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종일관 잔혹한 공연, 하지만 그들은 늘 뭔가를 마신다 - 한국 벨기에 협력 이미지꼴라주 댄스시어터 '님프(Nymf)' 공연 장면(사진 제공=님프(Nymf)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19금에 김혜경 출연으로 이미 예상은 했었지만 이미지가 너무나 강렬했다. 다른 장르라 비교하긴 좀 그렇지만 영화로 치자면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를 보고난 느낌이라고 할까? 아무튼 끔찍했다.

지난 8월 21일(금)과 22일(토)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서 공연된 한국과 벨기에, 허성임과 김혜경, 최진한 그리고 아바토와 페르메 극단 스테프 레누스 연출이 함께 만든 이미지꼴라주 '님프'는 좀처럼 무대에서 보기 힘든 충격적이고 가학적인 장면들을 많이 담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면 커피메이커 필터 위로 갈아놓은 원두를 붓고 있는 대머리에 푸짐한 몸매를 자랑하는 중년 남성이 보인다. 그리고 또 다른 여성들. 이어 음악과 함께 김혜경과 최진한이 몸을 흔들며 등장한다. 어느 순간 모두는 동작을 멈추고 2명의 남성, 3명의 여성이 모두 자신들의 옷 위로 흰 가운을 덧입는다. 위로 높이 매달린 형광등은 불안하게 깜박거린다.

무대에 선 5명 모두가 각자의 차트를 들고서 뭔가를 볼펜으로 긁적인다. 가운데 가로 세로 높이 2미터 정도 크기의 정육면체 상자 앞면의 커튼이 젖혀지면서 정면의 유리벽 안으로 여고생 교복을 입은 허성임이 제 정신이 아닌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타난다.

▲ 커피메이커 앞에 줄을 선 사람들, 하지만 박스 속 허성임과 합쳐져 뭔가 다른 모습이 연상된다. - 한국 벨기에 협력 이미지꼴라주 댄스시어터 '님프(Nymf)' 공연 장면(사진 제공=님프(Nymf)

유리벽 상자 안에는 낡아보이는 거을린 벽지가 붙은 3면의 벽과 핸드폰을 든 사람 팔의 형상을 한 철제 조각이 있을 뿐. 허성임만이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빨간색 루즈를 코밑으로 양 옆의 빰과 입술, 턱까지 새빨갛게 칠하고 또 그걸 유리벽에 얼굴을 대어 문댄다. 마치 백치를 보는 것 같다.

뭔가 차트에 기록하는듯한 나머지 5명이 커피를 나누며 어느새 유리벽 앞에 모여 허성임을 가린 후 비켜서니 임신한 몸의 발가벗은 허성임이 자신의 배를 계속 어루만지며 광인의 미소를 지으며 앞을 바라본다. 바깥의 흰 가운들은 삼각뿔 모양의 파티 모자를 쓰고 정육면체 좌우 양옆으로 만국기처럼 땡땡이 무늬 삼각깃발을 줄에 매달아 세운다. 한 여자는 풍선을 실컷 불다 날려버린다.

정육면체 유리벽 안의 허성임이 상자 밖 정면으로 2미터쯤 마주한 대머리 남자를 보면서 얼빠진 미소를 지으며 손바닥을 흔들면 런닝 차림의 대머리는 작은 손태극기를 흔들어대며 그에 호응을 한다.

▲ 요정들의 파티, 풍선을 불고 파티모자를 쓰고 만국기를 펄럭인다 - 한국 벨기에 협력 이미지꼴라주 댄스시어터 '님프(Nymf)' 공연 장면(사진 제공=님프(Nymf)

그리고 이젠 완전히 다른 장면으로 넘어간다. 정육면체 상자의 커튼이 다시 쳐지면서 허성임은 보이지 않게 되고, 그 앞 무대에선 어느새 김혜경이 다른 출연진들에 의해 대부분 벗겨지며 사타구니 정도만 가린 상태가 되고 만다.

그런데 그냥 벗겨지기만 하는게 아니다. 하이네켄 캔맥주를 마시는 줄로만 알았는데 김혜경의 입에서는 마치 먹물 같은게 뿜어지며 자신의 알몸을 더럽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출연진들이 양동이를 들고 와서 김혜경의 맨몸에 초록색, 빨간색 물감 칠을 마구 해댄다.

몸 전체가 먹물과 초록, 빨간 물감 등으로 지저분해진 김혜경은 마치 시체와도 같이 널부러진다. 그 상태에서 최진한이 다가와 기괴한 2인무를 추게 된다.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마지막 장면에서의 파드되와도 전혀 다른 분위기. 마치 배두나가 출연한 영화 공기인형에서의 자위인형과의 정사 장면도 떠올랐고, 연극 콜렉터에서의 납치여성 성폭행 장면도 떠올랐다.

