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아볼로 공연의 첫번째 무대 '플루이드 인피니티즈'. 우주를 정복한 인간의 꿈을
건축적 구조물과 몸의 다채로운 형태로 표현한다.ⓒ ETM코리아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디아볼로‘ 내한공연이 11월 3일부터 7일까지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많은 관객들의 관심아래 공연되었다.
1992년 프랑스 출신의 자크 에임(Jacques Heim) 예술감독이 미국 LA에서 설립한 디아볼로((DIAVOLO-Architecture in Motion)는 발레, 현대무용, 무술, 암벽등반 등 인간의 움직임이 포함하는 모든 장르를 담아내며, 건축, 음악, 무용, 철학 등 여러 분야가 접목된 그야말로 융복합 예술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디아볼로는 지난 2007년 LA시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팀명 Diavolo의 접두어 ‘디아’는 스페인어로 ‘하루’, 그리스어 접두사로 ’더 큰 장애물로‘를 의미하며, ’볼로‘는 라틴어로 ’날아오르다‘를 의미한다. 디아볼로는 “항상 쉬지 않고, 도전하며 날아오르다”라는 뜻으로, 우리 삶 속에서 한계와 장애물을 극복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공연을 10분쯤 보면, 벌써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스타일의 공연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현대무용, 발레 등의 장르를 넘어서, 신체의 아름다움과 조형미, 특히 군무를 통한 건축물과 같은 여러 대형을 이루며 힘의 균형을 보여준다. 여기에, 이번 내한공연은 전체 3장으로, 인류의 우주발견, 사랑과 꿈, 자아발견의 항해 순으로 인간존재에 대한 철학이 있는 드라마로 점층적인 구성력이 돋보였다.
프로그램1 ‘플루이드 인피니티즈(Fluid Infinites)는 한국에 처음 선보이는 최신작으로, LA 필하모닉이 위촉한 “시간의 공간(L’ESPACE DU TEMPS)”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미니멀리즘의 대표 작곡가 ‘필립 글라스(Philip Glass)’의 심포니 3번 현악오케스트라의 반복적이면서도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거대한 느낌과 독주 바이올린의 꿈꾸듯 피어오르는 음악이 우주를 발견한 인간의 숙명을 표현한 다채로운 움직임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무대 오른쪽에는 높고 투명한 로켓형태 구조물이, 가운데에는 작은 원형 구멍이 여러 개 뚫려있는 우주선, 달, 혹은 벌집형태의 반구형 구조물이 있다. 그 구조물들 사이로, 구멍 사이로 무용수들은 천천히 동작을 음미하면서, 미 항공우주국 N.A.S.A.와 우주비행사의 소통을 표현한다.
로켓 구조물이 반구형 구조물 앞으로 옮겨져 여성무용수가 그 속에 들어가 퍼포먼스를 펼치며 무용수들은 우주 구조물들과 자신의 몸 사이에서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를 끊임없이 제기한다. 또한 살색, 황금색으로 인체 색에 신경다발이나 근육의 굴곡을 그린 의상이 몸의 움직임을 더욱 극대화한다. 매순간 쉬지 않고 변화하는 역동적인 음악 속에서 움직임에의 탐구가 계속된다.
의미 있는 것은, 이들 움직임의 탐구가 소위 말하는 현학적인 ‘추구’ 혹은 연구, 탐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의미화 되고, 시종일관 관객의 눈길을 끌어당긴다는 것이다.
▲ 'D2R'. 삶의 혼돈 속 질서를 향한 분투를 못과 같은
나무가 박힌 판자속에서 표현한다. ⓒ ETM코리아
프로그램2는 당초 계획되었던 ‘휴마시나(Humacina)’ 무대세트가 내한공연을 위해 배로 운반도중 분실되어, ‘디투알(D2R)’과 ‘녹턴’으로 교체되었다. ‘디투알(D2R)’이 시작되면, 무대 가운데 큰 나무판자에 높은 길이의 막대 수십 개가 위협적으로 박혀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나 불구덩이를 걷는 선지자를 연상케 한다. 군대의 힘찬 구령소리로 시작해 박진감 넘치는 비트와 합창, 사이렌 소리로 장대한 스케일의 음악이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박진감을 더한다.
