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아르스노바 : 체임버 콘서트’ 최지연의 <망상> 연주(3월 30일).
에너지의 흐름과 절제, 응축된 힘이 잘 느껴졌다. ⓒ 서울시립교향악단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서울시향 ‘2016 진은숙의 아르스노바(Ars Nova) 1: 체임버 콘서트'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3월 30일 공연되었다.
10년 넘게 진행되어 두꺼운 관객층이 형성된 ‘진은숙의 아르스노바’는 같은 시기 통영에서 진행중인 2016 통영현대음악제와 2016 ISCM세계현대음악제-World Music Day로 많은 현대음악 관객층이 몰려, 공연시작에는 객석이 다소 허전해 보였다. 하지만, 후반부와 공연 후 로비의 북적이는 모습에서 역시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리는 아르스노바 체임버 콘서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아르스노바의 묘미인 진은숙의 렉처는 이날도 어김없이 공연 40분 전인 6시 50분 시작해 20여분간 진행됐다. 프로그램지의 해설과는 또 다른 작곡가와 작곡 배경, 작품감상의 포인트를 렉처를 통해 알 수 있는 즐거움, 그것도 다른 음악회에서는 잘 소개되지 않는 20-21세기 유럽 현대음악의 다양한 소개 때문에 <아르스 노바>의 공연전 렉처는 젊은 작곡학도뿐 아니라 나이 지긋한 음악 애호가, 전문가들도 음악회장에 일찍 발걸음하게 하는 이유이다.
첫 번째 곡은 리게티(1923-2006)가 죄르지 쿠르탁과 함께 공부하던 부다페스트 음악아카데미 학창시절 작곡을 시작해 이후 서른살 무렵 완성한 <첼로 소나타>(1948/1953)였다. 1악장 ‘Dialogo'는 피치카토 중음주법으로 시작해,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첼로는 남녀의 대화처럼 고음역과 저음역을 오가며 대위적인 선율을 연주한다.
2악장 ’Capriccio'는 1악장과 대비적으로 빠르고 기계적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패시지의 연결이었다. 연주의 이상 앤더스는 이 무반주 첼로곡을 객관적인 시선과 공감어린 마음을 섞어 논리적이면서도 단조롭지 않고 깔끔하게 연주했다.
다음으로 최지연(b.1969)의 앙상블을 위한 <망상> (2016)이었다. 공연 전 렉처에서 작곡가는 음향적, 색채적인 작곡법 보다는 음악의 진행을 ‘에너지의 흐름’이라는 측면에서 항상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현악기, 목관, 트럼펫, 드럼, 피아노 등 11주자로 구성되어 긴장감을 가지고 이동을 원하는 지속음, 급격한 하행이나 상행의 빠른 비브라폰, 격렬한 트레몰로의 드럼 등의 운동성으로 격렬한 에너지와 그 흐름을 표현했다.
이전 최지연의 작품들보다 <망상>에서는 프로그램지에도 설명된 바, 최고정점에서 에너지를 폭발시키기보다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에너지를 항상 머금고 자신의 에너지량을 참아낼 수 있는 지속성을 느낄 수 있도록 절제한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 렉처 중인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일반인도 알기 쉽게 현대음악
공연프로그램을 잘 풀어 설명하는 점이 좋다. ⓒ 서울시립교향악단
세 번째 작품은 힌데미트(1895-1963)의 <실내악 1번>(1922)이었다. 힌데미트 역시 다른 독일작곡가들처럼 프랑스 음악에 대한 내밀한 애정을 가졌는데, 이 작품에서도 현악오중주와 관악사중주에 피아노, 타악기, 아코디언을 넣어 레뷰나 보드빌악단처럼 확대시켰다. 고급예술 속에 여흥문화를 집어넣은 것인데, 고전적인 실내악의 직조에 전투적인 군악대, 흥겨운 캬바레풍 음악이 섞여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내었다.
1악장은 격렬한 트릴 위에 목관의 빠른 4개 하행음으로 거칠게 시작되어 실로폰과 타악기 빠른 패시지로 이어져 모방과 반복으로 진행된다. 2악장은 군국주의자에 대한 일종의 패러디로, 군악대 선율을 동기로 민속적 색채로 변주된다. 3악장은 장송곡풍의 느린 선율이 관악기들사이에 대위적으로 변주되는데, 전쟁에 대한 비통한 마음을 그리는 듯하다.
마지막 4악장은 약음기를 낀 현악기들이 빠르지만 피아니시모로 바삐 움직인다. 그 위에 바순, 클라리넷 등이 2도 관계 붓점으로 하행하는 선율로 희롱하듯 노래한다. 이것이 점차 그로테스크한 제스처로 악기간, 3도, 4도 더블링되어 이어지고, 마지막은 시이렌 소리로 마무리되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후반부 첫 번째 곡은 횔러(b.1944)의 다섯연주자들을 위한 <소실점>(2006)이었다. 하나의 꾸밈음을 동반한 피아노선율로 시작해 금새 악기 사이에 모방을 통해 격렬하게 퍼져나간다. 제목처럼 개별 악기의 움직임이 결국엔 하나로 모여지고 다시 펼쳐지기를 반복하며 이것이 나선형구조를 만든다. 나선형 구조라는 예측가능한 규칙성과 그 속에서의 변주에 대한 개별적인 불확실성이 교대로 진행되며 음악을 구성한다.
▲ 살로넨 <마니아>. 오랜 지휘자 경험으로부터 각 악기의 다양한 주법과 악기간 어울림이 느껴졌다.
ⓒ 서울시립교향악단
마지막 곡으로는 살로넨(b.1958)의 독주 첼로와 앙상블을 위한 <마니아>(2000, 한국초연)가 이상 앤더스의 협연으로 연주되었다.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누에고치에서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듯 하나의 주제선율로부터 변용되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간다.
첫음부터 근음관계를 형성하는 깊은 저음과 비브라폰, 마림바, 하프의 신비로운 울림, 현악기 아르페지오로 넓은 스펙트럼의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 이상 앤더스의 첼로선율이 피어오른다. 지글거리는 트레몰로, 트릴과 하행음계의 연속 속에 점차 복잡해지며, 이내 모든 악기들이 독주자처럼 저마다의 선율로 열띠게 서로 경합한다. 마지막 뒤얽힌 선율들은 복잡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나비가 되어 날아오를 때의 강렬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2016 봄을 여는 아르스노바 체임버 공연에 관객들은 열띤 박수로 만족과 감동을 표시했다. ‘2016 진은숙의 아르스노(Ars Nova) 2 : 관현악콘서트’는 4월 5일 저녁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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