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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컴퍼니 '스펙타큘러 팔팔땐쓰', 도시를 춤추게 해봐!!

무용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3. 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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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은미컴퍼니 ‘스펙타큘러 팔팔땐쓰’ 중. 안은미가 훌라후프를
걸고 선 모습이 마치 미륵불 같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안은미컴퍼니가 <스펙타큘러 팔팔땐쓰>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공연중이다.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2010), <사심없는 땐쓰>(2011),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2012) 로 ‘춤의 고고학’을 펼쳐온 안은미가 이번에는 몸이 아니라 ‘도시가 춤춘다’는 개념으로 도시와 인간, 춤을 재조명한다. 네 편 모두 서울문화재단 상주예술단체 육성지원사업으로 두산아트센터와 안은미컴퍼니가 공동 기획, 제작했다.

이번 공연은 전체적으로 ‘도시가 춤춘다’는 개념에 충실했다. 도시 속에 사는 인간을 표현하기 위해 지하철역을 표현한다. 본 공연 시작 전 10분 여 동안, 무대 왼편에 작은 포크레인의 삽 부분에 중학생 또래의 남학생이 앉아 수도권 지하철노선의 역 이름을 호선별로 열심히 열창한다. 그 소리를 반주삼아 무대 가운데는 흰색 체육복의 초등학생이 체력도 좋게 지치지도 않고 줄넘기를 하고 있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푸른 조명 속에 무대 벽에는 작은 원형이 열과 행을 지어 가득 차 있다. 공연제목의 '스펙터큘러'(Spectacular)가 ‘스펙터클’(Spectacle, 경관)과 ‘써큘러’(Circular, 원형의, 순환의)의 합성어라면 원형은 그 제목에 대한 표현인 듯했다. 무대가득 원형이 빼곡이 가득차 여기저기 빛나면서 움직이고 있다. 조명과 그 기하학적인 원의 움직임만으로도 신이 나고 미래적인 도시의 느낌이 난다. 

도시를 관통하며 순환하는 지하철은 도시민들의 삶을 하루 종일 실어 나른다. 앞부분에 중학생(곽현민)이 낭송했던 지하철역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초등학생(강민서)은 왜 그렇게 지칠 듯, 지치지도 않으며 줄넘기를 계속하고 있었을까. 우리 삶의 하루는 지하철을 타고 어디든 가서 지칠 듯, 지치지 않고 쳇바퀴처럼 일하고 또 일한다. 

하지만 그 도시의 밤은 빛난다. 지치지 않는 밤은 화려한 네온사인과 조명 속에 내일을 또 전투 속에 보낼 힘을 충전한다. 공연초반부에 안은미가 번쩍거리는 드레스를 입고 목에는 훌라후프를 걸고 느릿느릿 걸어나온다. 선 모습이 마치 미륵불 같기도 하다. 머리로 훌라후프를 돌릴 때는 단두대에 매달린 목의 느낌도 난다. 훌라후프를 몇 번은 잘 돌리고 또 가끔 잘 못 돌린다. 우리 삶도 그렇다. 항상 잘하거나 항상 못하지는 않는다.

우리 삶은 원형의 쳇바퀴와 번쩍거리는 나의 꿈이 공존하는 것, 안은미의 의상과 짧은 퍼포먼스에는 의미가 있다. 관객 두 명에게 훌라후프를 목으로 한번 돌려보라고 권하는 짧은 제스처도 참 간결하지만 재미있다. 동작 하나, 손짓 하나, 간결하지만 인간의 의식구조나 감정선을 잘 아는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이고 동작이다.

그래서 안은미 춤의 행보나 공연 구성은 특이하고 특별하다. 답답하지 않고 뻥 뚫려있고 열려 있지만 고급스럽다. 담아내려고 하는 바, 그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명확한 것을 명확한 상징으로 재치 있게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그녀만의 스타일이다.

▲ 컬러풀한 훌라후프, 원형 무늬, 원형 조명의 빠른 움직임으로 도시가 스펙타큘러(Spectacular =Spectacle(경관)+Circular(원형의, 순환적인))하게 춤추는 느낌을 표현한다.


무용수들이 훌라후프로 줄넘기를 하고, 돌리고, 여기저기 뛰고 구르면서 갖은 동작으로 날렵하고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펼친다. 무대 벽의 원형모양은 프로젝션으로 더욱 다양한 문양으로 춤춘다. 처음엔 무용수들의 흰색의상에 흰색 조명과 원형모양 벽 무늬였는데 점차 컬러 의상에 조명과 벽 무늬로 바뀐다. 