군인들이 수십 가지 전투대형을 이루듯이, 좁고 위험한 못이 박힌 나무판자에서 빠르게 오르내리고 휘돌며, 갖가지 다채로운 형태를 만든다. 인간의 도전, 불굴의 정신을 보여준다. 무용수 여러 명이 아래에서부터 첩첩이 쌓이고, 물구나무로 서로 겹쳐 쌓이는 모습이 무척 경이롭다. 마지막의 사이렌 소리가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다음 작품인 ‘녹턴(Nocturn)'은 남녀무용수 두 명의 발레형태로 남녀의 만남부터 6년간의 사랑을 6분의 작품으로 선보였다.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한 사운드가 들리고, 남자가 여행 가방을 무대 가운데 문 밖에 둔다. 그 작은 가방에서 손이 밖으로 나오더니 여자가 나온다. 문을 사이에 두고 여자의 상체가 왼쪽에, 남자의 하체가 문의 오른쪽 편에 마치 상체가 긴 여자처럼 잘려 보이는 착각을 주더니, 문에서 걸어나오는 것은 남자의 다리였다.
기계체조 중 도마 종목에서처럼 무대 가운데 문을 도마 삼아 문 위로 오르고, 돌고, 훨훨 날아오르며 아름다운 사랑의 춤사위를 펼친다. 여기에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의 꿈꾸는 듯한 감미로운 아리아도 무용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준다.
3장 트라젝투아르(Trajectoire)는 이번 공연의 백미로서 예술성이 가장 뛰어났다. 인생의 여정을 ‘시계’와 ‘배’를 통한 모험과 도전으로 표현했다. 종탑시계의 아랫부분 같은 노란색 불빛의 반원형 구조물에 시계추 혹은 시침과 분침처럼 두 여성무용수가 움직인다. 바깥쪽의 여성무용수 동작을 반대편에 그림자로 비추이는 여성무용수가 거울처럼 모방한다. 배경음악의 시계 종탑음이 의미심장하다.
▲ 디아볼로 내한공연의 마지막 작품 '트라젝투아르'. 배형태의 구조물 위에서
하늘을 나르는 다채로운 움직임과 힘의 균형을 보여준다. ⓒ ETM코리아
곧, 배를 연상시키는 큰 반원형 구조물 전체의 모습이 드러난다. 배는 어떠한 외부의 물리적 동력원 없이 오로지 무용수들의 합동된 움직임과 힘의 균형만으로 흔들거린다. 리듬에 맞추어 무용수들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배도 오른쪽으로 기울고, 한명씩 서서히 왼쪽으로 가면 배도 왼쪽으로 기운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무용수들이 배의 가운데 균형지점에 서면 순식간에 배가 멈추는 모습이 대단히 신기했다. 이 움직임에 맞추어 여성의 허밍음과 하프류 악기의 몽환적인 음악이 인생의 고독함과 애상감을 느끼게 하며 무척 감성을 자극한다.
양 옆으로 흔들거리던 배를 90도 회전해서 배가 관객 쪽을 향해 기울며 흔들거리기 시작한다. 멈추지 않고 쉴 새 없이 위협적으로 흔들리며 수직에 가까운 급경사가 되면, 보는 이의 마음도 공포에 가까울 만큼 조마조마하다. 하늘로 치솟은 배의 끄트머리에서 무용수가 대각선 반대편으로 뛰어내리면 경탄을 금치 못한다. 현대음악가 네이슨 왕의 음악은 대항해의 여정과 기대감을 바이올린 독주선율과 긴장감을 형성하는 리듬으로 잘 표현했다.
한편, 이번 디아볼로 내한공연을 주최한 ETM코리아는 12월 12일 DDP알림1관에서 크로노스 현악사중주단이 연주하는 ‘DDP에서 우주를 듣다’ 공연을 선보인다. 2016년 4월 30일에는 올해에도 옛 서울역사인 문화역서울284에서 선보인 바 있는 ‘Right Now Music 2016' 콘서트를 펼친다.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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