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의 일렉트릭 챔버 앙상블 <뱅 온 어 캔 올스타>. 일상의 소리를 소재로
대중에게 어필하는 획기적인 전자음악 콘서트를 펼친다. ⓒ LG아트센터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미국 뉴욕의 일렉트릭 챔버 앙상블 <뱅 온 어 캔 올스타(Bang On A Can All Stars)>가 LG아트센터에서 4월 2일 공연했다.

1992년 결성된 <뱅 온 어 캔 올스타>는 미국의 작곡가그룹 <뱅 온 어 캔(Bang On A Can)>의 연주단체로 일상의 소리를 소재로 대중에게 어필하는 획기적인 전자음악 콘서트를 펼치는 미국 뉴욕의 일렉트릭 챔버 앙상블이다. 첼로(애쉴리 배스케이트), 더블 베이스(로버트 블랙), 피아노(비키 차우), 퍼커션(데이빗 코씬), 기타(마크 스튜어트), 클라리넷(켄 톰슨)의 6명 주자와 사운드 엔지니어(앤드류 코튼)로 구성되어 있다.

1980년대 뉴욕 음악계의 아카데믹한 ‘업 타운’ 음악과 이스트 빌리지의 아방가르드한 ‘다운 타운’ 음악의 대립구도를 깨고자 예일대 출신의 마이클 고든, 데이빗 랭, 줄리아 울프 세 명의 작곡가가 1987년 12시간 동안 실험음악을 연주하는 ‘마라톤 콘서트’인 <뱅 온 어 캔(필자 주: 작곡가들이 일제히 모여 깡통 캔을 두드리듯 새로운 음악을 하겠다는 의미의 타이틀)>을 열었다. 첫 실험인데도 스티브 라이히, 존 케이지 등의 거장 작곡가를 비롯한 400여 명의 관객이 모여들어 열광했다. 이후 마라톤 콘서트는 25년이 넘는 지금은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 앞 윈터 가든에서 열리고 5천 명이 넘는 관객이 모여드는 뉴욕의 연례행사가 되었다.

이들은 올해 한국 첫 번째 방문이며 서울공연에 앞서 통영 국제 음악제(TIMF)에서 2회의 공연과 1회의 강연으로 한국관객에게 그들의 음악을 어필했다. <뱅 온 어 캔 올스타>의 4월 2일 LG아트센터 공연은 한마디로 ‘실험정신이 대중을 감싸 안은’ 공연이었다. 학구적이면서도 강렬한 실험정신으로 자유를 찾은 음악들로 가득했다.

전반부는 <뱅 온 어 캔> 창단멤버인 세 명 작곡가의 작품이었다. 첫 번째 데이빗 랭의 <속이기, 거짓말하기, 훔치기>(1995)는 작곡가가 난해한 작곡의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을 대장장이가 쇠를 담금질하는 듯한 ‘브레이크 드럼’ 두 대의 소리와 피아노, 첼로, 마림바, 클라리넷의 비르투오조적 선율로 표현했다. 무대 양 끝에서 서로 바라보며 계속적으로 ‘탁, 탁’ 치며 연주되는 브레이크 드럼 소리가 마치 정신 차리라고 각성시키는 불교의 목탁소리나 어깨를 내리치는 철퇴 소리처럼 강한 인상을 남겼다. 

▲ 작곡그룹 <뱅 온 어 캔>의 마이클 고든, 데이빗 랭, 줄리아 울프. 1987년 12시간 동안
실험음악을 연주하는 ‘마라톤 콘서트’인 <뱅 온 어 캔>으로 뉴욕 음악계에 일대
풍파를 일으키며 지금까지 획기적인 음악과 활동을 펼치고 있다. ⓒ LG아트센터


마이클 고든의 <매들린을 위하여>(2009)는 어머니를 기리며 쓴 곡으로, 여섯 악기의 글리산도 음형의 잔잔함, 일렉 기타의 그림자처럼 어른거리는 몽롱한 선율이 특징이었다. 줄리아 울프의 <믿음>(1997)은 곡 작업 당시 존 레논의 “Tomorrow never knows"을 들으면서 받은 영감을 표현하고 곡 제목을 작품이 끝난 후에 붙였다. ‘믿기는 어렵고 믿으면 자유롭다’는 작곡가의 강한 신념을 악기들의 빠른 리듬과 트레몰로, 트릴 등으로 표현한 격렬함이 돋보였다.

이날 연주회는 후반부가 더 인상적이었는데, 여러 명의 작곡가가 각각 일상의 소리를 직접 녹음하거나 음반이나 영화 등에서 발견한 소리를 자신의 음악으로 재창조해내는 컨셉의 ‘필드 레코딩’이라는 <뱅 온 어 캔>의 최근 프로젝트였다. 이날은 9명 작곡가의 서로 다른 스타일의 음악이 60분 동안 펼쳐지며, 서로 다른 시각과 음악소재를 녹음하는 방식이 때론 영상과 함께 해 보는 즐거움까지 있었다.

