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발레단과 황병기 음악의 만남-<아름다운 조우> 공연이 9월 27일과 28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었다. 이번 공연은 2012 국립발레단 창단 50주년 기념 창작 프로젝트 2탄으로 가야금 명장 황병기의 가야금 작품으로 국내외 세 명의 안무가가 창작발레를 구성하여 신선한 무대를 선보였다.

첫 번째 무대는 국립발레단 발레마스터 박일의 안무작 <미친 나비 날아가다>였다. 박일은 그간 발레와 특히 오페라 안무까지 맡아온 경험을 살려서, 황병기의 '아이보개', '전설', '차향이제'를 음악으로 조선조 방랑시인 김삿갓의 이야기를 마치 소리 없는 오페라를 보는 듯한 극적 전개로 재미를 주었다.

▲ 정혜진 '달'. 달을 그리는 여인의 마음을 한국무용과 발레의 접목으로
아름답게 표현하였다. 두 주역 김기완(왼쪽)과 김지영(오른쪽)

또한 올해 <스파르타쿠스>에서 강한 남성발레를 보여주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였던 이동훈의 열연이 돋보였다. 자신이 비판했던 인물이 조부임을 나중에 알고 아픔에 빠진 방랑 시인 김삿갓의 내면을 잘 표현해내었다. 이동훈은 "김삿갓의 현재를 사이에 두고 과거와 미래가 겹치는 작품이다. 국악선율에 적응하는 과정이 처음엔 힘들었지만 점점 익숙해졌고, 무엇보다도 김삿갓의 내면을 잘 표현하려 노력하였다"고 말했다.

김리회 역시 김삿갓의 옆을 지키는 매화 역을 잘 소화해내며 새로운 형태의 창작발레를 무리 없이 잘 소화해내었다. 또한 무대는 전체적으로 커다란 삿갓이 나선형으로 가운데 위치하여 극 전개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었다. 인생의 허무함, 허망함이라는 주제가 발레기술과 오페라 전개의 장면 표현으로 절묘히 결합하고 황병기의 세 가지 음악이 장면별로 잘 표현되어 새로운 장르로서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 정혜진 ‘달’. 둥근 달에 강강술래를 연상시키는 안무
춘향전(가운데 붉은 옷, 김지영) 같은 남녀간의 사랑이 한국무용과 발레의
접목으로 잘 표현되었다.

두 번째 작품은 정혜진의 <달>이었다. 정혜진은 서울예술단 예술 감독이자 중요 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로 이번 작품에서 한국 전통무용방식을 발레에 녹여 선보였다. 음악은 황병기의 '침향무'와 '밤의 소리'로 하여 한국음악과 한국무용을 발레와 잘 접목하여 새로운 발레를 보여주었다.

가야금 음악의 계속되는 3연음부와 강강술래를 연상시키는 여성무용수들의 아름다움과 외로움이 드러나는 동작들이 잘 조화되고 있었다. 작품 맨 마지막 트레몰로 부분은 큰 요동의 움직임이 아니라 남녀간 감정의 잔 물결로 표현된 것이 좋았다. 특히 주인공을 맡은 김지영은 붉은 치마, 옥색 저고리의 춘향 같은 모습으로 한국무용과 발레의 양면을 잘 지닌 채 시종일관 신비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잃지 않았다.

그 파트너 김기완 역시 단단한 체구와 진중한 연기로 이몽룡을 연상시키듯 든든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발레인 듯, 전통무용인 듯한 두 주인공의 2인무가 아름다웠다. 또한 이은원, 박슬기 이 두 명의 주역 무용수 역시 강강술래 장면을 비롯한 여성 군무 파트에서 조화롭게 역할을 다하는 모습이 좋았다.

▲ 니콜라 폴의 ‘Nobody on the road'. 황병기의 ’비단길‘ 음악을 베르그송의 철학으로 접근하여
힘 있고(아래, 정영재) 개성있는 안무로 잘 풀어내었다.

마지막 프랑스 국립발레단 니콜라 폴의 <Nobody on the road>가 이어졌다. 황병기의 '비단길' 을 처음부터 끝까지 발췌나 수정 없이 사용하였으며, 현대 발레다운 동작과 군무의 힘 있는 배치가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 박일의 작품이 드라마적인 발레를, 두 번째 정혜진의 작품이 시적인 발레를 구성하였다면, 이번 니콜라 폴의 작품은 굳이 한국적인, 혹은 이국적인 경계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황병기의 가야금 음악 그대로의 느낌을 발레의 본고장 프랑스 출신다운 안무와 감성으로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해 내어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

무대가 시작하면 무대 뒤편에는 한 여인이 항아리를 든 채 서 있고 다른 남녀 무용수들은 한복을 입은 채 항아리를 든 여인을 둘러싸고 있다. 주변의 무용수들은 두 명씩 짝지어 번갈아가며 무언가를 갈구하는 사지의 움직임을 보이며 몸부림을 친다. 몸부림을 칠 때는 겉옷을 벗고 그 몸짓이 끝나면 다시 옷을 입고, 다음 장면에서 다른 무용수 둘이 같은 몸짓을 하는 식이다.

▲ 니콜라 폴의 ‘Nobody on the road' 마지막 장면
가운데 여인(신승원)이 들고 있던 항아리를 떨어뜨린다.

가운데 선 여인은 이 무용수들이 쓰러지면 하나씩 즈려 밟고 앞으로 담담하게 나아간다. 니콜라 폴은 프로그램 지에 앙리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 소개를 하였는데, 시간 속에서 편력하고 있는 '길' 속에서의 인간의 존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 황병기의 '비단길'의 음악의 움직임과 맞물리며 음악과 안무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맨 마지막 장면에 항아리를 든 여인은 모든 사람을 넘어서서 무대 맨 앞까지 오게 되고, 그녀는 결국 손에 들었던 항아리를 아래로 떨어뜨린다. 여운이 남는 장면이다. 외국인임에도 한국 음악을 음악 그 자체적 관점으로 본질적으로 파악하여 주제를 명확하게 꼬집어 낸 재치 있는 구성력과 탁월한 안무력이 돋보인 작품이다. 또한 정영재의 탄탄한 몸과 힘 있는 동작이 작품과 잘 어울렸다.

전체적으로 이 날 공연은 가야금 선율이 발레로 승화되는 창의적인 작품들이었다. 국립 발레단의 획기적인 기획에 세 명의 개성 있는 안무가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국립발레단의 창단 50주년 첫 번째 작품 <포이즈>에 이어 창작 레파토리 발굴로 참신하고 멋진 무대를 만든 그 기획력이 돋보였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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