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발레단 `차이콥스키:삶과 죽음의 미스테리' 중.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내면적 방황과 죽음을 그렸다(안무:보리스 에이프만). ⓒ 국립발레단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발레단이 발레 ‘차이콥스키 : 삶과 죽음의 미스테리’를 6월 28일부터 30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했다.

발레 ‘차이콥스키 : 삶과 죽음의 미스테리’ 는 차이코프스키 말년의 삶과 내면의 과정을 2006년 ‘무용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라 당스'(Benois de la Dance) 최고 안무가상을 수상한 보리스 에이프만이 만든 작품으로 그는 이 작품으로 러시아의 토니상으로 불리우는 황금마스크상을 받았다.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내면방황과 죽음까지 그린 현대발레

이 작품에는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가 창작의 고통에 몸부림치고, 공상과 현실의 혼돈 속에 괴로워하던 청년기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그렸다. 차이코프스키의 정신적 혼돈을 ‘차이코프스키의 내면’이라는 캐릭터로 표현했으며,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의 주요인물도 함께 등장시켜 예술가의 고뇌와 무의식의 세계를 그의 교향곡 5, 6번과 세레나데를 배경으로 표현했다.

국립발레단은 2009년 이동훈과 김현웅을 주역으로 공연한 데 이어 3년만에 이 대작 발레를 무대에 올렸다. 3년 만에 다시 만난 ‘차이콥스키 : 삶과 죽음의 미스테리’ 는 이 작품을 처음 본 관객에게는 발레에도 이런 심리묘사와 현대적인 감각이 가능하구나를 알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2009년 작품을 보았거나 기대가 컸던 관객에게는 다소 실망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고뇌하는 주인공 차이코프스키와 그의 내면, 그리고 차이코프스키 부인과 차이코프스키의 정신적인 연인이었던 폰 멕 부인, 그리고 왕자와 공주 이 여섯 명이 주인공이다. 거기에 간혹 등장하는 군무진이 주요 출연진으로 서사적이기보다는 한 인간, 한 작곡가의 내면의 상태와 흐름을 표현한다.

▲ 2막 차이코프스키와 폰 멕 부인 환영의 듀엣. 폰 멕 부인의 지원이 끊긴 후
작곡가 머릿속의 정신적 방황을 극적으로 표현한 부분. ⓒ 국립발레단


우선, 1막 1장은 강렬하다. 28일 공연의 주역 이영철은 지난작품에서 ‘브라만’ 역으로 열연했을 때 보다 이 작품을 위해서 더욱 섬세한 몸집으로 거듭나 보였다. 고뇌하고 방황하는 모습의 차이코프스키를 잘 표현하고 있었으며, 내면역의 정영재와도 무난한 듀엣을 이루었다. 정영재는 역시나 카리스마 있는 표정과 몸짓으로 내면의 들끓는 분노와 고뇌를 잘 표현했다.

남자주인공들 만큼이나 여자주인공들의 비중도 컸다. 박슬기는 차이코프스키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외도와 문란한 생활로 변해가는 당차고 요염한 차이코프스키 부인 역에 적격이었다. 지난 작품에서 ‘감자티’ 역을 요염하고 완벽하게 소화하며 멋진 모습을 보였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캐릭터의 차이코프스키 부인 역으로 잘 어필했다. 폰 멕 부인 역의 유난희는 차이코프스키와 평생 수백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를 후원하지만 실제로는 한번도 만나지 않았던 폰 멕 부인 역을 가녀린 카리스마의 내면연기로 특히 2막에서 잘 표현했다.

발레로 표현한 인간의 내면적 방황, 다소 한계 보여

하지만, 대사가 없는 춤으로 한 인간의 내면의 고뇌를 표현한다는 것이 다소간의 한계가 있어 보였다. 1막 병상의 침대 위에서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마녀 카라보스, 차이코프스키의 내면, 자신의 부인 밀류코바의 환영, 흑조 군무 등에 시달리는 모습이 한 작곡가의 고통스런 모습을 표현하고 있었고 공감은 준다. 하지만, 차이코프스키의 다른 발레작품의 주인공을 모르거나, 혹은 극의 흐름을 서사적으로 파악하는데 익숙한 관객에게는 개인의 내면의 과정을 표현한 이 발레의 흐름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

출연진들의 발레 동작 자체가 어색하거나 호흡이 서로 안 맞거나의 문제가 아니다. 충분히 환상적이고 강렬한 춤들이 극을 전개시키고 있었으며 2막이 되면 더욱 극적이고 격렬한 안무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폰 멕 부인으로부터 편지가 끊기자 차이코프스키의 내부에서는 그녀를 미라처럼 환영으로 만들고, 우울하고 쓸쓸한 춤을 추는 장면은 이 극의 초점을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하지만, 발레의 우아한 군무와 스펙터클한 서사성, 주인공들의 강렬한 발레 개인기와 연기 등 우리가 알고 있던 흐름과 다르게 한 작곡가가 환영에 시달리며 미쳐가다가 결국 죽음에 도달하는 스토리를 커버하기에는 전체적으로 역부족으로 보였다.

또한 발레를 잘 받쳐주던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간혹 금관파트에서 유연하지 못한 소리를 낼 때는 실망이었다. 금관은 음정내기도 힙들고 힘이 많이 드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종종 들려오는 부드럽지 못한 패시지 연결과 이탈음들은 춤에 집중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미디어 시대에 관객에게는 볼거리가 많다. TV채널도 종편으로 채널수도 수없이 많아졌으며, 지자체 바람이 불어 시,도,군, 구 각 지역별로 크고 작은 공연은 난무하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보아왔던 공연형식은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 양식들도 서로 혼합되고 타 장르와 섞이며 관객들은 왠만한 문화적 자극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고, 강한 충격이나 인상을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기준은 있다. 좋은 대본, 기획단계의 매끄러움, 연출, 연습량, 출연진들의 열정 등이 잘 배합되어 공연과 전시는 관객에게 선보이게 된다. 스스로 요구되는 레벨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의 그 어색함이란 공급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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