▲ 마치 납치된 여성 사체를 유기하는 듯한 장면이다 - 한국 벨기에 협력 이미지꼴라주 댄스시어터 '님프(Nymf)' 공연 장면(사진 제공=님프(Nymf)

마지막 비장의 무기는 역시 랩이었다. 비록 신선하진 않지만 알맞은 선택이었다. 드디어 사타구니를 감싸고 있던 마지막 천조각 마저 벗겨진 완전 자연상태 그대로의 몸이 된 김혜경은 상체에 하얀색 분말로 허옇게 입혀진 상태에서 허리가 굽혀져 투명 랩으로 전체 몸이 감싸여진다. 완전히 랩에 싸여진 고깃덩어리 신세! 그걸 최진한이 핸드폰으로 촬영까지 한다. 굉장히 엽기적이다.

무대 중앙에 유기된 사체마냥 전시된 김혜경 둘레로 금새 화단이 조성되고, 그 위에 조리개로 물도 뿌린다. 커튼이 쳐진 박스에선 왠 연기가 모락모락, 그리곤 매미소리가 무대와 객석을 뒤덮는다. 완전한 여름 분위기다. 박스 정면 커튼이 다시 제쳐지니 박스 안의 허성임도 김혜경과 마찬가지로 전라로 랩에 싸여져 있다. 김혜경이 다시 옷을 입고 최진한과 크고 격렬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마지막엔 박스 안의 허성임이 사연있고 구슬퍼보이는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끝이 난다.

참 가혹하다. 모든 장면들이! 연출가 스테프 레누스는 이 작품 '님프(Nymf)'를 통해 외부인인 자신이 한국에 와서 직접 보고 느낀 개성이 억눌린 한국 여성들을 표현하려 한다고 했는데, 실제 공연된 작품은 그렇게만 보기엔 너무 지나치게 가학적이고 표현이 거칠어서 선뜻 공감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마치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처럼 몹시 불편하고 거북살스러운 거다. 굉장히 잔혹하고 징그러운 공포영화 한 편을 본 것 같기도 하다.

▲ 묘한 마지막 장면, 망가지고 쓰러진 여성들을 보면서 대머리 남성이 뭔가 차트에 기록하고 있다 - 한국 벨기에 협력 이미지꼴라주 댄스시어터 '님프(Nymf)' 공연 장면(사진 제공=님프(Nymf)

이 공연에서의 대부분의 장면들이 그랬지만 특히 광인의 표정을 한 허성임이 알몸으로 임신한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미소짓는 부분과 역시 거의 알몸의 김혜경이 최진한과 사이코드라마 수준의 2인무를 추는 장면이 가장 압권이었다.

특히 이 난이도 높은 2인무는 주연 무용수로 왜 김혜경이 선택되었는가를 확신하게 만들었다. 안은미컴퍼니에서 대표 무용수 남현우와 함께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며, 스스로의 안무에 있어서도 상당한 깊이를 추구하는 김혜경이기에 이번 공연의 완성도를 높여주는데 크게 기여했을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에게도 꽤 소중한 경험이 되었을듯 싶다.

님프(Nymf)는 실제 공연 내용과는 꽤 상반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가장 잘 어울리기도 하는 제목이다. 하지만 보도자료를 통해 미리 소개된 기본적인 내용소개와는 약간 거리가 있어보이는 공연이었다. 차라리 여전히 남성중심 사회에서 관음증, 성상품화, 성폭력 등에 희생되는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표현의 강도를 높여 극대화했다고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 여고생 매춘을 뜻하는 걸까? 교복을 입은 여성이 진한 화장을 하고서 쇼윈도우(?)에 얼굴을 문대고 있다. - 한국 벨기에 협력 이미지꼴라주 댄스시어터 '님프(Nymf)' 공연 장면(사진 제공=님프(Nymf)

이미지꼴라주 형식으로 만든 님프(Nymf), 스테프 레누스가 빚어내는 이미지의 강렬함은 그 자체로도 매우 인상적이다. 다만 보고 있는 관객 입장으로선 매우 불편하다. 마지막 허성임의 구슬픈 노래로는 결코 정화가 되지 않는 찜찜함이 있었다.

이미지의 강렬함으로 인해 실험 작품으로선 제법 성공적일 수도 있지만 너무 하드코어적인 표현으로 인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채 불편한 인상만 남긴다면 지속적으로 공연되긴 쉽지 않을듯 하다. 이번처럼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심각한 잔혹극으로만 일관할 것인지, 뭔가 코믹하거나 다소 희망적인 요소를 집어넣어 변화를 줄지는 내년 하반기 예정된 벨기에 브뤼셀(Brussels)과 메켈른(Mechelen)의 공연을 앞두고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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