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지오페라단(단장 박수지)의 베르디 도페라 <가면무도회> 테너 프란체스코 멜리와 소프라노 임세경 등 세계적 오페라가수들의 호연이 돋보였다 (사진=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오페라 보는 재미는 과연 무엇일까. 일반 클래식 마니아와 다르게 오페라 팬이 되는 이유는, 예술장르 중 단연 종합예술로서 음악, 무대, 의상, 춤 등 총체적 요소의 결합이 빚어내는 조화와 그 요소들의 결합이 빚어내는 같은 작품의 다른 면모에 대한 매번의 기대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4월 15일부터 17일까지 공연된 이번 수지오페라단(단장 박수지)의 <가면무도회>는 베르디의 정통 오페라의 기품과 여러 요소 중 '음악'으로 더욱 빛났던 무대였다.

이태리 명장 프란체스코 벨로또 연출, 오윤균의 무대는 지난 2011년 국립오페라단 <가면무도회>(장수동 연출)의 현대식 무대와는 또 다른 정통 이탈리아식 무대와 연출기법이 적용되어, 상대적으로 음악흐름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

까를로 골드스타인이 지휘하는 코리안 쿱 오케스트라는 서곡부터 성실성과 안정감이 느껴졌으며, 그의 성심을 다하는 지휘는 위너 오페라 합창단(단장 박순석, 지휘자 김대헌)의 잘 정돈된 충실한 합창, 그리고 이번 공연의 초호화 캐스팅의 오페라 가수들의 기량을 국내무대에서도 충분히 이끌어내었다.

베르디 <가면무도회>는 다른 오페라 중에서도 단연 훌륭한 아리아가 많다. 그 아리아의 중심에 이번 수지오페라단의 무대에는 테너 프란체스코 멜리와 소프라노 임세경의 세계적인 탄탄한 기량이 공연의 인기에 단단히 한몫했다.

▲ 2막 울리카의 점집에서 메조소프라노 산야 아나스타샤(왼쪽)와 소프라노 임세경 (사진=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1막 가면무도회 초청장 명단에서 아멜리아의 이름을 확인하고 부르는 1막 첫 아리아 '다시 그녀를 만나'(La rivedra nell'estasi)에서부터 프란체스코 멜리는 감성풍부하고 막힘없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공연 전체에서 그의 역할이 훌륭할 것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레나토와 오스카의 아리아도 훌륭했다.

1막 2장 음산한 분위기 속에 점쟁이 울리카 역의 메조소프라노 산야 아나스타샤는 '어둠의 왕이시어 서두르소서'(Re dell abisso, affrettati)'에서 묵직하고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한 카리스마로 멋지게 노래 불러 박수를 받았다.

4월 17일 공연의 아멜리아 역은 원래 15일 첫공연에 섰던 소프라노 비르지니아 똘라가 예정이었는데, 건강상의 이유로 16일 공연에 이어 17일까지 한국이 낳은 차세대 소프라노 임세경을 만나볼 수 있었다.

어두운 2막 무대, 얼굴을 가린 검은 베일과 망토의 임세경 아멜리아와 멜리 리카르도는 '내가 여기 있소'(Teco Io Sto)를 부르며 숨은 사랑에 갈등하다가, 사랑을 확인하고 베르디 오페라 중 가장 유명한 듀엣 '오 달콤한 전율이'(Oh, Qual Soave Brivido)에서 감미로운 사랑의 감정을 훌륭하게 전달했다.

3막은 유명 아리아가 축포처럼 이어진다. 3막 1장 레나토의 서재, 리카르도와의 사랑이 레나토에게 발각되자 아멜리아가 죽기 전에 아이를 한번만 안아보게 해달라며 부르는 '내가 죽기 전에 먼저'(Morrò, ma prima in grazia)를 임세경은 부드럽고 감성 풍부한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긴 호흡선으로 관객들의 브라보를 받았다.

이 감동의 여운에 이어 바리톤 데비드 체코니 또한 아내와 왕의 불륜에 흥분하며 부르는 'Eri tu che macchiavi'(그대는 나의 명예를 더렵혔도다)를 중후함 가운데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서 있는 목소리로 불러 공감을 주었다.

▲ 14일 드레스 리허설 중 레나토 역 바리톤 김동원 (사진=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3막 2장 리카르도가 그의 서재에서 부르는 'Ma se m'e forza perderti'(하지만 그대를 영원히 잃는다 해도)에서 프란체스코 멜리는 고뇌와 사랑이 절절히 담긴 목소리와 표정연기로 오페라 보는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3막 3장 드디어 암살계획의 가면무도회가 시작된다. 리카르도를 죽이기 위해 레나토는 그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오스카에게 묻는다. 전막을 통틀어 어느 장면에서건 등장하며 사건의 전령사 역할을 하는 오스카 역의 파올라 산투치는 소프라노들의 그 유명한 아리아 'Saper vorreste'(오스카는 안다고 해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를 경쾌한 고음과 익살스런 동작으로 부르며 큰 만족감을 주었다.

격렬한 음악 속에 레나토는 리카르도를 향해 총을 쏜다. 죽어가면서도 친구 레나토에 대한 우정과 아멜리아에 대한 애정을 담아 리카르도는 '그녀는 결백해, 죽음의 이름으로 맹세하지'(Ella è pura: in braccio a morte)라며 죽음으로 아멜리아의 순결을 증명하고, 또한 친구를 사면한다. 프란체스코 멜리의 구슬프면서도 뚜렷하고 우정 어린 목소리가 마지막까지 오페라의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 3막 이중창에서 아멜리아역 소프라노 임세경 리카르도 역 테너 마시밀리아노 피사피아 (사진=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공연 후 로비에서의 팬 사인회는 수지오페라단만의 트레이드마크로 유명 해외 오페라 가수를 눈앞에서 만나본 소중한 기회였다. 관객 한명한명 일일이 인사하며 정성스럽게 사인해준 그들이었지만, 두 시간여의 성심을 다한 공연 후에 쉬지도 못하고 딱딱한 의자에 앉아 기계처럼 수십명의 한국팬들에게 사인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다소간 안 되어 보이기도 했다.

사실 출연진들이 듣고 싶은 말은 관객들의 감동의 한마디가 아니었을까. 만약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통역 한 명을 두고, 팬들에게는 사인을 받을 때 벅찬 감동을 꼭 표현하도록 하는 안내 문구를 표시해 두고, 통역이 그 메시지를 출연진에게 전달하도록 해서, 한국 오페라 팬과의 좀더 면밀한 소통과 그 기쁨을 안고 돌아가게 한다면, 서로에게 더욱 값진 만남이 되지 않을까 한다. 최고의 공연을 선사하는 수지오페라단의 2016년 차기공연을 여러면모에서 기대하게 된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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