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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연극 노마일기, 67년간 잃어버린 기억 찾아나선 여행

연극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8. 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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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노마일기’는 항일망명작가 김사량의 삶을
그의 저서 '노마만리'와 '호접'을 통해 그린다. ⓒ 두산아트센터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두산아트랩'이 진행중이다.

2010년부터 시작된 '두산아트랩'은 잠재력 있는 창작가의 작품을 발굴하여 신선하고 새로운 시각의 주제와 형식의 작품을 선보이는 워크숍 공연이다. 올해는 1-3월 9편을 선보인 데 이어 연출가이자 미디어아티스트인 김제민, 창작집단 독, 가수 하림이 각각 만든 신작 3편을 공연한다.

그 첫번째로 김제민 작가의 연극 '노마일기'가 8월 8일부터 10일까지 공연중이다.

8월 8일 첫 공연에서 본 연극 '노마일기'는 극단 거미 대표이자 혜화동 1번지 5기 동인, 미디어아트 작가로 예술의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김제민이 작,연출,영상을 맡은 작품으로, 항일망명작가 김사량(1914-1950)의 삶과 그가 남긴 기록들을 쫓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김사량은 해방 직전인 1945년 5월 일제의 감시를 피해 조선 의용군의 본거지인 중국 화북 태항산 남장촌으로 망명한다. 윤동주와 더불어 대표적인 일본강점기 항일 작가이지만, 재북작가라는 이유로 그동안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다.

연극은 르포문학의 걸작이라고 평가되는 '노마만리(駑馬萬里)'와 1941년 조선의용군과 일본군 간에 벌어진 '호가장 전투'를 다룬 '호접'이 집필되는 과정을 그린다.

연극이 시작되면 관객들이 동그랗게 둘러싼 무대에 항일의용군 김학철이 식민치하의 음슴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닥에는 여러 글귀들이 시행을 맞춰 곳곳에 적혀있다. 머리에 붕대를 감은 사람이 바닥에 글을 계속해 쓰고 있다. 어느 순간 붕대를 푸는데, 그가 바로 노마 김사량이다.

그는 좌식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 책이 그의 저서 '노마만리'이다. 무대의 높은 위치의 마주본 벽 양쪽에는 실시간으로 김사량이 책을 쓰고 있는 손모양과 책의 모습이 보여진다. 배우가 책의 내용을 낭송하고 무척 달필로 빠르게 글을 써내려가면서 동시에 다른 한손으로는 그것을 웹캠으로 찍어서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다.

극의 내용은 이렇듯 의용군 김학철이 김사량에 대해 설명하고, 김사량의 책 속 내용이 무대에서 또한 펼쳐지는 액자식 구성으로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김사량이 중국으로 망명하는 기차모습이 영상으로 펼쳐지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의용군 동무들과 벌어지는 해프닝까지의 '노마만리' 내용은 다소 밝고 코믹하게 그려지고, 이후 '호가장 전투' 내용은 무거운 주제의식으로 그려진다. 작가는 이 두 작품 사이에 67초 간의 암전을 두어 지난 67년간 역사적으로 외면 받아온 작품 '호접'에 대한 의식을 표현한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작가 김제민은 '김사량 평전'과 '조선의용군 최후의 분대장 김학철' , 논문, 영상기록, 웹사이트 등 자료를 면밀히 연구했다.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6명 배우들 또한 당시에 살았던 사람들의 말투나 모습에 몰입할 수 있도록 실감나는 연기를 펼친다.

매번 연극이 끝난 후 작가와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진다. 8월 8일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김제민 연출은 "기억해야하는 '기록'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무대화했고, 그 지점을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고민했다"면서 "나 자신은 작품에서 미디어를 중요시한다기보다 일종의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릴적부터 "실천하는 이상주의자가 되자"라고 다짐하곤 했는데, 그것을 실천하고자 했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두산아트랩 두 번째 공연으로는 14-17일에 창작집단 독의 옴니버스극 '당신이 잃어버린 것'이 이어진다. 그리움을 잊은 부부, 시간을 잃은 가족 등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9개의 이야기로 선보인다. 박춘근, 고재귀, 조정일 등 아홉 명의 극작가가 모인 창작집단 독이 공동 창작했다.

세 번째로 22-24일에 가수 하림의 음악인형극 '해지는 아프리카'가 공연된다. 동물원에 갇힌 늙은 사자가 강아지에게 초록빛 초원 가득한 자신의 고향 아프리카의 이야기를 해주지만, 결국 지금 있는 곳은 비좁은 동물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이야기다. 가수 하림의 음악에 극단 푸른달, 마임 예술가들과 함께 만든 인형극, 영상, 모래를 이용한 그림자극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관람은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하면 된다.

▲ ‘두산아트랩’ 포스터 ⓒ 두산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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