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오페라단(단장 겸 예술감독 박형식)의 <왕자, 호동>이 국립오페라단 창단 60주년을 기념해 국립극장 무대에 올랐다.
장일남 작곡의 <호동 왕자>(1962)가 현대식 무대로 탈바꿈했고, 판소리와 창극형태가 가미되어 현대화·세계화를 노렸다. 국립오페라단과 <레드슈즈>, <브람스> 등많은 작업을 해온 전예은 작곡가가 음악자문과 편곡을 맡았다.
여느 오페라의 서곡도입과는 다르게, 시작은 객석 양쪽 문에서 창극단이 등장하며 시작된다. 시도는 좋았는데 10분이상 무대위까지 올라가서 인물과 서사를 바쁘게 소개하니, 그 순간만큼은 이 극이 창극인지 헷갈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소프라노 김순영(낙랑)이 등장해 노래를 부르는 순간부터는 기존 오페라와 다름 없었다. 우아하고 품위와 부드러움이 공존한 음색과 우리말 발음은 서기 32년 고구려 대무신왕 시절 옆 낙랑국의 낙랑공주 자태 그대로였다.
테너 김동원(호동)의 열창 역시 극을 든든하게 이끌고 있었다. 현대식 무대의 네모 감옥 안에 갇히면서도 2막 낙랑과의 2중창이나 3막 호동의 아리아를 통해 공주를 향한 절절한 마음을 표현했다. 특히 낙랑이 자결하자 마지막 장면에 "공주!!"하고 부르는 장면이 특히 애틋하다.
테너 정의근(최리왕), 베이스 박준혁(장초 장군) 역시 작년부터 국립오페라단의 주역으로 활약해 온 바, 탄탄한 음량과 무대 존재감으로 극을 잘 전개시켜주었다.
국립오페라단이 세계화와 새로운 음악극 형태로 다채로운 시도를 하는 가운데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도 나온다. 2021년 <브람스>에서 선 보인 내레이션 기법이나 남녀주인공이 서로 마주보며 멀리서부터 서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 장면이 이번 <왕자, 호동>에서도 연출됐다. 연극과 뮤지컬의 기법과 색채를 오페라에 접목시켜 일반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페라만의 미학, 즉 극 전체를 음악으로 느끼게 하는 장중한 서곡(내레이터가 설명해주지 않고), 주인공 남녀 이중창에서의 미세한 몸짓과 동선(꼭 서로를 바라봐야 하는것이 아니라), 합창단의 세부적인 움직임(이번극처럼 신하임을 강조하기 위해 딱딱하게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등 정통오페라의 미장센은 지켜졌으면 좋겠다.
더불어, 이번 <왕자, 호동>에는 아쉽게도 자명고가 없었다. 물론, 상징도 좋지만 그래도 관객에게는 무대에서의 확실함이 필요하다. 무대 위 자명고를 구태의연하다 생각한다면, 영상이나 타악기 효과음 등으로 좀 더 극적으로 표현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반면, 낙랑공주의 의상이 낙랑을 상징하는 노란색이었다가 자명고를 찢은 이후 마지막에는 호동왕자처럼 파란색으로 바뀌는 것은 간결하면서도 확실한 상징이 되었다.
또한 2부 시작의 무대에서 3명의 창극은 1부와 2부를 이어가는 간막극으로 좋은 느낌을 줬다. 해외 오페라극장을 겨냥한다면 우리문화를 선보일 좋은 시점이 될 수도 있겠다. 전통의 현대화와 세계화, 60년만에 공연된 <왕자, 호동>을 통해 또하나의 모범사례가 태어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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