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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23 삼모아트센터 Piano ON & CONTEMPORARY CLASSIC VII

클래식

by 이화미디어 2023. 11. 2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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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지난 21일 화요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신림동 삼모아트센터 라비니아홀에서 <2023 PIANO ON & COMTEMPORARY CLASSIC VII>이 공연되었다.

 

PIANO ON(음악감독 이혜경, 중앙대 음대 교수) 주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부 후원의 이번 공연은 여섯 명 작곡가, 여섯 명 연주자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감성의 색채가 피아노를 통해 꽃피워졌다.

 

첫 번째는 강봄의 피아노 모음곡 <나의 노래, 당신의 이야기>(2018, 초연) 중 4개의 곡이 발췌되어 연주되었다. 곡 전체에서 흡사 드뷔시, 라벨, 포레가 떠오르면서 또한 민요적 색채도 느껴졌다. 1곡 '놀이'는 온음음계를 사용하며 오른손의 널뛰는 듯한 점음표 리듬이 경쾌하게 변주된다. 양손 옥타브 병행으로 주제 연주 후 저음에서 고음으로 빠르게 아르페지오가 이어질 때에는 쾌감마저 들었다. 작곡가 설명대로 이 날은 3곡 '사랑'이 2곡보다 먼저 연주되었는데, 다장조 높은음역에서 잔잔하게 시작해 에튀드적인 피아노어법으로 순차진행하는 음의 물결은, 마지막 낮은 C음으로 귀결되며 듣는이의 내면을 어루만져 주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kmr9xSF-vc

강봄 작곡 '나의 노래, 당신의 이야기', 피아노 김혜원

 

"이렇게 착한 연주자는 본 적이 없다. 세세하게 수정하며 연습녹음을 전해오셨다"고 작곡가 강봄이 전하는 피아니스트 김혜원은 3곡 '흥취'의 E단조 저음에서 상행하는 7음의 힘 있는 주제와, 이것이 점차로 4도 병진행에서 에너지가 증가하고, 아르페지오와 빠른 트레몰로를 통해 흥취를 돋우며 제 모습을 갖추는 과정을 충실하게 관객에게 전달하며 감격을 주었다. 4곡 '나 어릴적'은 담담한 아다지오로 어린시절을 추억하고 있었는데, 프로그램 노트에 작곡가가 '어떤 음악적 기교도 담지 않은' 이라고 적었지만, 쇼팽 연습곡 Op.10 제 3번, '이별의 곡'이 떠오르며 오히려 잔잔한 루바토로 더욱 풍부히 노래하는 기법과 기술이 담뿍 담겨있었다. 

 

두 번째 순서는 장대훈 작곡가의 피아노 솔로를 위한 <나비효과>(2023, 초연)였다. 연주 전 곡 설명에서 장대훈은 "평소 곡을 다 쓰면 아들에게 꼭 들려주는데, 이전에는 '아빠 무서워', '아빠 이상해'하던 아들이 이번에는 '응, 좀 낫네'라고 말했다"며 관객에게 웃음을 주었다. 좀 나은 '나비효과'를 연주하는 최민혜 피아니스트의 리허설을 본 후, 연주회 전 복도에서 만나서 물어봤을 때 "흐, 어려워요"라고 했기에 본 공연이 더욱 기대가 되었다. 나비의 날개짓인 B단조의 작은주제는 미니멀리즘 음악처럼 빠르게 반복되며 증폭되어 점차로 선율을 하나씩 만들어냈다.

 

수열에 의해 음이 더해지는 만큼 점점 대담한 선율과 음의 다이내믹이 사용되며, 음은 겹쳐 화음을 만들고 도약해 새로운 지점에 이른다. 연주자가 악보를 보는 모습은 곡에 따라 또 연주자에 따라 참 다양한데, 부단히 똑같이 반복되는 16분음표 속에서 명징한 선율을 들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최민혜 피아니스트의 옆모습과 몸짓, 그 소리의 조화를 아마도 작곡가의 똘똘한 아들은 예상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북경에서의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뉴욕에서는 태풍을 만들 수 있다는 나비효과와 카오스 이론을 곡과 연주는 피아노의 투명한 음색과 더불어 잘 드러내주었다. 

