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레리나 이은원(23). 어린나이에 국립발레단 4년차의
수석무용수로 한마디로 '대단한 여자'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발레계의 블록버스터 ‘라 바야데르(La Bayadere)'의 국립발레단 공연이 4월 14일 막을 내렸다. 웅장한 무대와 무용수들의 화려한 개인기로 볼거리와 작품성이 조화를 이루었던 ‘라 바야데르’에서 감자티와 니키아 두 가지 역을 훌륭히 소화하며 눈에 띄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발레리나 이은원(23)이다.

168cm 48kg 날씬한 몸매, 이국적인 큰 눈에 오똑한 코 뚜렷하고 깜찍한 이목구비. 무대 밖에선 수수하고 수줍은 여느 소녀와 다름없지만, 무대만 올라가면 정확하고 깔끔한 동작에 풍부한 표정으로 캐릭터에 맞는 몰입감으로 관객을 흡입한다. 거기다 91년생, 이제 23살인데 벌써 국립발레단 단원 4년차에 수석무용수라는 타이틀의 한마디로 '대단한 여자'다.

그녀가 이제 막 끝낸 '라 바야데르'는 어떤 작품일까? “‘라 바야데르’는 한마디로 인도풍의 ‘지젤’이라 할 수 있죠. '라 바야데르'는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해요. 1막과 2막은 인도풍의 화려한 무대와 소품, 2막 황궁의 파티장면도 좋구요. 3막은 발레 블랑인데 특히 32명의 쉐이드 군무가 압권이예요. 클래식 레파토리 중에서 테크닉적으로 많은 걸 요구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힘든 작품에 속해요”라며 그녀는 또박또박 부드럽게 작품소개를 한다.

큰 무대와 인원수 때문에 발레계의 블록버스터라 불리는 ‘라 바야데르’는 프랑스의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러시아 황실을 위해 1877년 만든 작품을 러시아의 살아있는 전설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1991년 볼쇼이발레단을 위해 재해석하고, 다시 올해 국립발레단 버전으로 수정해 초연한 것이다. 또한 올해 국립발레단의 레파토리 중 유일한 신작이자 18년만의 '라 바야데르' 공연이어서 더욱 큰 기대를 모았다.

이번 공연은 인도황실의 이국적인 모습을 잘 살린 무대와 웅장하면서도 감미로운 오케스트라의 연주, 그리고 자유롭게 몸짓으로 말하는 턴 동작, 32회전 등 주역 무용수들의 화려한 개인기가 오랜만에 새로운 레파토리를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공주 감자티는 악녀 같은 캐릭터예요. 하지만 아버지가 정해준 혼사를 따르는 걸 악녀라고만 볼 수 없잖아요? 솔로르의 연인 니키아와 약혼녀 감자티 중 어느 배역이 더 좋으냐고 하는 건 엄마랑 아빠랑 누가 더 좋으냐고 하는 것과 같아요. 니키아는 무희이고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신과 사랑하는 역할이예요. ”

무대에서 그녀의 니키아가 애잔하고 슬픔이 절절히 묻어나는 가녀림이 있었다면, 감자티는 '이은원에게도 저런 면이 있었나' 싶게 도도하고 날렵함으로 자신의 최대한의 기량과 매력을 발산했다. 그런데도 그녀가 표현한 니키아의 슬픈 감정선과 표정이 더욱 눈에 선하며 잘 어울린다. 2011년 지젤에서 보여준 발랄함과 윌리의 애잔한 감정선이 맞물리며, 참 예쁜 만큼 노력파고 정말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발레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을까. “초등학교 1학년 때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본 것이 강한 인상으로 남으면서 발레를 하게 됐어요”. 그녀는 예원학교를 졸업하면서 곧바로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로 입학, 스무살이던 2010년 7월 조기졸업과 동시에 국립발레단 연수단원으로 입단, 그 해 12월 호두까기 인형의 마리역으로 주역을 맡았다. 이듬해 정단원이 되면서 바로 지젤로 주역을 맡고, 2012년에는 수석무용수로 승격했다. 2007년 중국 상하이 국제콩쿠르 2위, 2008년 불가리아 바르나국제콩쿠르 주니어 3위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 '라 바야데르'에서 감자티와 니키아 역을 훌륭히 소화한 이은원.
감자티의 도도하고 화려한 턴 동작.


