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오페라단 '피델리오'(왼쪽)와 서울국제음악제 '위대한 작곡가들' 개막음악제
ⓒ 국립오페라단/서울국제음악제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올해로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코로나로 당초보다 기념연주회가 적지만, 때문에 더욱더 베토벤과 그의 음악이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 주말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서울국제음악제-위대한 작곡가들>(10.23-11.01) 개막음악제와 국립오페라단의 <피델리오>(10.23-24)는 베토벤과 펜데레츠키, 그리고 음악자체의 숭고함을 확인시켜주는 귀중한 자리가 되었다.


<서울국제음악제>(예술감독 류재준)는 '위대한 작곡가들'이라는 부제로 베토벤, 펜데레츠키, 바하, 김택수, 멘디 멘디치의 낭만적인 작품들을 선보인다. 23일 금요일 저녁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개막음악제는 올해 3월말 타계한 펜데레츠키(1933-2020)의 음악으로 시작했다. 펜데레츠키에 대한 기록영상으로 시작해 첫 곡 펜데레츠키의 <샤콘느>가 연주되자 음악회장이 숙연해졌다. 그가 교황 요한 바오로2세를 추모하기 위해 작곡한 이 곡이, 이 날 그를 기념하며 연주되자, 그 낭만성과 영성 깊은 선율에서 현대음악사에 길이 남을 대작곡가, 한국을 위해 <교향곡 제5번 ‘한국’>을 작곡한 이의 삶과 정신을 가슴 가득 느끼게 해주었다.


두 번째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61>은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의 완벽한 연주로 관객은 황홀 그 이상의 귀호강을 할 수 있었다. 보잉의 이음새와 고음의 날렵함, 저음의 풍성함에서 수백번도 더 매만졌을 매순간 음들의 세공에서 베토벤의 이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이 ‘원래 그렇게 만들어져 있었을’ 것 같은, 최고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의 연주는 화려함과 정확성을 충족시킨 완벽한 연주였다.
ⓒ 서울국제음악제



후반부는 베토벤 <교향곡 제4번>이었다. 이날 지휘의 아드리앙 페뤼송은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구 서울바로크합주단, 리더 김민)와의 특별한 호흡으로 교향곡 4번을 잘 선사했다. 작곡가 슈만은 이 4번 교향곡을 “북구의 두 거인 (제3번 '영웅'과 제5번 '운명' 교향곡) 사이에 서 있는 날씬한 그리스 여인”으로 비유했다고 하는데, 그만큼 섬세하고 고전적임을 표현한 듯 싶다. 이처럼 이날 연주는 음의 유기적 결합과 질서 자체로 추구되는 절대음악의 미학을 보여주는 교향곡 제4번을 논리적이고 정교하게 잘 표현하고 있었다.


이날 앵콜의 베토벤 교향곡 제1번 3악장 미뉴에트까지 관객들은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서울국제음악제는 11월 1일까지 세번의 음악회가 더 있다. 29일에는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베토벤, 불후의 작곡가’라는 제목으로 베토벤의 현악5중주 등을,  30일은 롯데콘서트홀에서 '버림받은 자의 구원’ 콘서트로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 하이라이트에 베이스 사무엘 윤, 소프라노 이명주, 테너 신동원이 출연, 11월 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음악과 함께‘공연은 앙상블오푸스의 연주로 김택수의 창작곡 ‘소나타 아마빌레’,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을 선보인다.


23일과 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국립오페라단(단장 및 예술감독 박형식)의 <피델리오>는 베토벤이 남긴 유일한 오페라가 코로나로 닫혔던 오페라극장 문을 열게 해준 귀중한 시간이었다. 또한 콘서트오페라임에도 아티스트 케보크 무라드의 흡사 수묵화와도 같은 드로잉이 그어느 무대미술보다도 극에 특별함을 더했다. 영상에서 드로잉이 군인 행렬의 움직임, 레오노라를 천사로 상징, 2막 피날레 합창 전에 남편 플로레스탄을 감옥에서 구할 때 부부가 결합해 승천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음악을 세부적이고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오페라 <피델리오>는 정치범으로 지하 감옥에 수감된 남편 플로레스탄을 아내 레오노레가 위장취업해 구한다는 내용이다. 지휘자 세바스티안 랑 레싱은 비행기로 한국 도착 후 주인공 플로레스탄처럼 갇힌 14일 자가격리 기간에도 제작진, 출연진과 온라인을 통해 세부연습을 했고, 화가 케보크 무라드를 이번 공연에 추천해 극전달의 구심점을 만들었다.


▲ 케보크 무라드의 드로잉은 한국 수묵화를 연상케 했다. 그의 손이 신의 손 같았다.
ⓒ 국립오페라단


김동일 연출은 드로잉 톤에 맞게 무대의상도 흑백의 조화로, 레오노레의 역할을 아내이자 구원자로 부각시키는 등 세심하게 연출했다. 지휘자 랑 레싱과 의논해 2막 피날레 마지막 장면전에 1805년 초연판의 ‘레오노레 서곡 제2번’이 아니라 1806년 개정판 ‘레오노레 서곡 제3번’을 배치해 이 때 긴 음악에 드로잉이 의미를 부여하며 2막 피날레 합창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다.


성악 출연진의 호연 또한 극을 빛나게 해주었다. 24일 공연에서 소프라노 김샤론(마르첼리네 역)은 탁월한 맑은 음색으로, 남장도 잘 소화한 소프라노 고현아(레오노레 역)는 선이 곧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테너 한윤석(플로레스탄 역)은 의지에 찬 목소리로 배역을 잘 소화했다. 베이스 전승현(로코 역), 테너 민현기(자퀴노 역), 바리톤 오동규(돈 피차로 역)의 남성성악도 극의 진행을 잘 살려주었다. 국립합창단과 이들 주역들의 2막 피날레 합창은 인간기품을 찬양하는 거룩함으로 관객들의 박수갈채와 브라보를 받았다.


베토벤의 음악에는 기품이 있고, 인간적인 겸손함이 있으며 동시에 불굴의 의지가 있다. 결국 그의 음악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숭고함이 피어오른다. 지난 주말의 두 음악회는 코로나1단계 완화 속에 베토벤의 위대함, 인간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분명 우리의 난관, 코로나도 위대한 인간이 극복할 것이다.


mazl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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