줄리아 울프의 <Reeling>은 제목처럼 실타래가 빙글빙글 감기듯, 민속선율이 기타와 목소리의 웅얼거리는 음절소리로 가볍게 주제선율을 반복하는 형태였다. 다음으로 플로랑 기스의 <An Open Cage>는 존 케이지의 <일기: 세상을 더 좋게 하는 법(당신은 더 악화시킬 뿐일텐데)> 중 8번째 부분의 텍스트를 녹음해 테잎 소리로 사용하고 여기에 악기들이 특히 기타와 색소폰이 주요선율을 연주하며 텍스트의 사유적인 느낌을 살려낸다. 존 케이지가 미국의 정치, 언어, 음악, 쇤베르크에 대한 기억, 뉴욕의 일상 등에 대해 쓴 일기로 작업을 하며 작곡가도 마치 존 케이지와 함께 시간을 보낸 것처럼 느껴졌다고 프로그램 노트에 쓴 것이 인상적이었다.

크리스찬 마클레이의 <Fade to Slide>는 빠르게 연결되는 헐리우드 영화의 짧은 장면들을 연주자들이 음악, 음향 등으로 재빠르게 해석해 연주하는 특이한 방식이었다. 서로 다른 필름이 관련을 갖는 전체 스토리로 이어지도록 편집된 것도 재미있지만, 이것을 6명 연주자들이 스크린과 모니터를 쳐다보며 화면의 액션에 딱 들어맞게 무섭거나 바쁜 장면에서는 트릴, 트레몰로, 격렬한 아르페지오 등으로, 커피를 마시거나 한적하고 즐거운 장면에서는 부점 리듬, 경쾌한 리듬과 밝은 선율로 연주하면서 마치 무성영화의 ‘음악’연사처럼 해설해 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 크리스찬 마클레이의 . 빠르게 연결되는 헐리우드 영화의
짧은 장면들을 연주자들이 음악, 음향 등으로 재빠르게 해석해 연주한다. ⓒ LG아트센터


토드 레이놀즈의 <Seven Sundays>는 작곡가가 어린 시절 미국 서부와 남부에서 자라며 일요일 오후 교회 설교를 듣던 때의 감상을 표현했다. 1930년대부터 50년대 사이 여러 목사와 장로의 설교 녹음이 강렬한 에너지의 하이톤으로 들리는 가운데, 악기들도 클라리넷의 높은 음, 피아노의 저음 등 강한 에너지로 연설을 그린다.

스티브 라이히의 <The Cave of Machpelah)>는 라이히의 아내 베릴 코롯이 쓴 리브레토에 맞춰 쓴 3막짜리 멀티미디어 오페라(1993년 초연) 중 3막의 마지막 장면이다. 성경내용 중 아브라함이 아내 사라의 장사를 치른 동굴에 대한 내용을 베이스 클라리넷의 낮은 저음과 어슴프레하고 희뿌연 이미지로 표현한 곡이었다.

마이클 고든의 <Gene takes a drink>는 고양이 Gene에게 카메라를 달아 촬영한 작은 단위로 반복하는 영상과 그것을 표현한 미니멀한 음악의 조화가 돋보였다. 클라리넷과 마림바의 3도 음정 관계로 무궁동처럼 반복되는 음형과 피아노와 첼로의 동음반복 반주가 절묘하게 고양이가 본 세상의 모습과 맞닿아 있었다. 풀밭의 풀들이 눈 가까이에 확대되어 이리저리 퍼지는 모습, 공원의 풍광이 바닥높이에서 빠르게 회전하며 도는 모습은 고양이의 움직임이 아니면 얻어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는데, 그것을 ‘고양이가 술을 먹었다’라고 표현한 제목이 재치 있게 느껴졌다.