그녀가 예원학교 3학년 때인 2006년 서울국제무용제에서 시니어들을 물리치고 그랑프리를 거머쥘 때 춘 세 가지의 춤을 본 사람이라면 이 발레리나, 정말 실력도 대단하지만 야심도 만만찮구나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노랑 튀튀를 입고 정확 깔끔한 ‘파키타’로 클래식 발레를 출 때나, 붉은 정열의 의상을 입고 돈키호테 ‘키트리 캐스터네츠’를 선보이면서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갈채를 이끌어 낼 때, 그리고 흰색 몸에 딱 붙는 의상으로 ‘Heart Beating' 안무를 하며 난해한 현대발레를 두려움 없이 가볍고 과감한 동작으로 표현해 낼 때의 그 당참과 대담함이 그녀를 지금의 자리까지 끌어갔으리라.

발레 신동으로 살아오면서, 힘든 일은 없었을까. “17살에 대학생활을 시작한 거죠. 주변에 모두 좋은 분들이었어요. 절 힘들게 한건 주변사람들이 아니고 오히려 저였죠. 저 자신에 대한 '믿음'과 ‘부담’이 사춘기를 지내면서 스스로 힘들었어요. ”

연습은 어느 정도나 할까. "평소 연습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해요. 공연이 있을 때는 밤 10시 넘어까지 공연을 하는 거니까 하루에 꼬박 12시간 정도를 발레연습에 매진하는 거죠. 공연을 바로 앞두고 며칠은 페이스 조절 때문에 너무 무리하지는 않구요. "

자연스레 국립발레단 자랑이 이어진다. “최태지 단장님께서 무용수를 아끼는 마음이 크세요. 무용수들에게 가능한 한 기회를 많이 주시고 공연을 많이 할 수 있게 해주시죠. 국립발레단에 있으면서 클래식 발레 뿐 아니라 모던발레 현대발레 등 다양한 발레작품을 많이 접하고 소화해할 수 있는 게 좋은점이예요. 여러 춤을 출 수 있기에 이만한 곳이 없죠”라며 자부심과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동안 국립발레단 단원 활동을 하면서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2010년 ‘호두까기인형’에서는 마리, 2011년 ‘지젤’에서는 지젤, 2012년 ‘왕자 호동’에서는 낙랑 공주, 2012년 ‘스파르타쿠스’에서는 예기나, 2013년 ‘라 바야데르’에서는 감자티와 니키아 역 등 다양한 역할로 자신도 성장하면서 동시에 관객에게 팔색조 같은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뽐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은 단연 ‘지젤’이다. 2010년 국립발레단 입단 후 이듬해 2월에 김지영, 김주원 등 쟁쟁한 대선배들과 셋이서 지젤로 섰던 그녀의 주역 '데뷔' 무대였다. "한 마디로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작품이예요. 그 때 하루하루 연습하는 시간이 힘들었지만 너무나 소중했어요. 인턴 단원 때 호두까기 인형(2010)으로 주역으로 섰었지만, 정단원이 되어서 선 첫 주역 작품이거든요. 당시에 파리 오페라발레팀이 한국에 직접 방문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라 너무 좋았어요. 캐릭터 적으로도 '지젤'은 참 애착이 가는 캐릭터예요. "

좋은 기회가 많은 만큼 수석무용수가 되면서 국립발레단의 얼굴이기 때문에 짊어져야 하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있다. 도대체 발레의 매력이 뭐길래. “종합예술이예요. 오케스트라 음악도 라이브로 들을 수 있고.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의 우아한 몸짓을 볼 수 있어요. 라 바야데르 끝나면요? 바로 다음공연 연습 들어가죠. 6월에는 '차이코프스키'를 공연해요. 모던한 작품인데, 저는 폰 맥 부인 역할을 해요. 대학생 때 처음 봤던 작품인데 이번에 처음 직접 공연하는 거예요. 내용이나 연출에 대해 새로이 알고 싶어서 많이 기대가 되네요."

앞으로의 꿈이 뭐냐고 묻자 “행복한 무용수가 되는 게 꿈이예요. 제 자신을 위해서 춤을 출 수 있는 무용수요. 그래야 보는 사람도 행복할 거라 믿거든요. 행복하고 여유가 있는 무용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예쁘게 말을 맺는다.

다음 공연은 5월 2일부터 5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될 지젤. 제일 좋아하는 작품,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작품에서 다시 지젤로 돌아온다. 6월 28일부터 30일까지는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내면과 방황을 그린 현대발레 '차이코프스키'에서 차이코프스키의 불멸의 연인인 폰 맥 부인으로 열연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이은원의 '지젤'과 처음 공연하는 '차이코프스키'는 각각 어떤 모습일까. 더욱 성숙해지고 부드러워진 지젤, 그리고 카리스마 있는 폰 맥 부인이 기대된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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