 

다음 순서인 백자영의 <Clouds>(2023, 초연)는 네 손을 위한 곡, 즉 두 명 연주자가 연주하는 피아노 연탄곡이었다. 출산을 2주 앞둔 백자영 작곡가는 차분한 어조로 노을에 비친 빨간색 구름을 2-3분 찬찬히 본 적 있다고 작품착상을 설명했다. 현대음악 스타일의 다섯 악장의 곡으로 곡 전체에 처음 영감을 준 1악장 ' red clouds'는 햇빛에 비친 구름을 고음 햇빛과 저음 그림자로 시작해 빠른 상행 음계와 트릴로 나타냈다. 김혜원 김민환 두 피아니스트는 곡 전반에서 의도적으로 페달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그럼으로써 구름을 이루는 물의 입자적 성분을 표현한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담한 공연장 크기에 소리가 울리는 것보다 그 건조한 느낌이 오히려 적합했다.

 

2악장 'hidden clouds'는 구름 뒤에 숨어있는 다른 구름을 피아노 상성과 하성의 반진행으로 표현하여 재미를 주었다. 3악장 'baby clouds'는 꾸밈음을 동반한 간헐적인 짧은 음의 움직임이 아기 걸음마같은 느낌을 준다. 이것에 이어 4악장 'running clouds'는 앞 3악장보다는 약간 빠른 템포에서 저음이 옥타브로 한 구역씩 뛰어가고 상성은 이따금의 날카로운 화음으로 구름의 충돌과 부서지는 얼음 같은 인상을 준다. 마지막 5악장 'dancing clouds'에서야 드디어 감미로운 피아노의 페달음색을 듣게 되는데 이것이 도착했다는 안도감을 주며, 극저음과 극고음의 대조가 주는 깊이감이 구름의 인생길 같은 인상을 준다. 

 

인터미션 후 박순영의 피아노 독주곡 <위로(Consolation)>(2018 / rev.2023 편곡)이 연주되었다. "나도 위로 받고 관객에게도 위로를 주고자 '앙상블 위로'와의 작업으로 쓰게 된 곡에 제목을 붙이게 되었다"고 연주에 앞서서 박순영 작곡가는 곡 설명을 하였다. 2018년 플룻과 클라리넷 듀오로 처음 씌여진 곡 답게 선율선은 긴 호흡의 아르페지오와 도약음형이 많았는데, 이것이 이날 연주회의 다른 피아노곡과는 다른 특색을 주며, 한 자아 내면의 울림이 파장을 만들고 변화를 꾀하며 역동하는 과정을 표현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hnZcnhfGopk

박순영 작곡 '위로(Consolation)', 피아노 김민환

 

원곡을 개작한 '개작초연'이 아니라, 이번 피아노 버전은 '편곡'이라고 표현했는데, 원곡의 마디수나 악장, 선율 전개 등 구성방식을 그대로 두고 피아노를 위한 기교와 화음을 넣었으며, 이 곡은 이미 초연단계는 거쳤다는 의미로 작곡가는 '편곡'이라는 표현을 썼다. 연습 과정에서 박순영의 무반주 첼로를 위한 '위로'(2021)를 검색해 들어보고, 첼로연주의 엄격함과는 다르게 좀더 풍성한 연주를 도모했다는 피아니스트 김민환은, 듀오곡의 주고받음이 정직하게 피아니스트의 왼손과 오른손으로 이동되고 살펴보면 국악과 재즈의 느낌도 있는 이 작품을 진지하고도 감수성어린 연주로 잘 살려주었다.

