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루살카' 2막. 인간의 세속적 세상을 붉은 사각무대로 그렸다.
(4/27 드레스리허설 소프라노 서선영(루살카 역), 베이스 손혜수(보드닉 역) ⓒ 국립오페라단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루살카'가 4월 28일부터 5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국내 초연되었다.

드보르작의 체코판 인어공주이야기인 오페라 '루살카'는 국내 초연, 국립오페라단 김학민 단장의 두 번째 국립오페라단 연출작, 그리고 국내 제작진 출연진만으로 꾸리는 무대라는 면에서 기대와 우려 속에 진행되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공연은 전반적으로 훌륭했다. 김학민 단장이 저서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로 오페라를 일반 대중에게도 쉽게 풀어주는데 유능한 바, 이번 공연은 자연과 인간의 세계를 극명히 대비시킨 신비로운 무대디자인(박동우 무대디자인)이 오페라전체를 이끌었고, 주역 성악가들의 노래와 오케스트라 음악은 안정적이고 극의 내용을 전달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1,2막의 강렬한 대비로 주제를 함축하는 무대디자인은 합창보다 독창 이중창 위주인 극을 허전하지 않고 일관성 있게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1막은 푸른 조명(구윤영 조명), 큰 원형 경사 무대 가운데 커다란 연못과 물결의 흐름을 영상(박준 영상디자인)과 조명으로 잘 살렸다. 연못 속에서 큰 버드나무가 자라나 있고, 숲의 요정들이 등장해 아름다운 삼중창을 부른다. 겹친 장막에 물결이 비춰지고, 호숫가 요정들이 날아오르는 장면은 신비롭다.


▲ 예지바바(메조 소프라노 양송미)는 루살카(소프라노 이윤아)에게 다리를 주는
대신 목소리를 빼앗는다(사진 4/29공연). ⓒ 국립오페라단


이윽고, 연못에서 루살카가 등장해 아빠 보드닉에게 왕자와 만나려면 자신이 인간이 되어야한다고 말하며 "달에 부치는 노래"를 부른다. 소프라노 이윤아(5/1 공연)는 소망을 가득담은 부드러운 열창으로 박수를 받았다. 결국 마법사 예지바바가 루살카에게 다리를 주는 대신 그녀의 목소리를 빼앗는다. 메조소프라노 양송미는 굵직한 카리스마로 예지바바를 표현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숲속에서 왕자는 루살카를 발견하고 사랑에 빠진다. 목소리를 잃은 루살카와 함께 듀엣을 부를 순 없지만, 왕자 역의 테너 김동원은 루살카를 만난 기쁨을 호소력 있는 열창으로 루살카의 노래만큼 두 배나 부르며 박수갈채를 받고, 밝은 하이라이트 조명 속 왕자와 루살카의 뒷모습으로 1막을 마친다.

2막은 1막 루살카가 속한 자연과는 대조되는, 붉은 조명에 3층 날카로운 사각의 붉은 인간의 세계다. 목소리까지 잃은 루살카의 눈으로 본 인간세계이기에 더욱 과장되게 그렸다. 3층 창문 구조물과 가운데 무대에 합창단과 무용단이 붉고 검은 의상과 살색 노출의상으로 난교장면을 연출한다. 그 속에서 사냥터지기와 부엌대기는 왕자가 어떤 목소리 잃은 여인에게 홀렸다고 노래한다. 부엌대기 역의 김정연과 사냥터지기의 테너 민경환도 경쾌하고 시원한 목소리로 2막 시작을 잘 열어주었다.


▲오페라 <루살카> 1막. 큰 원형 경사 무대 가운데 커다란 연못과 물결의 흐름을
영상과 조명으로 잘 살려냈다. (사진 4/29공연) ⓒ 국립오페라단


난교장면은 수위가 높지는 않아도 '국립'오페라단이기 때문에 다소 과하게 여겨졌다. 왕자는 외국공주에게 점차 끌리고, 목소리를 잃어 노래를 못하는 루살카는 슬퍼하는 눈과 표정으로 연기하며 이 모습에 보드닉은 안타까워한다. 2막은 따라서 왕자와 외국공주의 이중창이 주로 펼쳐지는데, 외국공주 역의 이은희는 2막 마지막에 왕자를 눕혀 짓밟으며 욕망과 좌절이 겹친 열창을 잘 펼쳤다.

▲ 오페라 루살카는 2막에서 루살카가 목소리를 잃으므로 왕자의 독창이 유독 눈에 띈다.
(사진 4/29 공연 테너 김동원) ⓒ 국립오페라단


3막 무대는 메마른 둥근 호수 한가운데 고목나무가 메말라 있고, 어둠 짙은 푸르름의 밤이다. 호수로 돌아온 루살카에게 예지바바는 왕자를 칼로 죽여야한다고 말한다. 다시 목소리를 찾은 루살카의 슬픔어린 노래와 외국공주에게 버림받고 루살카를 찾아온 왕자의 절절한 이중창이 시작된다.

왕자 역 김동원
은 탄력적인 고음과 호소력으로, 루살카 역 이윤아는 슬픔과 왕자를 지키고픈 마음을 공감되게 잘 불렀다. 왕자를 죽일 수 없는 마음에 뒷걸음질치던 루살카는 결국 왕자의 바램대로 키스하고 왕자는 루살카의 품에서 죽는다. 자연의 신령한 힘을 대변하는 예지바바가 다시 등장해 루살카와 함께 흰 구름 영상 속 무대 뒤로 퇴장한다.

▲ 왕자(테너 권재희)는 루살카의 사랑을 저버리고 외국공주
(소프라노 정주희)에게 빠져든다.>(사진 4/27 드레스리허설)
ⓒ 국립오페라단



전체적으로 무대와 음악면에서 훌륭한 초연이었던데 반해, 아무리 동화지만 그래도 일종의 미묘한 심리극인데, 모든 장면에서 성악가들이 관객 쪽 정면을 향해 호소적인 열창을 하고 손짓하는 것보다는 뒤돌아선 자태, 곁눈질 등 시선의 방향, 동선 면에서 더욱 디테일하게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연출과 연기코치가 필요해 보였다.

국립오페라단은 2015-16 시즌 레파토리 마지막으로 LG아트센터에서 5월 18일부터 21일까지 비발디의 <오를란도 핀토 파쵸>, 6월 3일부터 4일까지 <국립 오페라 갈라>를 공연한다. 비발디, 갈라와 함께 기대되는 시즌의 마지막, 그리고 다음시즌은 어떤 식탁이 차려질지 궁금하면서 국립오페라단의 더욱 도약하는 모습에 희망을 걸어본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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