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기자에게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이 뭐냐고 묻는다면 맨 먼저 차이콥스키의 첼로협주곡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이 두 곡을 말할 것이다. 이렇게 베스트곡들을 밝히고 나면 어떤 이들은 내 성격까지 대략 파악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토록 좋아하는 곡들을 작곡한 작곡가들,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작곡한 슈베르트는 성병인 매독으로 죽었고 로코코 바리에이션을 작곡한 차이코프스키는 자신의 동성애를 비관하여 음독자살하였다는 유력한 설이 있다는 사실은 2009년 국립발레단이 초연한 '차이콥스키:삶과 죽음의 미스터리'를 보고서야 알았었다.
최소한 차이콥스키가 비소를 복용하여 음독자살을 한 게 아니라 이전에 알려진대로 콜레라로 죽었다고 할지라도 그가 동성애자였다는 사실만큼은 이제 거의 대부분이 동의하는 공공연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한다.
보리스 에이프만의 안무로 국립발레단이 2009 9월 10일 초연한 발레 '차이콥스키 :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는 당시 블라디미르 말라코프가 직접 내한공연을 벌여 화제를 모았는데 2010년 2월 재 공연에 이어 이번에 다시 제3회 대한민국발레축제의 일환으로 6월 28일 금요일부터 30일 일요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상연된다.
'차이콥스키:삶과 죽음의 미스터리'는 차이코프스키의 삶의 마지막 순간을 그리고 있다. 막이 오르면 차이콥스키가 병상에 누워 있는 장면으로 시작하며 마지막 장면은 결국 그가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무대 위의 모든 장면들은 결국 차이콥스키가 생을 마감하기 전 병상에서의 비몽사몽인지 모를 환영 속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회상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차이콥스키의 꿈 속에선 자신이 작곡한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의 주요 장면들이 나오는데 흑조들의 군무가 나오는 장면에선 괴롭힘을 당하다가 백조들의 등장으로 다시 평온함을 되찾기도 한다. 이어서 호두까기 인형의 드로셀마이어가 나타나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하는데 호두까기 인형은 다시 왕자로 변신해 차이콥스키를 유혹한다. 차이콥스키는 이러한 동성애의 유혹을 결코 거부하지 못한다.
또한 그의 환영 속에는 그의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였던 두 여인들이 등장한다. 하나는 그에게 작곡에 필요한 물질적 지원을 꾸준히 해주었던 폰맥 부인, 또 하나는 그가 동성애자임을 숨기기 위한 방편으로 피치못한 결혼식을 올린 밀류코바다.
거짓된 결혼은 결국 서로에게 비극이 될 뿐, 차이코프스키는 술과 도박에 빠져들고 밀류코바는 다른 남자들과 바람을 피운다. 결국 유일한 후원자인 폰맥 부인도 차이콥스키와의 교류를 끊게 되고 밀류코바도 미쳐버리게 된다. 마침내 차이콥스키 스스로는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게 된 것이다.
'차이콥스키:삶과 죽음의 미스터리'는 사실 차이콥스키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빼고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작품이다. 그의 모든 고통과 방황의 뿌리는 그가 동성애자라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호두까기 인형의 왕자의 유혹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의 남다른 성정체성을 결코 숨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 거짓결혼으로 그것을 위장하고 덮어야만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그의 입지를 한없이 좁게 만들고, 결국 정신적 고통으로 말미암아 술과 도박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지경으로까지 몰아갔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발레 작곡가로 유명한 차이콥스키의 또다른 주옥같은 작품들, 교향곡 5번과 6번, 그리고 이탈리아 기상곡 등 3곡의 작품들을 잘 엮은 데다 그가 만든 대표적인 발레 작품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인형' 등의 장면을 넣어 차이코프스키 그 자신의 일대기를 꾸몄다는 것.
무대나 의상은 필요없는 군더더기를 최소화하면서 간결하고 현대적으로 꾸며져 세련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신데렐라'가 요정과 신데렐라, 계모 등을 통해 상당히 여성적인 매력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차이콥스키'는 주연 차이콥스키와 분신이 주된 역할을 하여 남자 무용수들의 남성적인 매력을 한껏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국립발레단 발레 '차이콥스키:삶과 죽음의 미스터리'는 보리스 에이프만 안무로 차이콥스키 역에 이동훈 이영철, 차이콥스키 분신 역에 정영재 박기현, 차이콥스키 부인 밀류코바 역에 김지영 박슬기, 폰 멕 부인 역에 이은원 유난희, 왕자 역에 배민순 이영도, 소녀 역에 김리회 신승원이 맡아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6월 28일(금)부터 30일(일)까지 공연한다. 금요일은 7시 반, 토요일은 오후 2시와 7시, 일요일은 오후 2시. 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 B석 2만원, C석 5천원.
▲ 보리스 에이프만의 '차이콥스키 :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 국립발레단 연습실 현장 공개 동영상
(1막 첫번째 장면)
▲ 보리스 에이프만의 '차이콥스키 :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 국립발레단 연습실 현장 공개 동영상
(젊은 남자, 소녀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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