 

다음으로 이재구의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소품 <너에 다다르다>(2021/2023 개작초연)는 매우 로맨틱하고도 철학적인 작품이었다. 김진선 사진작가의 '너에 다다르다'라는 동명의 사진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쓴 2021년 음악을 이번에 재구성했다. 1곡 '너의 표면'은 처음에 물결같은 음형이 머뭇거리며 인상을 자아내다 흡사 쳄발로나 하프시코드에도 어울릴 것 같은 음형으로 흐름을 멈추기도 하는데, 제목이 '너의 표면'이라고 가슴이 저민다. 어떻게 이렇게 대상의 표면을 자세히도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사유적으로 흐르던 곡은 2곡 '떨림'에서는 아름다운 트레몰로 화음으로 밝은 호수에 이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BVRgLy5RQ3s

이재구 작곡 '너에 다다르다', 피아노 양수아

 

2021년에도 이 작품을 연주한 바 있는 피아니스트 양수아는 한 음 한 음 더욱 열정과 혼을 담아 신중하게 터치하며 곡을 해석해냈다. 원곡이 Attaca없이 흐르는 곡이었는데, 재구성한 이번작품도 어느새 3곡 '그리고 너의 너머에는'으로 와 있었다. 트레몰로는 아르페지오가 되어 산맥을 오르고 F단조 화음은 충만하게 펼쳐져 너의 너머 진정한 너를 찾아와 흐느낀다. Ab장조가 되어 따스하고 잔잔하고 귀중하게 한 음 한 음 마무리짓는다. 작곡가가 연주 전 곡 설명에 " ( 프로그램지에  '너에 다다르다' ) 작품을 싣지 못하여 작사진가에게 미안한대요"라고 말할 때 참 애틋해서 본 리뷰에 사진을 실었다. 이재구와 김진선은 부부사이로 사진-음악 협업프로젝트 '나를 멈춰서게 한 것들'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이 날 대미는 홍윤경의 피아노 네 손을 위한 <Childhood>(2022, 재연)가 장식하였다. 아이가 다섯살 때 친구와 놀이터에서 놀던 모습에서 착상된 곡으로 미스틱한 음계가 피아노의 울림이 잔잔하고도 강렬한 아르페지오를 통해 전개되었다. 흡사 모래를 뿌리거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하며 뛰다 멈추는 것 같은 음의 동작이 증음정 관계를 통해 전체 음역에서 전개된다. 피아니스트 유지현이 상성을 연주하다 피아니스트 이혜경이 상성으로 끼여들고, 유지현이 세워진 피아노 뚜껑을 돌 던지기 하듯 여러번 똑똑 두드린다. 

 

왜 친구관계에도 그렇잖은가. 한 번은 내가 대장이면 그 다음은 친구가 대장인 것. 이 날은 피아노 온의 음악감독인 피아니스트 이혜경이 이 다분히 현대음악적 음향의 작품을 맡아 신중하게 미스테리한 느낌을 주는 음의 진행, 두 아이들의 놀이의 시간이 피아노 음향이 된 작품에서 하성을 맡아 점차로 강화된 화성을 펼쳐나간다. 또한 유지현이 연주하는 초고음의 간헐적인 음은 흩뿌리는 모래일 수 있고, 뜀뛰는 모습을 수도 있다.

 

홍윤경 작곡가가 곡 설명에서 "저는 작곡을 할때 다양한 시작점을 가지고 곡을 시작하는데, 이번 곡은 명확한 시작점을 가졌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 바, 아마도 자신의 아이가 놀기 시작한 데에 친구가 관심을 가지고 합류하여 '놀이'라는 이야기가 전개된 것처럼, 이 피아노 곡도 혼자있었을 그 놀이라는 현상에 작곡가가 끼여들고 개입하여 이 날의 현대음악으로 탄생하고, 관객이 개입하면 음악회가 되는 것이다. 작곡가가 연주자를 통해, 그리고 관객의 감상을 통해 이렇게 음의 세계, 새로운 세계에 동참할 수 있다니 참 즐거운 일이다.  그것을 이렇게 글로 기록해 독자와 만나는 일 또한 즐거운 일인 것이다. 참 놀이다. 

 

김진선 작가 '너에 다다르다'

 

김진선 작가 '너에 다다르다'

 

 

김진선 작가 '너에 다다르다'

mazlae@hanmail.net

 

(공식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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