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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14교향악축제- 임헌정 지휘자, 부천필 고별무대 가슴뭉클한 연주

클래식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4. 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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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헌정 지휘자는 부천필과의 교향악축제 고별 무대에서 가슴뭉클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2014교향악축제> 4월 1일부터 18일까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26회를 맞는 교향악축제에 올해는 18개 국내교향악단이 참가했으며, 베토벤, 브람스부터 백병동, 이영조의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또한 성시연, 여자경 지휘자 두 여성지휘자와 여성협연자들의 활약,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보리스 길트버그의 연주까지 다양한 참여가 돋보였던 축제였다.

<2014교향악축제>의 마지막 날인 4월 18일은 지난 25년간 교향악축제를 함께해온 임헌정 지휘자의 부천필 고별 무대였다. 올 1월 부천필을 사임하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상임을 맡게 된 임헌정 지휘자는 이날 1990년 그가 부천필과 교향악축제에 처음 참가해 찬사를 받았던 브람스 <교향곡 3번>을 연주해 부천필과 함께해온 교향악축제를 되돌아보는 의미 깊은 공연이 되었다.

또한 앵콜 첫곡인 그리그의 <솔베이그의 노래>로 최근 세월호 사건에 대한 가슴 깊은 절절한 애도를 표했는데, 곡이 끝나고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적시기도 했다. 두 번째 앵콜곡인 슈베르트 <음악에 부쳐>에서는 지휘자의 부천필과 음악에 대한 깊은 사랑을, 또한 부천필의 관객과 음악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하며 가슴 뭉클한 현장을 만들어냈다.

첫 순서는 백병동의 <계절그리기>였다. 사실 교향악축제에서 첫 순서정도는 아예 창작곡 순서로 정해 창작음악 작곡과 연주의 활성화를 도모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교향악축제는 관현악의 향연임에도 불구하고 창작 관현악곡 레파토리를 자주 들을 수는 없었다.

백병동의 <계절그리기>는 올해 교향악축제에서 17일 수원시향이 이영조의 <여명>과 함께 몇 안 되는 창작곡이었기에 듣는 기쁨이 컸다. 작품은 시인 유안진의 시 네 개에 곡을 붙였는데, 계절의 감각을 담아내며 간결하고 수채화 같은 색깔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음악은 전체적으로 알반 베르크 풍의 조성이 없는 무조(無調)음악이지만 서정성이 느껴지며, 특히 독창자의 기량을 요구하는 작품이었다. 미국 아칸소 대학의 교수로 세계속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소프라노 박문숙은 높은 도약음과 조성이 없는 불협화음 사이를 넘나들며 절제된 감성과 정확한 기교로 계절의 변화무쌍함을 표현해냈다.

1곡 ‘새봄’, 2곡 '말복날에‘, 3곡 ’가을’, 4곡 ‘눈내리는 밤’이라는 시로 특히 4악장은 의미가 깊게 와닿았다. ‘...이 꿈결에서는/천벌 받을 일마저도/축복받아 마땅할지라...허공에 윙윙 우는/이 내 손 꽉 잡아/천지 자욱히/진혼곡에 잠들게 하라/잠들게 하라’라는 가사가 공교롭게도 최근의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며 곡의 어둡고도 신비로운 F조 종결과 함께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교향악축제에만 네 번째 무대에 서는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77>로 여느 해보다 더욱 열정과 집념이 돋보이는 연주를 보여줬다. 브람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이자 가장 유명하고 사랑 받는 이 작품의 1악장은 협주곡 전주라 하기엔 무척 웅장하고 긴 길이의 전주부를 가지는데, 그 전주를 지난 첫 도입에서 백주영은 모든 고난을 뚫고, 혹은 뚫겠다는 의지를 가진 한 외로운 자아의 처절한 외침 같은 바이올린 선율로 들려주었다.

그녀의 연주는 2악장과 3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서정성과 기교가 한데 어우러지며, 힘차고 명징한 보잉과 심금을 울릴 것 같은 비브라토로 빼어난 연주를 보여주었다. 이날 감동적인 장면은 앵콜에서 더욱 뜨거웠다. 긴 한숨을 쉰 후 백주영은 최근의 세월호 참사로 젊은 시절 꽃피워보지 못하고 희생된 학생들에게 바친다는 설명과 함께 에른스트의 <한여름의 마지막 장미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연주했다.

▲ 올 1월 부천필을 사임하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상임을 맡게 된 임헌정 지휘자.
ⓒ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중음주법, 아르페지오, 왼손 핑거링과 동시에 피치카토로 멜로디를 만드는 고난이도 테크닉이 파가니니를 연상시키는 작품이었다. 두번째 앵콜은 앞 변주곡과 비슷한 기교의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주여 임하소서> 메들리였다. 높은 기교의 연주에 감탄한 마음과 함께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마음으로 앵콜이 끝나자 연주회장은 박수와 함께 숙연해졌다.

후반부의 브람스 <교향곡 제3번 F장조 Op.90> 연주는 올해 교향악축제 동안 다른 교향악단이 말러, 차이콥스키, 시벨리우스 등 후기낭만파의 스케일 큰 교향곡들로 선곡한데 반해, 오히려 고전 교향곡의 전형성을 보여주며 초심으로 돌아가는 훌륭한 선택이었다. 1악장은 금관의 F조 힘찬 화음으로 시작해 시원한 대평원을 가르는 듯한 현악의 진행감이 좋았다. 2악장은 조화로운 목관의 주요선율 사이에 현악기 고음이 균형을 이루었다.

3악장은 일반적인 교향곡처럼 스케르초가 아니라 춤곡형식인데, 첼로 고음역으로 표현되는 제1주제가 아름답다. 4악장은 조용한 웅얼거림으로 시작해 영웅적인 투지가 엿보이는 진행부를 거쳐 광명을 찾은 만족감이 느껴지는 F장조의 환희에 찬 마지막 부분까지 부천필은 임헌정과 함께 과하게 힘을 주거나 하지 않고 안정되고 조화로운 모습으로 연주했다. 이날 전반부 백병동 작품의 마지막과 이 작품 모두 아주 비슷한 느낌의 F조 으뜸화음 코드로 끝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유독 눈에 띄었다.

최근 사건으로 여러 공연과 축하무대, 기념식이 취소되는 가운데, 2014교향악축제는 예정대로 진행되며 공연의 참의미를 보여주었다. 각종 재난 시에 가장먼저 일정의 변동 등 타격을 받는 분야가 공연 예술 분야이다. 하지만 1년을 기다려온 행사와 관객의 입장도 헤아릴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교향악축제 기간의 후반부 이틀은 숙연한 분위기 속에 준비된 행사는 그대로 하되 17일 김대진 지휘의 수원시향처럼 박수 없이 앵콜을 하지 않거나, 18일 임헌정과 부천필처럼 <솔베이그의 노래>, 그리고 협연자 백주영과 같은 앵콜곡을 준비해 공연의 의미를 다잡고 진행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 하겠다.

아무쪼록 내년도 교향악축제는 임헌정지휘자가 코리안심포니의 선장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본다. 지난 15일 군포프라임필하모닉의 연주에서 한 노관객은 “오케스트라가 지휘자를 잘 만나니 저렇게 발전한다”고 평했다. 또한 18일 부천필 연주에선 예술의전당 후원회 이사인 강신장이 앵콜인 솔베이그의 노래를 들은 후 “올해의 앵콜”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진도여객선 세월호 사건에서도 보듯, 우리 모두는 좋은 선장이 되어야하고 좋은 선장을 만나야 한다. 숙연한 기분의 일주일이다. 아무쪼록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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