김인현의 <Feel my awareness>는 서울과 뉴욕의 바쁘고 공허하고 적막한 도시의 삶과 느낌에 대해 영상과 음악으로 잘 표현했다. 지하철 창문 밖으로 보이는 도시 빌딩들의 높은 첨마루와 풍경을 롱 테이크의 영상으로 촬영했으며, 음악은 빠른 음표로 모든 악기가 일제히 상행하고 하행하는 움직임을 보이다가 현기증이 나듯 클라리넷의 높은 지속음이 이어지더니 마지막에는 지하철이 강으로 풍덩 빠지고 음악도 저음으로 쿵쾅거리며 종결되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데이빗 랭의 <unused swan>은 악기들의 지속음 반주 위에 무대 왼편에서 쇠사슬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나는 소리가 리버브되어 다양한 선율과 리듬으로 음악을 이끌어가는 특이한 작품이었다. 티욘다이 브랙스턴의 <Casino Trem>은 뉴욕 퀸스의 새로 개장한 카지노에 대한 우려의 감정을 가진 작곡가가 그곳을 방문해 여러 대의 슬롯머신이 내는 ‘장조의 아르페지오 합창’을 녹음해 음원으로 사용했다. 도시의 가장 슬픈 장소가 아이러니하게도 즐거운 합창소리를 내고, 뷔페 음식은 그래도 훌륭하더라는 작곡가의 감정이 녹음음원과 악기들의 빠른 패시지의 그로테스크한 음악으로 잘 나타났다.

닉 자무토의 <Real Beauty Turns>는 헤어드라이, 스프레이, 화장품 등의 사용으로 아름다움을 향상시키려는 여러 TV광고 속 여성들의 모습을 짜깁기해 풍자하고, 영상에 맞추어 리드미컬하고 코믹하게 표현한 팝 스타일 음악의 일치가 무척 재미있다. 처음과 마지막 장면은 작고 어여쁜 목각인형이 반대편에서 화면 쪽으로 회전하며 단아한 얼굴모습을 보여준다.

이어 부풀린 머리, 제모, 눈썹, 파운데이션 등으로 한 겹씩 원래의 자신과 다른 모습으로 변신된 여성들의 모습이 화면 반대편에서 화면 쪽으로 회전하는 순간, “Real Beauty Turns!"라는 경쾌한 문구가 화면에 보이며, 모든 악기주자들도 반주와 동시에 이 문구를 경쾌하게 외친다. 여성들이 예뻐 보이려고 하는 바쁜 행동과 시간의 쫓김을 클라리넷과 피아노, 마림바, 기타의 빠른 리듬과 오밀조밀한 아르페지오 음형으로 표현하면서 동시에 퍼커션의 경쾌하고 당당한 리듬으로 받쳐주어 여성들의 상황을 딱 그대로 표현한 느낌을 주면서 재미있었다.

▲ <뱅 온 어 캔 올스타>의 이번 한국공연을 성사시킨 작곡가 김인현. ⓒ LG아트센터

이 날의 공연은 전체적으로 흔히 알던 클래식이나 현대음악과 대중음악, 팝음악의 모든 경계를 허물면서 어떤 주제를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굳이 장르의 경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각 작곡가들의 주제와 소재를 음악과 필요에 따라 영상으로 표현하는데 무척 주제와 소재에 대해 서술적이고 느낌을 음악으로 그대로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잘 표현하고 있었다. 따라서 아마도 클래식이나 현대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 음악이 무엇을 표현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듣기 쉽게 보여주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 중 한명은 “음악들이 마치 장면음악 같았다”는 표현을 했다. 음악들이 확실히 학구적인 현대음악이나 전자음악처럼 하나의 주제를 응집력 있게 발전시키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완전히 대중음악처럼 흥겹고 감미로운 멜로디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 자체가 이들 작곡가들의 지향점이고 추구하는 바라면, 이런 스타일을 마치 장면음악이라는 말로 ‘독립되지 못한 음악’으로 격하시키기에는 이들의 음악은 작곡가의 사상과 사회문제 등을 짜임새 있는 테크닉과 깊이 있는 음악으로 충분히 표현하고 있었다.

25년 전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 어느 쪽에도 속하기를 거부했던 뉴욕의 작곡가 그룹 <뱅 온 어 캔>은 세계를 누비는 ‘뱅 온 어 캔 올스타’ 공연 뿐 아니라, 여러 작곡가의 실험음악을 12시간 동안 릴레이로 연주하는 ‘마라톤 콘서트’, 생소한 현대음악을 길거리를 다니며 밴드로 들려주는 ‘아스팔트 오케스트라’, 일반인 기부로 신진 작곡가의 작품을 위촉하는 ‘People's Commissioning Fund', 젊은 작곡가들을 양성하는 ‘썸머 뮤직 페스티벌’ 등 여러 커다란 행사를 운영하는 이제는 수백만 불로 운영되는 거대 엔터프라이즈로 성장했다.

현대음악과 실험음악의 여건이 많이 나아졌어도 아직도 소수의 음악, ‘그들만의 음악’으로 여겨지는 한국 땅에서 많이 생각하고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다. 대중들이 더욱 다양한 볼거리, 들을 거리에 많이 노출되고 가늠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기도록 의식 있는 예술가, 작곡가들, 특히 ‘젊은’ 창작자 그룹이 많이 양산되고 그들 스스로도 많은 다양한 시도를 해보아야 할 것이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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