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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48회 범음악제, 앙상블 EINS 'Sound Texture & Composition'

클래식

by 이화미디어 2020. 11. 1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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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제48회 범음악제(2020 The 48th PAN Music Festival, 집행위원장 임종우)이 지난 11월 5일부터 13일까지 서울 한남동 일신홀 등지에서 공연중이다.

한국 최초의 현대음악 페스티벌인 범음악제는 올해 임수연 피아니스트, 
앙상블 EINS, Ensemble 거리, TIMF 앙상블 등 국내 최고 현대음악 연주단체를 초청하여 위촉 및 공모선정 작품과 해외 창작품을 소개하며 코로나 기간 현대음악 청취에 목말랐던 애호가 및 전문가 그룹의 환호 속에 공연중이다.

9일 공연은 앙상블 앙상블 
EINS의 <Sound Texture & Composition>이었다. 공연 제목 그대로 전체 일곱 작품의 서로 다른 텍스처가 앙상블 아인스(예술감독 박명훈)의 엄청난 기교와 숙련된 전문성으로 연주되어 ‘어떻게 저 악기에서 저런 소리를 저렇게 재밌게 만들지?'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시아리노, 도이치 등 해외작곡가 뿐 아니라, 중견작곡가 이윤석(위촉곡), 젊은 작곡가인 김유신(공모), 김예지(공모)의 작품까지 국내외 현대음악 창작 트렌드를 확인하고 기법을 배울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되었다. 

첫 번째 살바토레 샤리노의 <바다의 켄타우로스>(1984)는 그리스 신화속 반인반마의 신의 기괴함과 그 속의 신비감을 잘 표현했다. 현악기 하모닉스와 트레몰로, 클라리넷의 트릴로 신비감을 주는 가운데, 피아노가 팔꿈치로 클러스터음을 강렬하게 때리며 야수같다.

두 번째 김유신의 <보이는/보이지 않는 흐름들에서>(2020/세계초연)는 작곡가가 스웨덴 북극권의 산장에 머물며 천혜의 자연경관에 스쳐가는 기류들의 ‘작은 흐름들’로부터 착상했다. 피아노와 플루트가 가온 C음과 E음의 3도 화음으로 아름답고 푸른 경관의 온화함을 표현하는 것으로 시작해, 때때로의 스포르찬도와 크레센도가 몰려오며 술 폰티첼로 기법의 현악기, 아르페지오, 플라터 텅잉의 목관이 날아와 부딪힌다. 그 끊임없는 움직임에서 작곡가가 ‘공기’라는 자연현상을 이렇게도 잘 포착해 음으로 표현했다는 것에 놀라웠다.

다리우스 프시빌스키의 <오닉스>(2010/국내초연)는 손소이, 오병철 두 명의 연주자가 
피콜로 플루트, 플루트, 알토 플루트, 베이스 플루트 이렇게 플루트 네 대로 연주하는, 같은 음에서 겹치는 서로 다른 결의 텍스처의 도움과 방해가 인상적이다. 작곡가는 모래가 Onyx 즉 투명한 원석이 되는 풍화나 변성과정의 다양함, 모래와 섞이는 바람소리의 표현을 위해 악기 중에 공기처럼 가벼운 플루트를 택했을 것이고, 같은 악기의 폭넓은 음폭을 위해 음역대 다른 플루트 네 대를 선택했을 것이다. 속도감 있는 플루트 선율과 플라터텅잉 등의 특수주법 등으로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화강암의 줄무늬 한 층이 형성되고, 다져져 투명해지는 과정이 느껴졌다. 


네 번째 이윤석의 <타-음>(2012/2015)은 피아노 잔향의 다채로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피아니스트 윤혜성이 등장하자마자 팔을 극저음과 극고음으로 벌려서 강한 클러스터의 트레몰로로 순식간에 용수철처럼 치는데, 이후에 남는 음의 잔향과 함께 슬로우 모션처럼 강렬했다. 클러스터음과 빠른 아르페지오 음형, 거기에 페달로 형성되는 피아노 잔향은 전자음향의 소용돌이처럼 새로운 음색을 선사했다.

김예지의 <충돌들>(2020)은 인간관계의 충돌과 그 유의미한 결과를 베이스클라리넷과 바이올린, 첼로로 표현했다. 세 명의 앙상블을 위해 바이올린의 강민정이 몸으로 지휘자처럼 박자를 세면서도 자신은 주테, 술 폰티첼로 등의 현대주법을, 클라리넷의 입술소리, 키클릭 등과 함께 '충돌'의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기욤 코네송의 <테크노 퍼레이드>(2002) 또한 리드미컬한 플루트와 싱크를 맞춘 피아노 동음반주와 클라리넷의 싱코페이션 리듬이 윤기있게 테크노 느낌을 잘 살렸다. 중간부에 클라리넷의 김민욱은 고음의 싱코페이션과 크레센도, 익살스런 리듬을 잘 살렸다. 피아노의 반주 위에 플루트와 클라리넷의 3도화음으로 서로 엇박으로 안어울리는 듯 어울리는 테크노의 본질을 살린 곡이었다.
 
마지막은 베른트 리하리트 도이치의 <현악사중주 2번>(2012)이었다. 오늘 사회를 보며 곡설명을 한 송주호 음악칼럼니스트가 "도이치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는 것도 관람의 묘미가 될것"이라 했는데, 처음부터 격렬한 저음 혹은 극고음 글리산도, 비올라(이상민)의 더블스탑 피치카토 등에서 어떠한 동물의 울부짖음 같기도 했다. 2악장은 조용한 템포지만 1악장과 결은 같았는데, 불협화음 반주 속에 비올라가 길게 한 활로 하행 글리산도를 하고, 글리산도가 악기 간 이어져 하나의 큰 선율이 들린다.


이러한 기존의 불협화음, 그런데 이 곡을 듣는 동안 그것이 더 이상 불협화음이 아니라 더없이 아름다운 내 속에 내재된 욕구나 그것들의 형상인 듯이 느껴졌다. 작곡 전공자인 나에겐 그 악보들도 눈 앞에 그려지는 듯 하였으며, 중간부에 현악 연주자들이 발을 구르며 목소리로 외칠 때의 그 의외성이 주는 통쾌함이란! 마지막 부분에 불협화음이 주는 불균형한 진동음 지속 위에 첼로(주윤아)의 우아한 선율이 피어오르니 더없이 우아했다. 

mazlae@daum.net

(공식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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