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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배정식 사운드아트공연 '공', 8채널 스피커에 퍼져간 물과 소릿결의 잔상

클래식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12. 2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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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6-17일 서교실험예술센터에서 사운드아트공연 '공'을 선보인 배정식 작곡가. ⓒ 류승완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전자음악가이자 사운드 아티스트인 배정식의 사운드아트공연 '공'이 12월 16일과 17일 서교실험예술센터 지하 1층 다목적실에서 열렸다.

이번 공연에서 배정식은 OHP필름과 물, 프로젝터 그리고 8개의 스피커를 통한 8채널 시스템의 새롭고도 진지한 사운드비주얼 공연을 선보였다.

배정식은 그간 국내 전자음악연구집단이 '사운드아트랩'의 주요멤버로 활동하며, 각종 사운드 워크샵과 공연 등에서 활약하며 다채로운 활동을 펼쳐왔다.

평일인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로 진행된 공연은 이름자체로도 '실험'과 '창작'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서교실험예술센터의 예술적 분위기와 함께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소규모 공연을 하기에 결코 크지도 또 작지도 않은 지하 다목적실 1층에 8개의 스피커가 둥그렇게 관객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 안에 관객들은 방석을 깔고 앉아 벽에 기대기도 하고, 어떤 관객은 눕기도 하고 배정식이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사운드의 세계를 온몸으로 흡수했다.

'물'을 주제로 비워내다, 함께 공진하다 등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 제목대로, 배정식이 만들어내는 컴퓨터 사운드와 이미지는 물의 파장처럼 끊어지지 않고 꿈틀대며 계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 배정식은 이번공연에서 8채널스피커를 통한 소리이동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 류승완


처음에 조용히 440Hz(라)보다 약간 높게 들리는 음의 사인파로 지속음이 시작된다. 점차로 리듬분할 되더니 바람소리와 섞이고 이내 8개의 스피커 사이를 소리가 이동한다. 이 스피커 저 스피커에서 왔다갔다 복잡하게 발생하기도 하고 한 방향으로 회전하기도 하는데, 그 소리의 공간이동과 속도감을 확실히 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소리가 한 공간안의 여러 곳에서 발생하고 관객이 자신의 귀로 그것을 찾을 수 있다는 그 느낌이 주는 재미가 확실히 있었다.

소리의 위치이동과 리듬,질감에 빠져들기 시작할 무렵 어두웠던 공연장이 환하게 밝아진다. 요즘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OHP 프로젝터가 관객 뒤쪽에서 무대 앞쪽을 비추는 것이다. 이미지는 그 어떤 특별히 다른 것 없이 오로지 물을 이용해 물이 컴퓨터로 만들어진 각각의 주파수 진동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며 물결이 흔들거리는 그 잔상만을 활용했다.

지금은 파워포인트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때문에 OHP필름 프로젝터는 쓰지 않는다. 하지만 옛 기계를 음악과 만나게 했다는 그 발상이 신선했다. OHP필름 프로젝터와 만나서 프로젝터 밑에 있는 물결이 빛과 그림자로 마치 태양의 코로나 현상처럼 이글거리며 타오르기도 하고,발을 쿵하고 구르면 자연스럽게 물결의 그림자가 공연장 전체를 흔들거리게 한다.

또한 강한 저음의 주파수가 '쿵'하고 발생하면, OHP프로젝터가 그에 반응해 꺼지고 켜지도록 소리와 이미지의 반응성을 주었다. 마치 지구에 태양의 빛이 비춰졌다, 사라지는 개기일식같기도 하고 혹은 정신적인 두려움과 다시 깨어지는 맑은 정신을 대비시킨 듯한 느낌을 주며 다른 작품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오디오비주얼을 선사했다.


▲ 실험음악에 대한 진지함과 동시에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 류승완

'물'이라는 소재가 사운드 공연에 직접 쓰이며 그것도 '이미지'를 발생시키면서 소리와 이미지의 연관관계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소재로 쓰였다는 것에 참신함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다시 지글거리고 째깍거리는 사운드가 스피커를 쪼아대며 8개의 스피커를 몽롱하게 돌아다닌다. 평화로운 종소리같은 느린 음도 발생하고, 그것이 반시계 방향으로 휘돈다. 소리는 물과 함께 귓가에 어른거리고, 재깍거리고, 소리끼리 중첩되어 여러 소리의 층을 만들면서 음악은 움직여간다.

중단 없이 40분간 묵직하고 밀도있게 진행되던 소리에의 탐구가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에서 한 관객이 왜 물을 주제로 했는지 묻자 배정식은 "어렸을 적부터 물을 신기하게 생각했다. 물 위에 떠 있는 기름이 잔잔히 퍼쳐나가는 무늬, 물에 무엇인가가 뿌려졌을 때 퍼져나가는 동심원이 서로 겹쳐 간섭하는 현상 등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빠져들 듯이 다양했다. 내 음악에서도 그런 것을 표현하고 싶다"고 공연의 의도를 말했다.

배정식의 사운드아트공연 '공'은 서울특별시와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소액다컴'의 지원으로이루어졌다.'소액다컴'은 홍대 앞에서 창의적인 문화예술활동을 발굴하는 소액지원사업으로 기존의 복잡한 지원방식에서 탈피하고 어려운 지원제도의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에서 2013년부터 시작됐다.


mazlae@daum.net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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