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악앙상블 The 튠 '패거리놀음-놀량' 공연의 마지막 곡 '놀량'. 관객도 '서리화'
종이꽃을 흔들고 '에헤라 에헤요' 선창과 후창을 함께하며 흥겨운 한마당이 되었다. ⓒ 박순영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악앙상블 ‘The 튠’ 연말콘서트 <패거리놀음-놀량>이 홍대 벨루조에서 12월 23일 열렸다.

이성순(전통타악, 해금), 고현경(보컬), 이유진(건반), 성현구(퍼커션)의 4인조 ‘The 튠’은 2013년 1월 창단되어 2014년 전주세계소리축제 소리프론티어 대상인 KB소리상, 제11회 부산국제연극제에서 ‘봄이 오면 산에 들에’로 음악작업 최우수작품상 등을 받으며 실력을 바탕으로 한 다채로운 활동을 펼쳐왔다.

이날 공연은 다사다난했던 2016년을 보내고 평안한 새해를 기원하는 ‘오방신장 합다리굿’ 컨셉이었다. The 튠이 올 3월 발매한 앨범 <길가락 유랑>의 타이틀 곡 <길가락 유랑>, 수록곡 <타클라마칸>, <청춘가>, <귀소> 등을 들려주었다. 또한 올해 새롭게 창작한 곡, 그리고 박지혜(피리, 태평소), 정민아(가야금), 강희수(허디거디) 세 명 협연아티스트와 함께 국악을 기반으로 한 11개 창작곡과 앵콜까지 풍성한 잔치였다.

공연은 관객참여형 공연이었다. 입장 때 긴 막대에 종이가 꽃잎처럼 달린 ‘서리화’를 나눠주는데 그 쓰임은 첫 번째 곡 <복실러가요>에서부터 알게 됐다. 가요 콘서트에서의 양손 막대풍선처럼 ‘서리화’를 흔들며 장단을 맞추니 공연을 보는 느낌이 더욱 경쾌해졌다. “꼭두박씨를 몰아내고 박치러 가세~”라며 우르르 신명나는 굿판가락이 펼쳐진다. 소원을 비는 굵다란 새끼줄이 양옆으로 길게 관객석 뒤부터 앞으로 움직였다.

<뱃노래>는 경기뱃노래와 남도뱃노래를 엮어 생과 사의 어두운 밤바다를 표현했다. 홍대선녀 모던가야그머’라고 불리는 정민아의 가야금 선율과 구슬픈 목소리의 도입, The 튠의 먹먹한 바다가 보이는 듯한 가사와 선율진행으로 세월호의 상처를 위로했다. <청춘가>는 듀오 ‘계피자매’의 강희수(허디거디)가 함께 했다. 북소리와 해금의 애상어린 선율, 만만치 않은 세상에 대한 푸념과 읊조림, 그렇지만 거뜬히 가겠다는 기개가 돋보였다. <타클라마칸>은 사막을 떠나는 사람의 심정, 먼 곳까지 울리는 메아리를 표현한 깊은 선율이 좋았다.


▲ 'The 튠' 멤버들과 피리의 박지혜가 <복실러가요>로 '놀량' 공연의 흥겨운 시작을 알렸다. ⓒ 박순영


<옹헤야>는 D조 위에 피아노의 즉흥연주와 보컬의 ‘옹헤야~’ 반복이 흥겨웠다. <길가락 유랑>은 정민아와 강희수가 함께했다. 손잡이를 돌려서 바람을 만들기 때문에 아코디언이나 반도네온과는 또 다른 느낌의 집시악기 ‘허디거디’의 멜랑콜리한 지속음과 꾸밈음, 해금과의 오묘한 조화로 기존 the 튠의 <길가락 유랑>이 더욱 풍부해졌다. 정민아의 곡으로 중학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는 <무엇이 되어>는 가야금의 3박자 반주에 정민아의 깊은 호흡과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황해도 <배치기>는 the 튠이 황해도 노동요를 공부하며 만든 곡으로, 배에 맞부딪혀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꽹과리와 자바라, 구음과 ‘두들쟁이 타래’의 리더 박지혜가 부는 태평소의 찰지고 밀어내는 선율가락에서 느껴졌다. 힘찬 ‘에헤야, 에헤요~’ 후렴구와 조이고 푸는 음악적 미학이 굉장히 좋아서, 이제는 서리화를 손에서 흔들지 않아도 흥겨움 그 이상으로 흐름을 ‘듣는’ 음악적 미학에 집중하게 되었다. 12박의 기본을 두드리는 징, 그 위를 탄 보컬과 함께 건반의 즉흥부분도 국악장단의 강약을 화음과 음조로 잘 풀어내 더욱 맛깔스럽게 장식했다.

<이방인의 항구>는 the 튠 멤버가 합심해 만드는데 6개월이 걸렸을 정도로 많은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소개했다. 국악의 기존 민요나 전통 노랫가락을 재즈적으로 풀은 것이 아니라, ‘나니노’ ‘나니노’하는 가락에서 시작해 자연스런 새로운 길을 뚫고 나가는 느낌이 실험성 짙은 작품이었다. 음량이 크지 않게 오밀조밀하게 자근자근 짚어가는 길, “묻어둔 한숨과~고단한 울음들~”이라는 가사와 장대하게 펼쳐지는 클라이막스의 3화음에서 과연 6개월의 의미와 팀의 염원이 짙게 느껴졌다. 관객들은 휘파람을 불며 환호성을 나타냈다.

마지막 <놀량>은 협연 아티스트와 관객, 이날 공연을 위해 만들어진 곡이다. 관객이 서리화를 들고 크게 원을 그리며 왼쪽팀 오른쪽팀 나누어 ‘~에헤라 에헤요~’하고 함께 선창 후창을 반복했는데 무척 흥겹고 즐거웠다. 관객들의 성원에 즉흥으로 D조로 연주한 앵콜곡은 이날 7명 출연진 전원과 함께 즉흥연주의 놀라움과 즐거움을 선사하며 이날 공연의 흥겨운 속풀이와 잔치 한판을 잘 마무리해줬다.

힘들 때, 우리를 달래주고 안아주는게 음악의 힘 아니겠는가. 복잡한 음악 공연이 아니고 “그냥 노는 한판”으로 꾸미고자 했다는 이번 국악앙상블 ‘The 튠’의 <패거리놀음-놀량> 덕분에 크리스마스 이브 하루 전의 연말 밤이 시원하고도 뜨거웠다. 이들이 새로 만든 음악에는 ‘누구 작곡’이라고 적혀있지 않았다. 각자의 소리가 만나 하나씩 내어놓고 붙이고, 떼어내고 쳐내고, 다시 반죽하고 매무새를 다듬어, 서로를 조율해 나온 음악, ‘The 튠’이 지난 4년 함께 울고 웃었을 기나긴 여정이, 보람되었을 음악의 밤이었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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