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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팔스타프’, 베르디탄생 200주년 기념대작

오페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3. 2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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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막 1장 가터 여관 안. 팔스타프(앤서니 마이클스 무어, 가운데)가
부하 피스톨라(이대범, 왼쪽)와 바르돌포(민경환, 오른쪽)에게 마을의
두 여인에게 연애편지를 전달하라고 하지만 부하들은 거절한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오페라단이 오페라 '팔스타프'(연출 헬무트 로너, 지휘 줄리안 코바체프)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공연중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베르디 탄생 200주년을 맞아 시즌 첫작품으로 18년만에 베르디의 희극 '팔스타프'를 선보이는 것이다.

'팔스타프'(1893)는 셰익스피어의 '헨리 4세'(1598)와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1597)을 원작으로, '아이다'와 '라 트라비아타' 등 생전 수많은 오페라 특히 비극 오페라를 탄생시킨 주세페 베르디(1813~1901)가 80세에 작곡한 그의 마지막 작품이자 유일한 그의 희극 오페라로 베르디 말년의 인생관이 담겨있다.

내용은 몰락한 귀족이자 주정뱅이 뚱보인 팔스타프가 두 명의 유부녀 알리체 포드와 메그 페이지에게 연애편지를 보내 수작을 걸다 마을사람들에게 망신을 당하는 이야기를 희극적으로 풀어내었다. 
 

▲ 2막 2장 포드의 집 응접실. 팔스타프를 곯려줄 계획으로 알리체(미리암 고든 스튜어트,
소프라노)는 류트를 연주하며 유혹하고 팔스타프는 킬트를 입고 잔뜩 멋을 부리며 추근댄다.


3월 21일 첫 공연에서 '팔스타프'라는 흔하지 않은 레파토리는 국립오페라단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 보였다. 늘 관객들에게 푸치니나 모차르트처럼 아름다운 아리아 선율에 익숙한 오페라 대신 '팔스타프'라는 대규모이면서도 재미있는 내용의 희극 오페라를 봄 신작으로 선택하였다. 늘 익숙한 레파토리로 고정된 즐거움만 주는 것이 의무가 아니기에 국립 오페라단의 이번 '선택'은 박수를 쳐 줄 만하다.

음악은 3막의 앞부분을 제외하곤 시종일관 경쾌하다. 뚜렷이 뇌리에 남을 멜로디는 없지만, 경쾌한 음악구조가 극의 진행을 원활하게 한다. 이날 연주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카라얀을 사사했다는 줄리안 코바체프의 지휘는 무리 없이 편안하게 성악을 잘 반주하고 있었다.

1막이 시작될 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무대 위 배경그림이다. 무대 위를 가득채운 엄청난 크기에 여자의 가슴이 클로즈업 되어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손이 여자의 한쪽 가슴을 만지고 있는 것이 무척 눈길을 끈다. 1막 1장과 2막 1장 팔스타프가 등장하는 여관 장면에는 어김없이 이 그림이 나오며 팔스타프의 여성에 집착하는 성격을 상징한다. 
 

▲ 1막 2장 포드 집 정원. 마을의 여인들 - 메그(김정미, 메조 소프라노), 퀴클리(티쉬나 본,
메조 소프라노), 알리체(미리암 고든 스튜어트, 소프라노), 난네타(서활란,
소프라노) - 이 팔스타프의 편지를 보고 그를 골탕먹일 방법을 의논중이다.


팔스타프 역의 영국출신 바리톤 앤서니 마이클스 무어는 팔스타프와 리골레토 전문배우답게 우렁찬 파워와 중후한 목소리를 뽐내면서도 여자에게 추근대는 익살스러운 연기까지 훌륭히 보여주었다. 그가 뚱뚱한 배를 자랑스럽게 내세우며, 1막에서 자신의 뚱뚱한 배를 자랑스러워하며 여자들에게 편지로 접근할 계획을 하는 장면, 2막에서 알리체에게 스코틀랜드 전통의상 킬트를 입고 추근대는 장면, 들킬까봐 세탁바구니에 숨다가 창문밖으로 던져지는 장면 등 여러 다양한 장면에서 코믹하면서도 중후한 멋을 잃지 않는 성악 연기를 보여주었다. 알리체의 부인 포드 역의 바리톤 이응광 역시 중저음의 시원한 목소리로 팔스타프역에 필적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2막 1장 포드 집 정원에서 여자들이 팔스타프의 편지를 보고 그를 골탕먹일 계획을 세우는 장면도 경쾌하고 재미있다. 알리체 역의 메조 소프라노 미리암 고든 스튜어트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자연스럽고 때론 능청스런 연기를 보여주었다. 극의 구조적으로는 2막 1장까지 이야기 전개에 바쁘다가 2막 2장이 되어서야 군중장면과 팔스타프를 찾기 위한 바쁜 움직임, 팔스타프가 물에 던져지는 황당하고도 통쾌한 장면은 이제야 이 오페라가 좀 재밌구나하는 포인트를 느끼게 된다.
 

▲ 3막 2장 윈저공원. 요정여왕으로 변장한 난네타(서활란,
소프라노)가 극의 유일한 아리아를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다.


3막은 모든 사건의 해결지점이면서도 숲속 배경에 요정과 악마가 등장하는 등 배경이 다소 황당하기도 하다. 하지만, 극중 유일하게 아리아다운 노래가 있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부분이다. 그 유일하고 꽤 긴 아리아를 알리체의 딸 난네타가 부르게 되는데, 이 역할의 서활란은 훌륭한 성량과 고음의 맑은 목소리로 잘 표현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극은 정신없이 흘러가서 팔스타프는 숲속에서 요정과 악마들로 분장한 마을사람들에게 휩싸이다 결국 '세상만사는 장난일 뿐'이라는 노래를 다같이 부르며 마을사람과 화해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음악, 연기, 무대 모두 무난하게 만족스런 공연이었다. 주역 배우들의 성량과 연기도 좋았으며, 무엇보다도 흔하지 않은 레파토리를 국내에서 오랜만에 볼 수 있게 기회를 준 공연으로 역할을 하였다. 
 

▲ 3막 2장 마지막 장면. 모든 출연진이 무대위에 앉아 ‘세상만사는
장난일 뿐’이라는 경쾌한 노래를 부르며 오페라는 끝난다.


국립오페라단의 '팔스타프'는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앤소니 마이클 무어ㆍ한명원(팔스타프 역), 이응광(포드 역), 정호윤(펜톤 역), 미리암 고든 스튜어트(알리체 역), 서활란(난네타 역), 티쉬나 본(퀴클리 역), 김정미(메그 페이지 역) 등이 출연한다. 다음달인 4월 25일부터 28일까지는 베르디의 비극 '돈 카를로'를 통해 이번 희극 '팔스타프'와 극명한 대비를 선보인다. 10월에는 바그너의 '파르지팔'을 선보여서 올 한해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이는 베르디 탄생 200주년의 풍성한 잔치와 바그너의 향연까지 대작 오페라들의 잔치 기대된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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