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 곳일까. 풍자와 희화가득한 '데드독'의 철골구조물은
교수대, 창문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사진=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영국 니하이 씨어터의 뮤지컬 ‘데드독’이 LG아트센터에서 4월 21일부터 24일까지 인기리에 내한 공연을 마쳤다.
18세기 중반 영국의 시인 존 게이(John Gay)는 당시 왕과 귀족 소재에 지나치게 기교적인 이태리어에 오페라스타일에 반대해 서민오페라인 ‘거지오페라(Beggar‘s Opera)’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200년 후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와 작곡가 쿠르트 바일은 이를 토대로 ‘서푼짜리 오페라(The Threepenny Opera)’를 만들어 20세기 초 자본주의의 허상을 비판했고, 이제 니하이 씨어터는 21세기버전의 거지오페라인 '데드독‘을 만든 것이다.
영국 남서부 해안마을에서 지역주민 대상 워크숍으로 출발해 이제는 영국과 미국, 전 세계를 누비는 ‘니하이씨어터’(Kneehigh Theater)가 제작한 데드독은 헨리 퍼셀의 바로크부터 펑크, 록, 팝의 대중음악까지 아우르며 권위 있는 비평지인 가디언(The Guardian)지로부터 ‘2014년 톱 10 공연’으로 선정되었다.
뮤지컬 ‘데드독’의 무대는 다단 철골구조물로 영국 뒷골목 어두운 사회구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처음부터 무대높이 걸려있는 교수형 밧줄은 무시무시한 결말을 예상시키며 섬뜩하다.
1장은 정어리잡이에서 시작해 정어리판매유통, 화장품, 시멘트까지 아우르는 대형회사 ‘피첨주식회사’의 회장이 된 ‘피첨부부’의 경쾌하고 악덕한 노래와 제스처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자수성가한 그는 이제 시장이 되려고, ‘존 굿맨’ 시장을 전설의 총잡이 ‘맥히스’를 사주해 죽인다. 그 과정에서 시장의 애완견이 빗나간 총에 죽게 되고, 개의 시체가 검은 가방에 담긴다.
공연에는 네 개의 검은 가방이 등장인물들을 통해 바꿔지고 오가며 ‘가방 속 죽은 개’에 관한 영국의 도시괴담내용을 접목해 현대인의 황금만능주의를 비판한다. 이웃집 사람이 여행갈 때 돌봐달라고 부탁한 개가 죽어 그것을 처리하려 검은 가방 안에 넣어 이동시키던 중, 지하철에서 그것을 소매치기당했다는 ‘도시괴담’은 가방에 귀중품이 들어있는 줄 알고 무엇이든 낚아채는 병든 현대인의 소유욕과 집착을 보여준다.
▲ '데드 독'의 트러블메이커이자 코믹요소인 피첨 부부. 주인공 맥히스에게
시장을 죽이도록 사주하고, 자신이 새 시장이 된다. (사진=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악덕한 피첨부부의 딸 폴리피첨은 똑똑한 모범생에 순수한 사랑을 가졌다. 그녀는 우연히 맥히스와 사랑에 빠지고 그와 결혼하게 된다. 바람둥이 맥히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전단수배중인 경찰서장 콜린의 딸 루시를 임신시키고 동네 선술집 창녀들에게 아기를 ‘사이좋게 하나씩 만들어준’ 대단한 능력자다.
이처럼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사랑관계이지만 펑크, 힙합부터 18세기 다성음악, 헨리퍼셀까지 다양한 음악을 자연스럽게 사건과 배치하며 주요대목 이외에는 마이크를 쓰지 않고 옛 셰익스피어 연극의 낭송체처럼 노래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국내 음악극처럼 진행되는 ‘데드독(Dead Dog in a Suitcase...and other love songs)’은 많은 사랑노래를 부르며 2막이 훨씬 흥미진진하다.
1막에서 피첨부부의 노래장면, 루시의 순수한 노래, 피첨의 하수인 ‘필치’가 “착하게 살면 좋을텐데”라고 노래부르는 장면이 기억난다면, 2막에서는 포위망이 좁혀져 도망가기 바쁜 맥히스가 제 버릇 개 못 주고 5분의 유혹에 이끌려 술집에 들렀다가 경찰서장의 덫에 결국 붙잡혀 “으이그, 그럼 그렇지”하며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그곳에서 “아빠 나쁘다”고 합창하는 귀여운 아기인형들(인형으로 표현했는데, 정말 사람 아기처럼 귀엽다)은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귀엽다.
또 한편, 피첨 부인이 남편을 시장으로 만들려고 선거 개표지를 하나씩 불태우는 장면, 그리고 맥히스를 사랑한 루시가 물에 뛰어들고 그녀를 뱃사람들이 건져내는 장면은 최근의 국내총선이나 세월호 사건과 겹치면서 슬퍼지기도 했다.
마지막 자욱한 연기 속에 온 도시가 파괴되고 큰 공룡뼈다귀가 포효하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고 한 켠의 슬픔까지 밀려온다. “Bring it all down”이라며 모든 것을 무너뜨리자고 샤우팅한다. “우리가 다양한 법을 만든 것은 타인과 스스로의 악덕을 막기 위함이네..우리도 저 교수대 위에 서야하는 것 아닐까...하지만 황금으로 올가미를 벗을 수 있다네...”눈물이 밀려오는 대목이다.
▲ 영국 니하이씨어터 뮤지컬 '데드독'은 부조리한 사회를 펑키뮤직으로 신나게 그렸다
(사진=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17세기부터 시작된 영국의 전통인형극 ‘핀치와 주디’는 ‘데드독’ 공연 내내 판사, 아기, 강아지, 광대, 유령 등 다양한 캐릭터로 극 내내 무대 오른편에서 극의 사건을 꼬집으며 재미요소를 준다. 한 배우가 무대 뒤 옷걸이에서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악기부터 2-3가지 배역을 소화하는데, 필치, 폴리, 콜린 역의 배우들이 2막 술집 아가씨 역도 몇 가지 옷과 제스처로 능수능란하게 바뀌는 모습 또한 재미와 경탄의 한 요소다.
영국 니하이씨어터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더니, 세계적 공연단체가 영국 해안가 근거지에 대형 천막을 쳐놓고 맹렬히 연습중이었다. 게다가, ‘니하이 쿡북(Kneehigh Cookbook)을 운영하며 자신들의 공연노하우를 열린 사고로 공유하는 그들의 마인드가 대단하다. 돈 벌면 건물 짓기 바쁘고, 좋은 기술은 감추기 바쁜 우리네 문화와 사뭇 달라 무척 부럽고 신기한 대목이다.
사회풍자를 이렇게 유쾌하게 하고 해소할 장치는 긍정적으로 평가해야하지 않을까. 가볍게 풍자하고, 오늘을 돌아보고 다시 살 수 있는 원동력을 준다면 사회의 제 기능, 순화기능으로 사회 안에 함께 존재하도록 마련해주어야 한다. ‘데드독’처럼 해외 유명 작품은 공연해도 되고, 요 몇 년 사이 검열당한 국내 작품들은 우리나라 작품이니까 안 되는 것인가. 공연이 ‘공연’의 말할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본질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공연문화를 막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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