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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필립글래스 필름오페라 '미녀와 야수', 미니멀음악과 고전영화의 숙명적 결합이 빚어낸 판타지의 세계

오페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3. 2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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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립 글래스 필름오페라 '미녀와 야수' LG아트센터 3/22공연. 고전영화와
현대 미니멀리즘 음악의 결함이 관객을 판타지의 세계로 이끈다. ⓒ LG아트센터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20세기 미니멀리즘의 거장 작곡가 필립 글래스의 오페라 <미녀와 야수>LG아트센터에서 322일과 23일 공연되었다.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는 장 콕토(1889-1963) 영화에 바탕을 둔 필립 글래스(1937-)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장 콕토를 존경했던 필립 글래스는 콕토의 영화들을 토대로 라이브 공연 형태인 오페라 <오르페>,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1994), 무용극 <앙팡 테리블>로 새롭게 해석했다.

콕토의 영화
<미녀와 야수>의 사운드를 모두 제거하고, 극의 흐름에 맞게 필립 글래스 스타일의 반복구조를 가진 음악이 쉼 없이 계속되며, 등장인물의 대사 대신 성악가들이 오페라 선율을 노래한다. 옛 무성영화에 악사들이 현장에서 연주하고 변사가 설명하며 대사했던 것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무대에는 마이클 리스만의 지휘로 신디사이저
3대와 플루트, 색소폰 등 7명 연주자로 구성된 필립 글래스 앙상블(1967년 창단)이 영화의 분위기에 맞추어 음악을 연주한다. 앙상블 양 옆으로 남성성악가 2, 여성성악가 2명이 서서 영화대사의 타이밍에 맞추어 노래한다.

스크린에
<미녀와 야수>의 타이틀롤이 보여지자 단조의 반복되는 음형과 색소폰, 플루트의 선율이 들려온다. 음악의 음산하고 신비로우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이 1946년작 장 콕토의 <미녀와 야수> 흑백영화의 분위기를 21세기를 넘어선 더욱 미래적인 느낌으로 탈바꿈시킨다.

현악기 없이 관악기와 파이프오르간 느낌의 신디사이저로 연주되는 음악은
, 현악기처럼 현에 밀착되는 현실적인 질감과 다르게, 관악기의 특성상 공기와 바람에 의한 공허한 느낌이 음악의 신비롭고 떠다니는 느낌을 부각시킨다. 장 콕토의 프랑스어 대본을 살린 성악가들의 가사도, 영어나 일반적인 오페라의 이태리어, 독어가 아니기에 더욱 이국적인 느낌이다.

▲ 영화의 모든소리를 제거하고, 앙상블의 라이브 음악에 맞춰
성악가들이 직접 부르는 노래가 원작 영화를 재탄생시킨다. ⓒ LG아트센터


처음에는 배우의 입모양과 다르게 성악가의 노래로 전달되는 대사가 다소 어색하다
. 하지만, 공연 홍보영상에서 필립 글래스가 얘기한 바, 영화시작 후 8분정도가 지나자 소리 없는 영화와 실연음악, 성악가들의 노래가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음악과 영상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하나의 새로운 작품이 된다.

음악은 전체적으로는 반복적으로 들리지만
, 미묘하게는 음 이동과 악기 간 변화, 리듬 변주를 거치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것이 극의 사건설명, 정경 묘사, 배우들의 감정선 등 작품의 모든 것을 표현한다. 장면의 변환에는 음악이 잠시 멈췄다가 다른 조로 이동하며 새로운 음악이 시작한다.

또한 오페라이기 때문에 성악가들의 노래하는 방식 또한 이목을 끌었다
. 성악가는 자신의 노래가 있는 부분에만 무대에 등장해 배우의 입모양에 꼭 맞춰 몰입하여 노래를 부르고, 맡은 배우의 대사가 끝나면 퇴장한다. 야수의 무서운 모습에 리릭 테너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결합되어 불쌍한 야수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미녀
벨르(belle)'가 대사 없이 화면 가득 클로즈업 되었을 때, 벨르역 메조 소프라노는 관객의 시선이 자신에게 오지 않고 여배우에게 머무르게끔, 자신도 스크린을 함께 보며 작품의 호흡선을 끊어트리지 않게 하는 배려가 무척 인상 깊었다. 메조 소프라노의 미모는 영화 속 벨르의 미모만큼이나 훌륭한데, 선이 굵은 메조의 목소리가 스크린 속 19세기 배우의 고전미와 하나로 결합되며 작품의 주요 진행을 이끌어갔다.

▲ 커튼콜 중인 필립 글래스(가운데), 지휘자 마이클 리스만(오른쪽). ⓒ LG아트센터


관객의 웃음을 이끌어내는 대목도 있었다
. 1940년대의 분장기술상 북실북실 털이 달린 야수의 모습은 약간은 엉성해 보인다. 야수의 성에서 아버지를 찾아온 미녀 벨르의 눈물이 다이아몬드로 변하는 장면, 야수가 너무나도 손쉽게 왕자로 변하는 마지막 순간 등 영화 군데군데 장 콕토 특유의 천진난만함이 녹아있어서 필립 글래스의 현대음악과의 만남을 더욱 유쾌하게 만들어준다.

옛 전래동화
<미녀와 야수>를 영화로 만들었고, 소설가, 희곡작가, 화가, 영화감독으로 성공한 20세기의 거장 장 콕토’. 그를 숭배하여 그의 작품을 자신만의 미래적인 오페라 <미녀와 야수>로 재탄생시킨 필립 글래스’. 이 두 거장의 공통점은, 쉽고 우스꽝스럽고 때론 진부해 보이는 자신만의 스타일 때문에 일부 평단의 인정을 못 받지만, 분명 대중에게는 새로움과 그 순수함으로 사랑받는다는 것이다.

필립 글래스의 오페라
<미녀와 야수>2016통영국제음악제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325일 금요일 저녁 10, 26일 토요일 오후5시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공연된다.

 

 mazlae@daum.net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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