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오페라단 '유쾌한 미망인'. 화려한 춤과 충실한 성악과 연기로 오페레타 장르의 매력을 선사했다.ⓒ 문성식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한 편의 오페라 뮤지컬, 혹은 기분좋은 프랑스 영화를 본 느낌이랄까. 가벼운 오페레타 장르라고만 생각했던 기자에게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공연된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윤호근)의 <유쾌한 미망인>은 처음에는 춤곡풍의 음악과 아리아, 대사가 어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대 가운데에 너무 크지 않은가 걱정되었던 지구본 모형 무대 셋트 둘레로 합창단과 주인공이 채워지고, 뚜껑이 열리면 큰 샴페인 병 모형들로 채워진 막심 레스토랑이
 되고, 샹들리에가 번쩍이며 물랑루즈 쇼장이 되면서, 극의 배경인 가상의 국가 '폰테베드로'의 파리 주재 대사관 파티로부터 진정한 인생의 해피엔딩 쇼장에 동참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도 귀에 익숙한 유명한 아리아가 이 한 작품 안에 가득하다는 것에 놀랐다. 과연 ‘메리 위도우’라고 불리면서 이후 20세기 초 뮤지컬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초연 당시 이래로 지금까지 인기 오페레타로 자리매김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저는 정숙한 여자랍니다' 아리아 장면의 소프라노 김순영과 테너 허영훈. ⓒ 문성식


음악과 더불어 작품 감상의 묘미는 두 커플의 대조적인 사랑이었다. 이 과정에서 훌륭한 성악가들의 역할은 당연한 것이었다. 미망인 한나와 폰테베드로 대사 다닐로 커플, 유부녀 발랑시엔과 군인 카미유 커플은 사회계급과 금기된 위태로운 사랑을 희화적으로 표현한다. 27일 공연에서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크리스틴 역으로 인기를 얻어 ‘순크리’라는 별명을 얻은 소프라노 김순영은 1막 ‘나는 정숙한 유부녀랍니다(Ich bin eine anstaendige Frau)’와 3막 코제트들 장면에서 부드럽고 풍부한 성량에 요염한 자태와 춤 실력까지 선보이며 과연 뮤지컬로부터 갈고 닦은 실력과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카미유 역 테너 허영훈도 발랑시엔 김순영과의 찰떡궁합을 보여줬다. '장미 꽃잎이 열리듯(Wie eine Rosenknospe)과 2막 ‘저기 정자가 있네요(Sieh dort den kleinen Pavillon)' 노래에서 온 몸과 얼굴을 다 쓰며 혼신의 힘을 다하는 표정연기와 벅차오르는 감정의 목소리에서 연인을 향한 꿈같은 사랑이 절절히 느껴졌다.

▲'입술은 침묵해도' 듀엣의 소프라노 바네사 고이코에체아 바리톤 안갑성. ⓒ 문성식

 

여주인공 한나역 소프라노 바네사 고이코에체아는 화려하고 늘씬한 미모는 물론 세밀한 감정선과 풍부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극을 끌고가는 주인공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1막 모피를 두른 화려한 등장, 2막 '빌랴의 노래(Es lebt' eine Vilja)'에서는 다닐로에 대한 간절한 감정이 아리아 끝의 숨죽이는 기법으로 인상적으로 표현되었다. 이후 파티장의 중심에서 군인과 귀족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먼발치에서 노래하는 다닐로의 아리아로부터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확신하는 장면은, 그 표정과 얼굴시선만으로도 감정의 변화를 정확히 표현하는 것에서 기가 막혔다.

다닐로 역 바리톤 안갑성 역시 폰테베드로 대사로서의 임무를 가장해 마음을 감추려들지만 그럴수록 어찌할 수 없는 사랑의 마음이 드러나는 과정을 잘 표현했다. 1막에서 '카페 '막심'으로(Da geh' ich zu Maxim)' 에서는 조국에의 충성과 그에 반하는 감정의 아이러니함을, 2막 '옛날 옛날에 왕자와 공주가 있었는데(Es waren zwei Koningskinder)'에서 자신을 두고 다른남자와 결혼했었던 한나에 대해 속상한 마음을 토로하는 장면까지 팽팽하고도 시원한 목소리와 연기로 펼쳐냈다.

둘의 오해가 풀리고 부르는 3막 마지막에 '입술은 침묵해도(Lippen schwigen)' 듀엣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 외에 2막 군인 귀족 등 남자들의 합창 '여자를 이해하는 건 어려워(Wie die Weiber)'에서 의자를 소도구로 안무하며 노래하는 장면, 그리고 3막 시작에서 객석의 조명까지 켜지며 관객석에서 댄서들이 등장하며 흥겨운 장면을 연출하며 출연진과 관객이 모두 인생이라는 파티장에 온 것 같은 즐거운 느낌을 주었다.


▲ 남자들의 7중창 부분은 남성들의 욕망을 경쾌하게 표현했다.ⓒ 문성식


음악과 춤으로 인생의 첨예한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결의 씨앗을 던지는 장르의 목적과 특징을 잘 살린 작곡가 프란츠 레하르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세계 20여국에서 70여편의 오페라를  연출한 기 요스텐의 이번 연출로 오페레타의 가벼움 뒤에 있는 냉소와 비판까지 집어낸 정확하고 디테일한 연출, 오스트리아 출신으로서 정통 빈 오페레타에 탁월한 지휘자 토마스 뢰스너가 지휘한 춤곡들의 우아함과 경쾌함이 총체적으로 오페페타 장르의 매력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은 지난 7월 3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제17회 국립오페라단 성악콩쿠르를 개최했다. 소프라노 박예랑이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과 상금 700만원을,  테너 김대환이 금상과 상금 500만원, 세아이운형문화재단상을 수상했다. 이어 테너 손지훈이 은상을, 테너 이준탁이 동상을 차지해 각각 300만원과 200만원의 상금 및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상을 수상했다.

본선에 앞서 6월 21~22일 양일에 걸친 예선에는 총 116명의 성악가들이 참가했으며, 이 중 9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국립오페라단은 역대 수상자들에게 정기공연을 비롯해 <테마가 있는 오페라 갈라>, 학교오페라 <사랑의 묘약>등의 출연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성악콩쿠르가 배출한 수상자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 데뷔한 테너 정호윤, 오페랄리아 국제 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 후 로얄오페라하우스의 영아티스트로 활동 예정인 테너 김건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 우승의 소프라노 황수미, 2017년 <루살카>로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 데뷔한 소프라노 박혜상, 최근 국립오페라단 <유쾌한 미망인> 카미유 역을 맡아 호연한 테너 이원종 등이 있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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