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흐 〈기도>로 구바이둘리나의 영면을 추모하며, 〈동화시〉·〈신의 진노〉 국내 초연
● 정치적 이념을 뛰어넘어 그녀의 음악 세계를 지지했던 쇼스타코비치, 피아니스트 신창용이 피아노 협주곡 2번 협연
● KCO 61년의 앙상블, 동시대 음악이 던지는 가장 날카로운 질문과 정면으로 호흡하다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orean Chamber Orchestra, 이하 KCO)가 지난 4월 26일, 〈소피아 구바이둘리나 &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작고한 작곡가를 기리는 이번 무대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그녀가 평생 음악으로 던져온 질문들을 국내 관객에게 처음으로 정면에서 소개한 자리였다.
공연은 에르스트 블로흐의 〈기도(Prayer)〉로 막을 올렸다. 구바이둘리나의 안식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선택한 첫 곡이었다. 이어 피아니스트 신창용이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하였다.
생전 구바이둘리나의 음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후원했던 쇼스타코비치를 프로그램 안에 기획은 음악사적 연대와 신념을 무대 위에서 되살려내는 섬세한 설계였다.
공연의 정점은 구바이둘리나의 〈동화시(Fairy Tale Poem)〉와 〈신의 진노(The Wrath of God)〉 국내 초연이었다. 기도로 시작해, 지지자의 언어를 거쳐, 그녀 자신의 음악으로 마무리되는 이 흐름은 단순한 프로그램 구성이 아니었다.
혼란한 시대상 앞에서도 자신의 음악적 언어를 끝까지 지켜낸 한 작곡가의 삶이 무대 위에서 하나의 서사로 완성됐다.
박태영 지휘 아래 KCO는 챔버오케스트라만이 구현할 수 있는 투명한 사운드와 정밀한 앙상블로 두 초연 작품을 소화했다.
세밀한 음색의 변화와 유기적인 호흡은 현대 레퍼토리가 요구하는 높은 집중도를 채워냈으며, 대편성 못지않은 긴장감과 밀도로 객석을 압도했다.
1965년 창단 이후 61년을 이어온 KCO는 이번 무대를 통해 오랜 시간이 쌓아온 앙상블의 힘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김 민 음악감독은 "현대 음악도 관객들에게 충분한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구바이둘리나의 음악이 오늘의 청중과 여전히 살아있는 언어로 만날 수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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