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오페라단(단장 겸 예술감독 박형식) 창단 60주년 <아틸라>가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성황리에 국내초연 되었다.
세계적 거장연출가 잔카를로 델 모나코가 연출, 의상, 무대를 모두 맡았다. 또한 실력있는 이탈리아 중견지휘자 발레리오 갈리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과 함께 거대하고 장중한 음악으로 소용돌이 치는 역사를 선보였다.
오페라 <아틸라>에서는 보통의 서곡 자리에 프롤로그 1장, 프롤로그 2장이 40분간이나 된다. 신상의 머리부분들이 굴러다니는 폐허더미가 극 방향을 감지하게 한다.그 속에서 국립합창단이 힘찬 합창으로 아틸라를 찬양하는 훈족, 헤룰리 족, 동고트 족의 분위기를 만든다.
5세기 중반 유럽의 장대한 역사를 표현하는 만큼 각 배역의 노래는 세밀하고 길다. "난 이래서 이렇게 생각하고 우리는 이래야만 해"라고 힘주어 말한다. 9일 공연 프롤로그부터 아틸라 역 베이스 전승현은 타고난 묵직함에 천상의 기운을 담은 노래로 (이탈리아 입장에서 본다면) 침략자임에도 그 정서에 공감이 가도록 극을 이끌었다.
또한 각 솔로들의 아리아가 대체로 길지만 베르디 작곡 자체의 유려함 이상으로 오다벨라 역 소프라노 임세경, 에치오 역 바리톤 유동직, 포레스토 역 테너 신상근 모두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탁월한 기량으로 극을 압도했다.
임세경과 신상근이 딱붙어 손을 부여잡고 관객을 향해 듀엣을 부를 때는 아름다움과 절실함이 느껴졌다. 이 둘의 모습에서 관계양상은 다르지만 현재 상영중인 KBS주말밤 사극 <태종 이방원>의 배우 주상욱(이방원 역)과 박진희(민씨 역)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다. 사건에의 몰입감이 우리나라 TV사극 보는 흥미도와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오다벨라에게 주어졌던 검으로 결국 아틸라는 죽임을 당한다. 무대 위 굴러다니던 석상들의 머리처럼 아틸라도 그렇게 되었다. 어떤 국내외 연출, 신구작품이라도 국립오페라단만의 톤으로 잘 정돈이 되기에 이번 국내 '초연' 또한 뜻깊은 시간이었다. 국립오페라단의 다음 초연작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또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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