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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윤제호 'Sound hue', 색채적 사운드와 함께 숨쉬는 가상의 공간

클래식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12. 2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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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제호 'Soundhue'공연의 첫번째 작품 '선(線)'. ⓒ 최용석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지난 12일과 13일 문래예술공장 박스시어터에서 윤제호의 'Soundhue' 공연이 열렸다. 이번 공연은 서울문화재단 유망예술지원인 MAP(Mullae Arts Plus) 일환으로 진행됐다. 작곡가이며 사운드비주얼아티스트인 윤제호는 평소 빛과 공간을 혼합해 체험하게 하는 작품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 지난 5~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이것을 구현했다.

공연장은 박스시어터의 한 면을 'ㄷ'자 형태로 흰 가벽을 세웠고, 프로젝터로 3면의 벽과 바닥까지 4면에 매 작품의 영상을 투사해 신비로운 섬과 같은 공간을 연출했다. 가운데 벽에서 작곡가 윤제호가 컴퓨터로 음악과 영상을 실시간으로 만들어낸다. 앞쪽 무대 가운데 바닥에는 약 20개의 흰색 등받이 의자에 관객이 앉아서 작품을 편안하게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으며, 동시에 영상이 관객에게 투사되어 관객은 또한 작품의 일부가 된다는 컨셉이다.

이날 공연된 윤제호의 곡은 모두 오디오비주얼 작품들이었다. Max/MSP/Jitter 등으로 만든 사운드와 영상을 Arena와 osc, Max for Live로 실시간 제어한다. 특히 첫번째와 두번째 작품은 작곡가가 음악을 컴퓨터로 실시간으로 만들면서 동시에 음악의 음높이와 소리 세기에 반응하는 추상적인 이미지의 영상을 컴퓨터로 실시간으로 직접 만들어낸다.

첫번째 곡 '선(線)'은 선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주목했다. 갖가지 그래픽적으로 움직이는 선들과 다양한 색감, 그리고 그것들이 음악과 만드는 조화가 중요했다. 파랑색, 보라색 등의 바탕색 안에 흰색선이 복잡한 추상무늬를 만들어낸다. 선이 만드는 공간과 입체감, 그리고 음악으로는 기본파형에서 시작해 점점 복잡해지는 갖가지 파형의 섞임이 비주얼의 움직임과 함께 했다.

두번째 'Sound or Music'은 작곡가가 실시간 코딩으로 만드는 소리와 컴퓨터가 랜덤으로 발생하는 소리들이 섞여 각각의 소리에서 음악으로 되는 과정을 그렸다. 노이즈와 선율적인 모티브가 각각 제시되고 이 둘이 대조-결합하면서 점차로 발전되는데, 무엇이 사운드이고 음악인지의 구분에 대한 고민에서 작품을 시작했다. 영상은 소리의 주파수 분석을 통해 여러 추상적인 이미지와 색조로 표현된다.

세번째 곡 'Sound of Space'는 원래는 특정 공간에 맞춰서 그 공간을 상징하는 곡으로, 이번에는 문래예술공장 버전으로 만들었다. 문래동의 공장을 상징하는 사각형을 이루는 흰 빛이 점층적으로 움직인다. 소리는 그에 따라 문래동의 공장소리 등의 사운드스케이프를 녹음해서 음악을 만들었다. 따라서 첫 두 작품과 다르게 음악과 영상이 실시간으로 직접 연관을 가지는 방식이 아니라, 미리 만들어진 소리와 영상을 각 장면에 맞게 트는 방식이었다.

▲ 'Soundhue' 공연의 마지막 'Maze Composition'. ⓒ 최용석


마지막으로 'Maze Composition'은 가상현실공간의 사운드게임을 구현했다. 작곡가가 작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작업해오던 가상공간에 대한 개념을 적용해 직접 사운드게임 형태로 1년여에 걸쳐 작품을 제작했다. 이날 공연은 작품간 멈춤 없이 이어졌는데, 마지막 작품에서는 관객의 작동방식에 대한 설명을 위해 윤제호가 잠시 음악을 끊고 관객 한명을 무대로 모셨다. 여성 관객이 고글형태의 HMD(Head mounted Display, 머리에 안경처럼 쓰고 보는 영상표시장치)를 머리에 쓰고 윤제호가 만든 가상의 미로공간을 이동하며 심어놓은 사운드를 채집하면서 음악을 실시간으로 만들고, Finish라인을 찾아 움직인다. 여성관객이 Finish라인을 잘 찾지 못해 마무리는 다른 남자관객이 해결해주었다. 관객이 직접 무대에 나와 음악을 만들어간다는 방식에 관객들은 호기심을 가졌으며, 편안한 분위기로 공연의 진행을 지켜봤다.

이번 공연에 대해 윤제호는 "오디오비주얼 작품을 하면서 음악과 영상의 관계, 그리고 일방적인 음악이 아니라 관객이 함께 하는 음악에 고심을 하고 있었다"면서 "이번 공연에서는 무대 위에서 관객이 오브제가 되면서 편안히 음악을 감상하게 했다. 기존의 실험음악이라 하면 어렵고 머리를 쓰며 힘들게 들어야하는 개념이 아니라, 각자만의 감각이 느끼는데로 편안히 감상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마지막 Maze Composition은 특히 관객 각자의 음악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흥미로운 작업이 되도록 했다"고 작곡가가 직접 프로그래밍까지 하며 게임형 사운드공연형태를 개발하고 성취하는 즐거움에 대해 얘기했다.

한편, MAP 2015는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3개월동안 문래예술공장 박스시어터와 스튜디오M30에서 음악/사운드, 전통기반창작예술, 다원예술의 3개 부문에서 11개 공연이 진행된다. 차기공연으로 19일에는 최민석의 '더티블렌드 : 소나티네 레슨', 1월 11일부터 17일까지 업사이클라운드업의 '선유도-소리의 정원'이 공연된다.


mazlae@daum.net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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