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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백자영 작곡발표회, 음 에너지의 무궁한 바다에서 과감히 헤엄치다

클래식

by 이화미디어 2022. 7. 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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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백자영이 공연이 마친 후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백자영 작곡발표회가 7월 7일 저녁 7시 30분 서울 한남동 일신홀에서 열렸다.

 

이번 작곡발표회는 숙명여대 작곡과 졸업, 오스트리아 그라츠음대 석사 졸업, Postgraduate 과정을 이수하고 2017년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음악분야에 선정되는 등 음악성을 인정받아 온 백자영 작곡가의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마임과 함께하는 작품도 있었으며, 2017년부터 2022년 신작까지 작곡된 여섯 작품의 선율구조는 강렬한 타격음과 그 사이를 흐르는 선율들의 부단한 결합이 다양한 양상을 띄며 작곡가의 창작 현대음악에의 강한 열망과 추구를 담고 있었다. 

 

첫 곡은 <뭉쳐짐 version II>(2017)으로 백자영의 피아노를 위한 "뭉쳐짐"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이다. 피아노 최저음 a음에서 시작해 점차 다른 음과 섞여 덩어리로 뭉쳐진다. 강렬한 스포르잔도와 빠른 글리산도 클러스터의 결합이 여러형태로 반복되다 절정의 동음반복으로 파장을 일으킨다. 이후 고음의 클러스터가 물방울이 떨어지듯 파문을 일으킨다. 피아노 현 위를 긁기도 하고 물체를 떨어트려 소리를 얻는 on the string 주법도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피아노 연주: 이은지)

 

<기억의 조각>(2018)은 E음을 중심으로 두 대 바이올린의 닮은 듯 서로 다른 방향을 추구하며 벌어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바이올린의 높고 낮은 E음 중심에서 트릴과 글리산도, 술 폰티첼로 등으로 맥놀이와도 같은 음향색채를 방사한다. 작곡가가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 기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처음의 E음에서 벗어나 바이올린 전음역을 걸친 빠른 움직임과 주법, 바이올린 서로간의 딜레이와 모방으로 기억을 되찾는 과정을 그리며 클라이막스로 향하다가 결국 처음의 E음에 도달한다. 이렇게 변형된 E음이 원래의 기억이었을지, 기억이라는 것은 정말 무엇인지 작곡가는 음악으로 질문을 던진다. (바이올린: 김경리 이서현)

 

세 번째 곡 <더블 레인보우>(2021)는 앞 <기억의 조각>과 듣는 느낌은 비슷했다. 즉 음형적 특성과 움직임이 그렇다는 뜻인데, 초중반에는 플루트와 첼로가 빠른 아르페지오, 글리산도, 트레몰로로 서로 비슷한 음형을 연주하면서 공기중 물입자가 결합하여 안쪽과 바깥쪽의 무지개의 큰 곡선이 발생하는 장면 같았다. 중반이후 플루트의 맑은 고음과 오버블로잉 등 특수주법과 첼로와의 대화가 탄생된 쌍무지개에 대한 경탄과 사유를 표현하고 있었다. 목관악기와 첼로가 이질적이지 않고 잘 보완하고 어울렸다. (플루트: 승경훈, 첼로: 양지윤)

 

그 다음 <소리 없는 움직임>(2022)은 세 명의 여성성악과 타악기에 두 명 마임주자의 특색있는 작품이었다. 흰색의상의 마른몸매에 의지가 눈빛으로 다부진 마임이스트 류성국이 새가 날아가는 모양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자줏빛 정장과 단발머리의 매치가 웃음포인트인 마임이스트 최정산이 또 한명의 반영하는 자아를 표현한다. 여성3부 성악의 풍성한 아카펠라와 마지막 '새야새야' 구음이 석양의 노스탤지어 같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비브라폰의 울림이 성악3부의 화음과도 잘 연결되며 강한 인상을 주었는데, 마임이스트는 음악을 반영하고 음악은 마임이스트를 반영하는 방식이 유럽영화 한 장면 같았다. 

(소프라노 김누리, 김효주, 메조소프라노 임정숙, 타악기 이희찬)

 

다음으로 <일체감>(2018)은 기타와 베이스 클라리넷, 그리고 피아노를 위한 작품이었다. 기타만의 오묘한 음색과 베이스 클라리넷이 공허함과 음울함을 더한다. 여기에 피아노는 둘을 연결하며 하나로 감싼다. 시인 황유원의 시집 '세상의 모든 최대화' 중 '일체감'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되었는데 처음에는 악기 각자 강렬한 음색을 어필하는 각자의 구간을 보이다가 점점 결합되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 기타의 아르페지오는 피아노로 이동하고 강렬한 타점은 클라리넷에서 기타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넓은 음역은 점차 중앙으로 모이고 서로를 공유한 셋은 "투명하게 무음으로 없는 소리가 울려퍼지자 세상은 거의 사라졌다"는 시의 끝부분처럼 거의 들리지 않게 마무리된다.  (베이스 클라리넷 김욱, 기타 이노영, 피아노 이선옥)

 

마지막은 <날아다니는 섬>(2022) 6중주로 대미를 장식하였다. 이날의 첫 두 곡처럼 강렬한 스포르잔도 후 트레몰로의 크레센도와 디크레센도를 동반한 트레몰로 지속음의 연결이 플루트, 베이스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타악기 사이에 주고받는다. 라-솔#-라-시b 주제가 '왕벌의 비행'의 빠른 주제음처럼 현악기의 고음역에서 술타스토 트레몰로로 날아다니기도 한다. 작곡가가 어린시절 본 그림책 '걸리버 여행기' 중 라퓨타라는 섬에 대한 인상을 작품에 담았는데,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섬을 소설에서는 왕의 지시에 의해 자석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작곡가는 바닷속 깊숙이 박혀있는 섬을 완력으로 뽑아내고 점차의 말처럼로 자력에 의해 붕~위로 띄워지는 모습을 표현했다. (플루트 승경훈, 베이스클라리넷 김욱, 바이올린 이서현, 첼로 양지윤, 피아노 이선옥, 타악기 이희찬, 지휘 최세훈)

 

이 섬을 하늘에 띄우기까지 작곡가 백자영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날 음악회는 백자영 작곡가의 창작 현대음악이 지금까지 추구해왔으며 앞으로 나아갈 작품방향을 보여주고 또 예견하고 있었다. 국내 창작음악, 현대음악은 현대미술에 비해 시장형성이 미비하기에 창작음악으로 어떻게 관객을 늘려나갈 것인지, 음의 연구는 과학 같은 연구인 것인지 작곡가들에게는 항상 큰 난제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이 서울문화재단 지원사업의 일환이라는 것은 창작음악 작곡가들에게는 크게 작곡의 원동력이 되는 한 부분으로 작용한다. 

 

드문드문 장마의 날씨에도 꽤 많은 관객이 백자영 작곡가의 음의 그림을 보고 들었으며, 함께 박수치고 끊이지 않는 믿음의 박수에 한번 더 작곡가 무대인사를 하는 커튼콜도 펼쳐졌다. 음 에너지의 무궁한 바다에 이미 뛰어들었고 과감히 헤엄치고 있는 백자영 작곡가의 음의 행진이 앞으로는 또 어떤 모습이 될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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