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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50주년 오페라 '카르멘'-붉은 사랑이 맺은 비운의 결말

오페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0. 3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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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주역 케이트 올드리치(카르멘 역)와 장 피에르 퓌흐랑(돈 호세 역). 케이트의 미모와
가창력, 연기와 퓌흐랑의 미성의 테너와 중후한 연기력이 한층 매력적인
오페라 '카르멘'을 보여주었다. ⓒ 문성식 기자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카르멘>이 공연되었다. 이번 공연은 국립오페라단 창단 50주년 기념 공연으로 한국 사람들이 제일 보고 싶어하는 비제(1838-1875)의 오페라 <카르멘>을 '레지옹 도뇌르' 프랑스 훈장을 받은 폴 에밀 푸호니(Paul Emile Fourny) 연출로 지금까지 보아왔던 카르멘보다 훨씬 드라마틱하고 음악적으로 풍성한 무대를 선사하였다.

과연 한국 관객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공연답게 토요일 공연 1회가 추가되고, 4일 동안 5회의 공연이 연속 매진되는 등 관객의 뜨거운 기대와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20일 토요일 오후 공연에서는 카르멘 역할로 명성 높은 미국의 메조소프라노 케이트 올드리치(Kate Aldrich)와 프랑스 테너 장 피에르 퓌흐랑(Jean-Pierre Furlan)의 열연으로 정열의 카르멘이 공연되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주인공 케이트 올드리치의 미모와 연기력이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배우 뺨칠 정도의 외모, 관객을 압도하는 춤과 연기가 스페인 남부 세빌리아의 정열의 여인 카르멘 역에 적격이었다. 또한 폭넓은 성량과 부드러운 음성으로 집시 여인이지만 천박해 보이지 않는 카르멘을 노래하고 있었다.

극 초반부 카르멘의 '하바네라'는 그야말로 케이트 올드리치의 관능과 마력을 펼쳐 보이는 장면이었다. 그녀가 이 작품의 연기와 노래 전체에서 뿜어내는 매력과 연기력, 노래 실력은 정말로 카르멘 자체로 여겨질 만큼 흡족하였다.

돈 호세역의 장 피에르 퓌흐랑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후하고도 귀여운 외모가 부드러운 테너 음성과 어울리며, 사랑에 빠져 결국 카르멘을 죽이게 되는 군인 돈 호세 역에 적격이었다.

▲ 투우사 에스카미요 역의 강형규(20일 오후 공연)가 회전형의 원형경기장 무대에서
'투우사의 노래'를 시원하게 열창하며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 문성식 기자


무대는 원형의 회전무대로 원형의 앞과 뒤, 안쪽 바깥쪽을 모두 활용하여 실용적이면서도 짜임새 있게 무대를 구성하였다. 때로는 투우장으로, 때로는 식당 등으로 한 무대가 어느새 회전하면 다른 무대로 변화하는데, 마치 인생의 어느 상황도 그대로 있지 않은, 변화하고 허망한 인생을 나타내는 듯하여 카르멘의 주제와도 어울리고 있었다.

특히 카르멘이 돈 호세를 배반하고 사랑하게 되고 에스카미요가 등장하는 투우장 장면에서는 원형의 닫힌 공간이 투우장 자체를 나타내면서도 인생의 폐쇄적이고 돌고 도는 속성을 표현하는 듯 인상적이었다.  

투우사 에스카미요 역의 강형규(20일 오후 공연)는 사랑을 쟁취하는 에스카미요 역에서 '투우사의 노래'를 시원하고 박력 있게 열창하여 20일 공연의 두 주역 케이트 올드리치와 장 피에르 퓌르랑보다 더 박수갈채를 받았다.  미카엘라 역의 박현주 역시 돈 호세에게 돌아올 것을 호소하며 부르는 아리아  부분에서 시원하고 열정적인 소프라노를 자랑하며 매력적인 미카엘라를 만들고 있었다.

마지막 돈 호세가 카르멘을 죽이는 장면에서는 비장미와 비극미가 느껴지며 가슴이 짠하였다. 극 전체에서 정열의 여인 카르멘은 붉은 옷을 입지 않고 흰색이나 검정색 등의 옷을 입은 채, 머리와 가슴의 붉은색 장식으로만 포인트를 주고 있었다. 이것이 오히려 기품있는 카르멘을 잘 표현해 주며, 마지막에 카르멘이 붉은색의 성모상 앞에서 죽어가는 장면에서는 검정옷이 머리의 붉은 깃 장식과 성모상과 대비되며 그 비극성을 더하였다.

배역별로 살펴보면, 카르멘의 경우 20일 오후 공연의 케이트 올드리치가 외모와 연기, 성악 성량 면에서 자유스럽고 카리스마 있는 카르멘을 연기했다면, 20일 저녁 공연의 김선정은 노래적인 면에서는 충분히 잘하지만, 케이트에 비해서는 안정적이고 차분한 카르멘을 연기하여 비교가 되고 있었다. 

▲ 국립오페라단 50주년 오페라 '카르멘' 마지막 장면. 붉은 조명의 성모상 앞에서 돈 호세
(장 피에르 퓌흐랑 분)에 의하여 카르멘(케이트 올드리치 분)이 처참히 죽어가는 장면이
비장미와 비극미를 더한다. ⓒ 문성식 기자

돈호세의 경우 퓌흐랑(20일 오후 공연)이 자연스럽고 때론 표정면에서 익살스러운 돈 호세를 연기하였다면, 정호윤(20일 저녁 공연)은 정확하고 박력 있는 돈 호세를 열창하여 퓌흐랑에 버금가는 만족감을 주었다. 즉, 카르멘의 경우 외국가수가 워낙 인기 있고 성량도 풍부하여 그 진가를 발휘하였지만, 돈 호세의 경우는 한국 가수도 외국 가수 못지않은 만족감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날 공연에서 한 가지 특이했던 것은, 관객의 박수갈채가 외국 성악가들의 훌륭한 열창과 연기에 비해서는 작았다는 점이다. 보통 오페라나 무용에서 주역이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면 '브라보', '브라바' 등을 외치게 마련인데, 20일 토요일 낮 공연에서는 두 주역 케이트 올드리치와 퓌흐랑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박수와 호응이 너무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이날 관객층이 기업 사장이나 중역급 인사 등 중년층 이상의 관객들이 많았던만큼,  감정표현에 적극적인 젊은 층의 관객들에 비해 호응이 작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다소간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날 성악가들이 안정적으로 연기하고 연주할 수 있도록 한 일등공신에는 지휘자 벤자망 피오니에(Benjamin Pionnier)가 이끄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든든한 뒷받침이 되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타임 때 지휘자에 대한 관객들의 박수갈채에서 이에 대한 만족도를 가늠할 수 있었다.

매력적인 팜므파탈 카르멘은 질투에 눈이 먼 돈 호세에 의하여 결국 죽임을 당한다. 그 비극적인 마지막 장면, 붉은 조명 아래 성모상에 기대어 카르멘이 처참히 죽어가는 그 장면이 숭고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카르멘>, 붉은 단풍이 물든 10월 가을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고 있었다.

mazlae@daum.net

(공식페이스북) 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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