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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라벨라오페라단 ‘안나 볼레나’, 벨칸토 호연 돋보여

오페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12. 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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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벨라오페라단은 국내초연작 '안나 볼레나'에서 국내출연진만으로도 훌륭한무대로 대작을
관객들에게 멋지게 선보일 수 있음을 입증했다. 안나 역의 박지현(왼쪽), 퍼시 역의 신상근. ⓒ 문성식 기자


[리뷰] 라벨라오페라단(단장 이강호)의 ‘안나 볼레나’ 공연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1월 27일부터 29일까지 국내 초연되었다.

오페라 ‘안나 볼레나’는 작곡가 도니제티를 벨리니, 로시니와 함께 벨칸토 오페라의 3대 작곡가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영국 왕 헨리8세와 그의 두 번째 부인인 앤 불린 왕비의 1000일간의 비극적인 사랑과 궁정생활을 그렸으며, 영화 ‘천일의 앤’, ‘천일의 스캔들’로도 만들어졌다.

유독 아리아가 많고, 등장인물수가 많은 오페라로 좋은 작품임에도 흔하게 공연되는 레파토리는 아니다. 때문에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가 컸었고, 결과는 만족이었다. 공연 전후 공연장 로비의 관객 수와 분위기가 기대와 만족감, 성취감 등으로 가득했으며 단장의 크나큰 베포와 결단과 추진력이 또 한 번 주목되는 공연이었다.

1막 1장 윈저성은 넓고 높은 고풍스런 궁정벽과 기둥에 금색 왕비의 의자가 덩그라니 화려하고도 고독함을 상징한다. 2장 윈저성 공원에서는 무대를 가득채운 높은 나무들을 실감나게 그렸다. 2막 1장 감옥과 연결된 대기실장면은 높은 3단층과 계단으로 감옥의 살벌함과 어두움을 드러냈으며, 2막 2장은 붉은 조명으로 죽음의 기운과 그 속에서의 신비로움을 나타냈다.

배역진도 모두 훌륭하게 벨칸토 아리아들을 막힘없이 불렀다. 28일 공연에서 안나 역의 소프라노 박지현은 뛰어난 외모와 카리스마, 높은 고음과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첫 번째 왕비 캐서린의 자리를 빼앗았지만 결국 자신도 자신의 하녀 죠반나에게 그 자리를 뺏길 운명에 대한 회한에 찬 감정을 훌륭히 연기와 노래로 표현했다.

죠반나 역시 1막 시작 안나보다도 먼저 등장하는 만큼, 안나와 엔리코의 갈등관계를 조성하는 중요 인물인데, 메조소프라노 김정미는 안나와의 듀엣, 왕 엔리코와의 듀엣 등에서 높고 안정된 기량을 선보였다. 안나가 독백이 많은데 비해, 조반나는 듀엣이 많았다. 엔리코 역의 베이스 박준혁은 훌륭한 외모와 충실한 가창력으로 엔리코를 위엄에 넘치는 왕으로 표현했다.


왕 엔리코(박준혁,오른쪽)의 두번째 부인인 안나(박지현)는 왕의 모함으로
결국 하녀인 죠반나(김정미, 왼쪽)에게 왕비의 자리를 빼앗기게 된다. ▲ ⓒ 문성식 기자


오페라 ‘안나 볼레나’의 특징은 다수의 인물수와 동시등장이다. 따라서 5중창, 심지어 7중창까지 있다. 1막 3장에서 안나와 엔리코, 스메톤과 퍼시, 로슈포르 등이 안나를 계략에 빠트리는 장면의 7중창을 부르는데, 7명의 노래가 음역대별로 동등하게 다 들릴 수 있는지 신기하다. 스메톤 역의 메조 소프라노 김순미, 허비 역의 테너 김성천, 로쉬포르 역의 베이스 이용찬도 극에 중요한 인물인 바 제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이번 공연에서 왕과 왕비들 외에 눈에 띄는 배역은 퍼시였다. 퍼시 역의 테너 신상근은 힘찬 고음과 추진력을 가졌는데 안나와 연인이었고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는 배역에 잘 어울렸으며 돋보였다.

의상 또한 극을 잘 살리는데 한몫했다. 합창단의 경우, 모든 단원의 의상이 색채와 질감이 통일되어 있으면서도 조금씩 디테일이 달라서 더욱 풍성한 감을 주었다. 양진모 지휘의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충실한 소리와 타이밍으로 성악가들의 연기와 노래를 안정되게 받쳐주었다. 메트 오페라 합창단(단장 이우진) 역시 2막에서 정적인 움직임이지만 성악가 각자의 표정이나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기로 극의 볼륨을 살려주었다.

종합적으로 라벨라오페라단의 ‘안나 볼레나’는 충실한 무대 셋트나 7인 주조연 성악가수들, 오케스트라, 그리고 이회수 연출의 연출방향 등 국내에서 처음만나는 앤불린 이야기를 계속되는 아리아에도 질리지 않고 막힘없이 들을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우리나라 왠만한 젊은 성악가들은 이제 노래와 연기를 다 잘하는구나’라고 생각될 정도로 출중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어 라벨라오페라단 뿐만 아니라 국내 성악가들에 대한 인식을 격상시켜주는 좋은 무대, 좋은 시도였다.


mazlae@daum.net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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