공처럼 통통 튀며 여러 층이 겹치며 무한히 반복되는 음악(음악감독 장영규)은 공연의 느낌을 잘 표현한다. 한참을 경쾌하고 컬러풀하게 계속되던 음악과 무용수들의 움직임 사이에서 서울, 경기 지역의 유명한 장소들에서 일반인들을 촬영한 영상이 보여진다. 카메라가 오각형, 육각형으로 빙글빙글 돌며 사각형, 오각형, 육각형의 도시 속에 사람이 있다. 그야말로 스펙타큘러(spectacular)를 제일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어느새 흰색 한복과 한국적인 것으로 정화된다. 올 해가 말띠 해인지라 작년 말에 TV광고에서 ‘~말이오, ~말이오’ 하는 어린 국악소녀가 유명했지만, 그 패러디인지 흰색 한복을 입은 여자아이(전지혜)가 노래를 한다. 곧 흰 봉지를 양손에 들고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의 출연진이었던 할머니 한분이 등장, 또 한분이 등장, 점점 할아버지들이 등장하시더니 <사심없는 땐쓰>의 청소년들,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의 아저씨들까지 이전 공연진들이 무대가득 등장한다. 모두들 양손에 흰 봉지를 들고 있다.

근심과 걱정을 털어내듯이 모두들 봉지소리를 철퍽철퍽 내며 봉지안의 것을 털어낸다. 그 안에는 흰색 작은 스티로폼가루가 가득하다. 모두들 정지하더니 야릇하게 옷을 하나씩 벗는다. 맨몸이라도 보여주려나 기대되는 가운데 드러나는 것은 앞부분에서 무용수들도 입고 있었던 흰색 원피스다. 자신이 벗은 옷을 가지고 있던 흰 봉지에 담아 천장에서 내려온 옷걸이 구조물에 각자 걸어놓는다. 그 옷봉지들을 걸은 대형 구조물이 천장에 매달린 모습이 마치 자신들의 염원을 모아 서낭당에 매달아놓은 헝겊 조각 같은 느낌을 준다.

출연진들은 흰색가루를 마구 뿌리며 눈싸움을 하고 또 무대 양쪽 벽에선 손 크기 두 배만한 흰색 원판이 회전하며 무대로 관객석으로 뿌려진다. 전통 민요와 힙합이 서로 잘 어우러진 신나는 음악배경에 민요가수(이희문)와 힙합가수(이상화) 역시 흰색 옷을 입고 신명나게 노래 부르며 무대 위 출연진 모두 신나게 춤춘다. 

▲ 할머니 할아버지, 청소년, 아저씨, 아줌마까지 이전 안은미 작품의 출연진들이
모두 나와 도시의 흥겨운 춤잔치를 벌인다.


남녀노소 한 대 어우러져, 안은미컴퍼니 무용수들과 일반인 출연진들 모두 하나 되어 춤에 국경 없이 한판 벌이는 굿잔치 같다. 26일 공연에서는 관객석까지 무대 위에 올라 공연장이 하나 되었으나 27일 공연에서는 관객석을 무대에 올리지는 않아 약간 아쉬웠다. 4일 공연에서 쉬어가는 템포 정도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안은미가 지난 2010년부터 벌여온 ‘춤의 고고학’ 세 편의 완결판인 이번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실제로 잘 말해졌는가. 그녀는 프로그램지에 “도시가 춤춘다”는 인간의 춤을 조건화하고 있는 이 도시의 춤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고 썼다.

도시의 숨과 춤에 대해 작품에서는 도시의 경관(spectacle)을 카메라가 사각, 오각, 육각형으로 빙글빙글 도는, 순환하는(circular) 형태로 표현하고, 현란한 색과 움직임의 원형조명, 쳇바퀴 같은 인생의 굴레를 표현하는 원형의 훌라후프로 표현된다. 그 춤추는 도시 안에서 옷이라는 자신의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흰색 순백의 모습으로, 순수한 하얀 스티로폼 눈더미 속에서 도시민들은 각자의 춤으로 도시를 만들어간다. 도시가 인간을 춤추게 만든 것인지, 인간이 도시를 춤추게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

여하간에 ‘도시’와 ‘춤’을 표현하는 면에서는 적당했다. 나무랄 데 없이 예상되는 안은미 식의 방법으로 경쾌하고 거침없이 풀어내서 좋았다. 하지만 왠지 아쉬운 것은 일반인 참가자들이 무대 위에서 벌이는 흥겨운 춤의 잔치가 그 춤을 추는 내용면에서도 그저 한데 모아놓은 ‘막춤’ 정도여서 과연 저들이 무대 위에 있는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부분의 시간적 비중이 10분도 채 안되어서 공연이 70분 정도로 짧은 것도 아쉬운데, 좀 무엇인가 그럴듯하고 대단한 것이 나올 것 같은 일반인 참여 부분이 그저 말 그대로 앞 세 작품의 ‘총망라’라는 것이 당시의 출연진을 조금씩 모으기만 하면 ‘총망라’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게 했다.

그 출연진들이 모여서 무엇이라도 구체적으로 단합된 춤을 추든지, 구체적인 이들의 이야기 풀기(storytelling)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또한 ‘시간’이라는 것도 무척 중요한데, 이들이 함께 무대에 서는 시간이 좀 더 길게 20분여정도 되었다면 이런 상대적으로 왜소한 느낌은 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어쨌든 4년여에 걸친 안은미의 ‘춤의 고고학’, ‘도시의 인류학’은 이번 공연으로 끝이 난다. 수고했을 많은 이들과 안은미에게 박수를 보낸다. 영원히 ‘신진’이라는 그녀와 안은미컴퍼니의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해 본다.

 


mazlae@daum.net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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