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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국여성작곡가회 정기발표회 '모두 함께 With You! - 공존II'

클래식

by 이화미디어 2020. 11. 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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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존 II> 음악회는 코로나와 사람, 이 모든 것과의 '공존'과 화해를 느낄 수 있었다.
ⓒ 한국여성작곡가회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제71()한국여성작곡가회(회장 오명희) 정기발표회 <모두 함께 With You! - 공존II>이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지난 115일 저녁 7시30분 공연되었다. 7명 작곡가의 사유와 소릿결, 위로앙상블 멤버를 포함한 12명 연주자의 진지함으로 공연은 창작 음악의 중요성과 대면 공연이 주는 감격을 올곧이 느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설수경의
<pandemic>은 첫 부분에서 피아노, 첼로, 비올라, 플루트가 서로를 방해하는 것 같은 불협화음과 빠른 패시지로 코로나의 침입이나 그 공포를 표현했다. 첫 부분 끝에 모든악기가 다같이 힘차게 C음으로 결연한 의지를 다지고, 중간부는 그 C음을 근음으로 서정적이고 느린 노래가 희망에의 의지로 느껴진다. 마지막에 다시 이어지는 플루트의 플라터 텅잉, 현악기의 트레몰로 등 빠른 패시지가 이어지지만비올라와 첼로의 3도 화음 등으로 각자가 찾는 희망과 의지를 노래했다

유호정의
<A Conversation for...>는 피아노 A저음이 종소리처럼 느리게 두드림으로 시작해 바순의 상행 꾸밈음이 목가적이다. 플루트, 클라리넷, 바순, 피아노 네개 악기가 서로 대위적 선율로 각 층이 주고받는다. 중간부는 영화 음악과도 같은 느낌을 주었다. 처음에는 느리게 4도 음정 관계로 악기들이 제각각 얘기하다가 점차로 협화를 이루기도 하고, 선율을 주고받고 마지막에는 다같이 빠르게 말하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대화'와 교감에 대해 표현했다. 

이의진의
<Rotation>은 피아노 독주곡으로 빠르고 바쁜 하루의 쳇바퀴가 C-C#음으로 빠른 16분 음표의 물결로 소용돌이친다. 다른 일과로 옮겨간 듯 음높이를 옮겨 F#-G음에서도 계속 소용돌이친다. 끝도 없이 하루일과를 바삐 수행하는 그 파장은 C-Db-Eb-Gb음으로 확장된다. 계속되는 빠른 속도감과 그래도 마지막에 한 음으로 단호하게 끝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피아니스트 이은지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빠른음의 물결을 부드럽고도 힘차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연주하였다. 

정재은의
<Interrupted>는 플루트와 첼로 피아노가 함께 첫 주제의 빠른5개 상행음의 반복으로 아무리 올라가려 해도 계속 막히는 그 상황과 느낌을 잘 표현했다. 중간부는 느리게 앞 주제가 하행으로 연주하는데 이것이 빠르게 박차를 가해 하행해도 계속적으로 막히게 된다. 작곡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이 나를 지속적으로 막고 있었다. 때로는 고운 말과 웃음으로 위장한 채 나를 어지럽혔다'라고 프로그램지에 곡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 느낌이 잘 드러났다.

조영미의
<난고평생시>는 김삿갓이 생에 마지막에 자신의 삶을 노래한 시를 음악으로 표현했다. 피아노(한미연)가 북고수 장단처럼 박을 지탱하고 장면을 연출하며, 바순(김현준) 선율이 주인공 심정을 대변하며 노래가 시작되니 오페라 한 장면 같았다. 붉은 꽃무늬 드레스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소프라노 이윤지는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서정적 선율에 표정연기, 우리말 발음으로 극 분위기를 잘 전달했다. 중간에 소프라노의 격렬한 Sprechstimme(말하는 선율), 피아노와 바순의 불협화음, 플라터 텅잉 또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인상적이었다

이혜성의
<기도3><기도4>는 차분함과 고요한 분위기가 좋았다. <기도3>이해인 수녀의 시 '사라지는 침묵 속에서'를 노랫말로 하여 고
(故) 이태석 신부에게 헌정하는 곡으로 씌여졌다. <기도4>는 용혜원 시 '우리 살아가는 날 동안'을 가사로 소박하고 아름다운 삶과 희망을 표현했는데, 특히 클라리넷에게는 초고음이라 할 수 있는 G5음을 길게 연주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소프라노 장지애, 클라리넷 김택희, 피아노 조시온은 곡의 단아하고 차분한 느낌을 신중한 연주로 잘 표현했다.


심옥식의 <계절의 선율 위에서 II>는 그리움이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곡이었다. 신영자 시인의 시집 '어머니의 정'에서 사계절과 관련된 4개 시를 엮어 연가곡으로 꾸몄는데, 피아노의 고음반주가 장단을 맞추며 붓점리듬, 특히 높은 소프라노 음의 선율 등에서 투명함과 한국음악적 향수가 느껴졌다. 1곡 '라일락 피는 날에', 2곡 '낮달의 밀어', 3곡 '들국화', 4곡 '초겨울에'까지 첫곡에서 시작한 뭉클한 감정이 점차 고조되어 3곡에 오니 왠지모를 깊은 슬픔이 밀려왔다.  

이번 공연에 대해 설수경 작곡가는
"어려운 때임에도 삶은 거기에 적응하며 무심하리만큼 또 흘러간다. 이 시국에 듣는 음악은 다른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느끼게 되니 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명희 회장은 "지난9월의 <공존I>은 온라인 공연으로 진행했는데, 이번엔 대면공연 진행이 되었어 기쁘다. 늦가을의 깊음과 비견되는 귀한 창작곡들이다. 음악 덕분에 로비에서의 반가운 조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라고 감회를 전했다.  


▲ 한국여성작곡가회 작곡가 및 역대임원진. 왼쪽부터 박영란, 유호정, 심옥식, 오명희,
정재은, 설수경, 이의진, 이혜성, 이남림. ⓒ 한국여성작곡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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