말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도다. 혹은 아직 공연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 공연 후 리뷰처럼 다 올리면 요새말로 '스포'가 될까봐 나 스스로 걱정하는지도 모르겠다. 오페라 <춘향탈옥>을 보고 내가 SNS에 올렸던 짧은 소감으로 이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기존 원작을 이몽룡은 과거급제 못했지만 나라에 상소를 올려(현대에 필요한 신고정신?ㅎ) 변사또를 물리치고 천생 노래하나는 잘 부르는 (테너 서필)로 바꿨네요. 월매(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의 고혹적인 노래, 향단이(소프라노 윤성회)의 명쾌한 고음과 야무진 대사, 콤비 방자(바리톤 윤한성) 역시 코믹한데 노래부르면 또 맛깔나고요. 춘향이(소프라노 박하나)의 여장부다움과 매력적인 노래, 글고 우리의 사랑꾼 "사랑은 죄가 아니야!"를 외치는 변사또(바리톤 공병우)의 중저음의 따스한(?!) 매력까지!

 

"요새 소극장 오페라들은 워째 이런디야~ 요로코롬 재밌으믄 어찌쓴다야~!!"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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