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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국립합창단 제190회 정기연주회 한국창작합창의 밤 '한국의 소리'

클래식

by 이화미디어 2022. 7. 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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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합창단(단장 및 예술감독 윤의중)이 제190회 정기연주회 한국창작합창의 밤 <한국의 소리>로 지난 6월 30일 저녁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네 명 작곡가의 다양한 주제와 형태의 한국창작 합창곡을 선보이며, 더운 여름을 이겨낼 힐링의 에너지를 선사하였다. 

첫 곡은 조혜영 작곡가(인천시립합창단 상임작곡가)의 <길>로 모두 무반주합창곡이었다. 아카펠라다운 맑은 울림과 조화에서 국립합창단 전임작곡가를 지냈고, 오랜기간 합창음악 한 길로 조예가 깊은 조혜영 작곡가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첫 곡 '수심가'는 서도민요의 구슬픔과 우리전통 민요의 시김새가 성악으로 잘 표현되었다. 알토 유송이의 독창과 함께 '한'(恨)의 정서가 잔잔하면서도 옛 고어 '님의 화용이 그리워 나 어이할까요'라는 진솔한 가사와 함께 단호한 선율로 잘 표현되었다. 

윤동주 시에 곡을 붙인 '자화상'과 '새로운 길'은 성찰적인 가사내용으로 깊은 울림을 주며 성악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롯데콘서트홀이 울림과 잔향이 좋아서 오케스트라보다 성악에 좋다는 것을 이 두 곡으로 알 수 있었다. '새로운 길'은 소프라노 이은보라, 이하영과 함께 '우'하는 허밍으로 시작해 소리가 잘 정제되어 있었으며, 코로나 펜데믹이 끝나가는 지금 우리가 걸어갈 길을 비춰주고 있었다. 

안효영 <호모 심비우스(공생하는 인간)>는 성악합창의 오케스트라와도 같은 효과로 과연 오페라작곡가 다운 면모를 선보였다. '호모 심비우스'는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제안한 것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과 공생하는 인간을 말한다. 첫 곡 '백신의 도시, 백신의 서울(함민복 시)'는 "정서의 겉절이 시대"라는 가사 등  황폐해진 도시 삶이 초고음역과 저음역의 합창으로 노래되어 도시의 초고층 빌딩처럼 묘사되며 질서와 무질서 사이를 오간다. 

'로드킬(정은길 시)'은 팀파니(김계형)가 심장처럼 쿵쾅거리고, 피콜로, 플루트(김지혜)의 날카로운 고음이 긴박감을 더한다. 길 가던 오소리, 다람쥐, 사람이 승용차에 치여죽고, 사람이 만든 길이 착한 생명을 죽인다는 가사이기에 합창에서도 음산함과 경각심의 음향이 반복된다. 오페라 <텃밭킬러>, <샐러리맨 칸타타> 등 현시대문제를 노래했던 현 국립합창단 전임작곡가 안효영이기에 이번 <호모 심비우스> 또한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인터미션 후 이영조의 <세 개의 민속 합창곡>은 세 개의 서로 다른 아리랑이 각기 다른 음악기법으로 표현되면서, 우리 문화에서 아리랑의 중요성과 재미를 다시금 알게 해주었다. '문경 새재 아리랑'은 피아노의 간결한 반주 위에 테너 김종갑과 소프라노 박준원의 고음 솔로선율이 합창과 함께 고갯길도 힘차게 C장조로 넘어가는 밝음으로 변주되었다. '경상도 아리랑'은 성악의 투명함이 단선율로 그레고리안 성가처럼 흐르며 굽이굽이 고갯길을 넘나들다, 아리아리랑 후렴구로 기도드린다. 

'정선 엮음 아리랑'은 첫 발구름에 빠라바 빠빠빠 구음으로 인상적으로 시작한다. 특히 여성 합창으로 남편 흉을 보고, 소프라노 노수정이 '시어머니 잔소리는 부싯돌 치듯 하네'하며 고개를 꺾는다. 여성합창의 박수장단과 단2도로 하행하는 귀곡의 음계, 불협화음과 흉보고 웃는 웃음소리 등이 알싸한 쾌감이란! 덩덩 덩따쿵도 직접 성악으로 구음하며 우리 합창도 이렇게 오밀조밀 시원하고 흥겹구나 느낄 수 있었다. 

김진수 <그리운 풍경>는 동심과 추억이 따스한 합창선율로 힐링 에너지가 되었다. 이 순서의 네 곡 모두 작곡가가 직접 작시하고, 현악사중주(김효영, 이무은, 장희재, 정민영)' 편성으로 더욱 낭만적이고 감동을 주었다. '세발자전거'는 어릴 적 세발자전거를 탔던 사진과 지금 지팡이를 짚으셔서 세발이 되신 아버지 모습이 잔잔한 피아노 전주에서 테너 이시형으로, 현악사중주에서 합창으로, 소프라노 김수연에게로 흘러가며 선율이 되었다. 

'동구 밖'은 그 아버지가 동구 밖까지 이른 아침 길을 쓰셨고, 아들 군대 갈 때 눈물 닦으셨던 그 곳의 추억이 현악사중주로 전주간주와 합창으로 뭉클하게 노래되는 무척 아름답고 잔잔한 곡이었다. 다음 곡 '찬 서리' 역시 현악기 하모닉스의 바람소리와 '우'하는 허밍으로 님을 그리는 그리움과 스산함이 잘 느껴진다. '푸른 메아리'는 4중창(이하영, 김해인, 박의준, 박상윤)이 합창단 이곳 저곳에서 진짜 메아리치듯 '야~호!' 하고 합창단의 마지막 다함께 '야~호!' 후련함과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국립합창단은 다음 공연으로 8월 20일 본 윌리암스의 <바다 교향곡>, 8월 30일 K-합창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마지막 눈사람>을 공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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