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아판아츠그룹의 판오페라 '흥부와 놀부' 박타는 장면. 오페라와 판소리를 절묘하게 결합해
해학과 교훈을 주었다. 흥부(테너 하만택), 흥부처(소프라노 김경희) ⓒ 강희갑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자유소극장에서 4월 27일부터 5월 27일까지 한 달간 열린 <2018 제9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우리 오페라계의 실력과 대중에 한발 다가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 5월 25일부터 27까지 공연된 코리아아르츠그룹(총예술감독 하만택)의 판오페라 <흥부와 놀부>(5.25-27, 자유소극장)는 판소리와 오페라마당극의 결합, 무용과 관객석의 어우러짐으로 웃음과 해학을 주었다.


작곡가 지성호의 음악은 한국 전통 5음 음계의 응용, 증음정, 톤 클러스터의 활용으로 인물의 감정과 사건 흐름을 잘 살렸다. 특히 우리말 발음으로 성악노래의 내용전달이 잘 되도록 단어와 음악동기의 반복을 많이 썼는데 이것이 주효했다. 말과 음악의 반복성 덕분에 인지적 측면에서 관객에게 사건의 중요단어나 감정에 대한 어필이 깊숙하게 잘 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흥부가 "아이고 형님~"이라고 하는 가사도 한 번하고 그다음 서술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악 동기가 연이어 두 세번 반복되어, 이 내용과 감정이 중요함을 관객에게 강조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장치인 것이다. 이로써, 사건의 중요성과 긴박감을 강조하고, 실제로 사람들이 말할 때 하는 '반복'이라는 그 사실성을 그대로 재현하여 극의 실제감을 살리는 것이다.

▲ 놀부가 박타는 장면 또한 긴장감과 웃음을 주는 대목이다.
놀부(바리톤 장철준), 방쇠(테너 박동순), 놀부처(메조 소프라노 이은선). ⓒ 강희갑


성악가들의 노래와 연기 또한 맛깔나서 흡사 실제 극중 인물 같았다. 25일 저녁8시 공연에서 노래할 땐 중후하고 연기할 땐 익살스러운 연기의 놀부(바리톤 장철준), 악독함과 아녀자의 덕을 두루 보여준 놀부처(메조소프라노 이은선), 선의로움을 목소리에 담아낸 흥부(테너 하만택), 자식남편 걱정과 지혜가 표정과 노래로 느껴지는 흥부처(소프라노 김경희) 모두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극 초반부 놀부가 흥부에게 "나는 집안 장손이라 선영은 맡기면서 글자 한자 안 가르치고 주야로 일만 시키고, 너는 차남이라 일 안 시키고 글은 읽혀주고~"라고 노래할 때는 놀부의 입장에 괜시리 공감이 되었다. 놀부는 또한 관객석에서 등장하며 마당극처럼 관객과 재담도 나누며 재미를 주었다. 쫓겨난 흥부가족이 혹한에 굶주려 지친 장면은 바람을 표현한 현악기의 트레몰로와 흥부가족의 연기가 실감이 나서 가슴이 저며지기도 했다.


흥부놀부 가족을 두루 지키며 관객반응까지 챙긴 마당쇠(테너 박동순), 극의 앞뒤 중간에 맛깔 나게 내용을 전달한 판소리(도창 신정혜)까지 동서양의 결합이 이렇게 하나처럼 여겨질 수 있구나를 느끼게 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 익숙한 내용의 판소리로 처음 극이 시작할 때, 여느 판소리 완창 공연이나 마당극과 다름없는 것인가 생각했는데, 성악합창과 이어 놀부의 연기와 흥부로 이어지며 아리아로 연결되는 과정이 자연스러웠다. 


그것은 관객을 사로잡는 성악가, 도창, 무용수의 맛깔난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이것이 흥부놀부가 결합하게 되는 하나의 과정으로 잘 연출한 덕분이겠다(연출 조승철, 대본 김정수).   

▲ 판오페라 '흥부와 놀부'는 성악과 판소리에 무용, 품바 각설이까지
동서양의 결합이 자연스레 한 무대에 어울러졌다. ⓒ 강희갑


극 후반부 박씨를 자르는 "시르렁실근실근~"장면이나 맨 마지막 흥부놀부가족의 "지화자 얼쑤~"합창은 일반 뮤지컬이나 거리공연이면 관객이 자연스레 박수치며 흥을 돋아주는 장면인데, 아무래도 오페라 관객은 확실히 클래식 애호가나 전문가 다운 '격식과 엄숙함'을 갖추고 있어서 추임새를 쑥스러워했다. 이것을 팜플렛이나 극 초반쯤에 추임새하고 탄성지르는 방법 안내를 해 매뉴얼로 만들면, 새로운 판오페라 장르의 관객 반응은 얼마든지 유도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코리아아르츠그룹은 올해를 기점으로 매해 판소리 5마당을 판소리로 만든다고 하니 그 포부와 비전에 큰 관심이 간다. 

이번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 라벨라오페라단 <가면무도회>(4.27-29)와 서울오페라앙상블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5.4-6)이 국내 민간 오페라단 중 가장 활발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두 단체의 정통 오페라 향연이었다면,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갈라>(5.19-20)은 국립의 그간 레파토리의 클라이막스 부분을 두루 감상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누오바오페라단 <여우뎐>(5.11-13), 울산싱어즈오페라단 <썸타는 박사장 길들이기>(5.18-20), 코리아아르츠그룹의 판오페라 <흥부와 놀부>(5.25-27)의 공연은 창작 오페라의 가능성과 개선, 그리고 더 많은 우리말 번안 오페라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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