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레 롤랑 프티'중 첫번째 '아를르의 여인'. 이동훈(프레데리 역)과
이은원(비베트 역)은 이루어지지 않는 비운의 사랑을 잘 표현했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발레단이 "발레 롤랑 프티" 공연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공연했다. 그가 살아있을 때 국립발레단에게 2010년 작품을 줬으며, 이번 공연은 그의 사망 후 국내에 올리는 첫 공연으로 더욱 세련되고 탄탄한 무대가 되어 돌아왔다.

"발레 롤랑 프티"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안무가 롤랑 프티(1924~2011)의 작품 세 개를 엮어 만든 현대 발레. 아를르의 여인, 젊은이와 죽음, 카르멘의 세 작품으로 모두 젊은이들이 사랑으로 결국 파멸에 이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첫 작품 '아를르의 여인'은 알퐁스 도데의 동명소설을 발레화 했다. 반 고흐가 사랑했던 아를르의 강렬한 노란 밀밭 풍경에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조곡을 배경으로 주인공 프레데리와 비베트의 결혼식 날 슬픈 사랑의 춤사위가 펼쳐진다. 첫사랑을 평생 잊지 못하고 약혼녀 비베트 앞에서 방황하는 프레데리와 어릴 적부터 프레데리를 사랑해 그와 결혼하지만 끝까지 사랑을 얻지 못하는 비운의 여인 비베트의 이야기다.

롤랑프티의 대단함은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조곡이 마치 이 작품의 발레음악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음악의 전체 흐름과 세부 리듬감을 이 작품의 이야기구조와 동작의 표현에 딱 들어맞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두 젊은이의 사랑과 좌절, 감정선이 각 음악의 리듬에 따라 정확하게 표현이 가능했다.

이동훈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아를르의 여인을 향한 절절한 마음을 춤과 표정으로 잘 표현했다. 2010년 같은 무대에서는 ‘젊은이의 죽음’에서 열연했었는데, 그간 성숙해진 내면연기로 ‘아를르의 여인’의 프레데리를 연기할 수 있는 모습이 좋았다. 이은원과의 2인무도 좋았지만 그가 마지막 수차례의 턴 동작 후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이은원은 자신의 사랑이 다른 사랑을 쫓고 있음에 슬퍼할 수 밖에 없는 여인의 마음을 애틋하게 잘 소화해냈다.

▲ 두 번째 '젊은이의 죽음'. 죽음을 여성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강렬한 연기를.펼친 김용걸과 유난희.


두 번째 ‘젊은이의 죽음’은 장 콕도 대본으로 영화 ‘백야’로도 연출된 작품이다. ‘죽음’이라는 가상적 존재를 섹시하고 마성적인 여성으로 그렸다. 첫 장면에서 청바지를 입은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에게 강렬한 노랑 옷을 입은 ‘죽음’이 다가온다. 바흐의 웅장한 파사칼리아 음악을 배경으로 주인공 젊은이는 치명적인 매력의 팜므파탈 같은 죽음의 존재에 유혹되어 결국 스스로 목을 매달아 생을 마감한다.

원근감을 극대적으로 표현한 무대 가운데는 붉은 커텐이 길게 사선으로 드리워져 있다. 남자에게 '죽음'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자 감추어졌던 본능, 성적 환상이다. 노랑 원피스, 날카로운 단발머리, 붉은 입술의 강렬한 ‘죽음’에게 남자는 끝없이 빨려 들어간다. 김용걸은 팜플렛의 배역 소개에서도 밝힌 바, 젊은이를 인생에 대해 고뇌하고 방황하며 성에 억눌린 여느 젊은이의 모습으로 멋지게 표현했다.

죽음 역의 유난희는 그 어떤 팜므파탈 보다도 요염하게 매력을 뽐내며 선배 김용걸과의 호흡을 보여주었다. 결국 남자는 죽음에 이끌려 목을 매어 자살하고, 무대 천장이 위로 올라가자 배경이 옥상으로 바뀌며 긴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해골가면을 쓴 ‘죽음’이 남자에게 해골가면을 건네며 남자를 무대 뒤로 유유히 떠나보낸다. 멀리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의 야경이 인상적이다.

▲ 세 번째 '카르멘'. 오페라보다 빠른 전개에도 놓치는 내용없이 더욱 박진감이 넘친다.
2010년에도 같은역을 한 이영철과 김지영은 더욱 농염하고 탄탄한 연기를 선보였다.


세 번째 ‘카르멘’은 세 시간에 달하는 오페라의 주요내용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45분 안에 압축하여 보다 간결하고 모던하게 구성한 점이 멋졌다. 내용의 배경이 되는 스페인 남부 거리, 술집, 침실 등이 현대미술을 보는 듯이 감각적이고 모던하게 표현됐다. 집시같이 한껏 부풀려진 머리스타일, 넝마 같은 치마를 입은 담배공장 여직공들이 담배연기를 뻐끔거리는 모습, 마지막에 돈 호세가 카르멘을 칼로 찌르자 둘이 몸을 파르르 코믹하게 떠는 모습 등 군데군데 희화적으로 표현됐다.

오페라에서보다 돈 호세가 이 발레에서는 더욱 멋지게 표현되고, 결말에 그가 죽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 것이 특징적이다. 카르멘과 친구들이 호세를 꼬드겨 강도짓을 하게 만드는 장면, 두 주인공의 에로틱한 침실 춤 장면 등 빠른 전개 안에서도 내용의 허술함도 없고 군무, 독무, 2인무, 3인무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2010년 공연에서도 같은 역을 맡았던 이영철과 김지영은 더욱 섬세하고 농염한 연기를 펼치며 관객을 집중시켰다.

마지막 투우경기장 장면은 무척 멋지다. 점점 죄여오는 북소리의 고동을 배경으로 돈 호세와 카르멘이 결투를 펼치며 벌이는 춤사위가 무대 벽면에 거대한 그림자로 비춰져 더욱 주인공들의 긴박한 심리를 극대적으로 묘사한다. 경기장의 관중들을 해골로 묘사해 카르멘이 죽을 것을 암시한다. 공허하고 음침한 음악 소리가 비극적 사랑의 종말을 말해주는 가운데, 카르멘을 찔러 죽이고 혼자 남은 돈 호세의 모습이 자신도 자살하는 결말의 오페라 내용보다 더욱 비극적으로 보인다.

국립발레단은 국립무용단과 함께 10월 17일부터 23일까지 국립극장의 '국립레파토리시즌' 공연으로 국립무용단의 "춤, 춘향"과 국립발레단의 "지젤"을 교차 공연한다. 따라서 국립무용단의 공연은 '춤, 춘향'은 17, 19, 23일에, '지젤'은 그 사이사이인 18, 20, 22일에 공연된다. 교차공연은 발레나 무용, 오페라, 클래식 공연에서 한 공연을 일주일간 길게 한 극장에서 감상하기 힘든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장점을 가진다. 지루하지 않게 한국무용과 서양 발레를 번갈아 볼 수 있는 국립극장의 최초 시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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