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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세월호레퀴엠 '쪽빛의 노래-말하라', 뜨거운 가슴으로 느끼는 깊은 저바다의 순수, "말하라! 책임져라!"

오페라

by 이화미디어 2019. 5. 2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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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작시, 신동일 작곡의 '쪽빛의 노래-말하라' 는
세월호 참사를 음악극으로 풀어내 심금을 울렸다. ⓒ 신디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내가 공연을 본 소감으로만 이렇게 그 '사건'을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죄스럽고 한심한 생각마저 들 정도로 감동적인 소리였다. KBS홀에서 24일부터 25일 오후 3시, 저녁7시 30분 공연되는 백기완 작시, 신동일 작곡의 세월호 레퀴엠 <쪽빛의 노래 - 말하라>는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사건, 바로 세월호 사건을 음악극으로 하여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었다.

신동일 작곡가가 사실은 1년이 더 필요했으리라고 프로그램지에 적은것처럼 어마어마한 곡의 깊이가 느껴졌다. 세월호라는 파렴치한 사건의 충격처럼, 백기완 선생의 시가 말하는 국가의 몰지각한 행태나, 그럼에도 어린이로서의 순수함과 희망이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노래로, 음악으로 이토록 충만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작곡가가 작업과정에서 느꼈을 가사와 극의 무게감은 1곡 '말하라'에서부터 충실한 밀도와 음악분위기로 전달된다. 성악과 국악 양악이 어울린 오케스트라, 백기완선생의 모습이 떠오르는 눈부시게 하얀 한복을 입은 늙은이(박기륭 분)와 여학생(배선희), 꼬마아이 뻘떡이(강애심), 어머니(서지유) 역할의 배우 넷, 그리고 위너오페라합창단과 정가단 아리가 극을 이끌어간다. 서주에서 깊은 바다의 공포가 느껴진다.

늙은이(박기륭 분)의 탄식과 꾸짖음이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 신디


장면1의 '말하라'에서 늙은이의 "입을 열어 말을 하란 말이다...어둠 속으로 쳐넣었는지 말이야"라는 대사와 테너 임정현과 합창의 "일어서라, 침묵하는 밤바다여"노래, 그리고 다시 "이건 참사가 아니야! 학살이다! 만행이다!"의 대사가 교차하며 절규하고 폐부를 찌른다. 2장 '노오란 종이배'는 늙은이앞에 노오란 종이배 하나가 떠내려오고 이름이 '뻘떡이'라는 아이는 돌아오지 않는 부모를 찾아 서해용왕을 찾으러가는 길이다. 메조소프라노 이현승의 안정되고도 호소력있는 음색이 '노오란 종이배야 제발 뒤집히지 말아다오'하는 가사의 애절함과 잘 어울린다.

3장 '바닷속 재판' 장면에서 얀생이 1,2,3(김래주, 김성수, 김종우)는 "...지혜라는 건 약한 놈을 모조리 먹어치우는 것/생명 따윈 까실까실 눈에 가시일지니...", "그 어린 것들은 그들의 운명대로 살다간 것입니다/우리가 바다에 쳐넣어 죽였다니요"라는 가사를 바닷속 못된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의 힘찬 노래의 화음으로 익살스럽게 노래했다. 이에 용왕역 바리톤 김재일은 우렁찬 목소리와 호통을 치는 표정으로 꾸짖는다. 오케스트라가 천둥과 번개음향을 내며 이 사건을 꾸짖는다.


4장 '졸음에 밀리면 안돼요'에서 '정가단 아리' 어린이들이 입장할 때부터 나에게 갑자기 뭔지모를 슬픔이 훅하고 밀려온다. 잔잔한 선율위에 "언니-오빠-바다 밑에선 졸음에 밀리면 안돼요"라고 맑은 목소리로 이어지는데, 그 바닷속 상황이 우리마음속 눈앞에 펼쳐지며 먹먹하고 가슴아프다. 관객들은 눈가를 훔치고, 서로 휴지를 나눠쓰기도 하며 주체할 수 없이 밀려오는 심정을 어찌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번 극은 합창과 성악의 가사를 일일이 다 못 따라가더라도 음악의 분위기와 또한 각 장 시작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만으로도 작중메시지와 의도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5장에서 어머니의 대사 "큰 슬픔에 빠져도 제 힘으로 빠져나와야지"가 가슴 아리다. 그래, 슬픔은 누구에게나 겪는 자의 몫이었다.

보고싶은이를 보러왔다는 여학생(배선희 분), 어린이들의의 순수가 오히려 희망으로 피어오른다. ⓒ 신디


6장 '그리움으로 새긴 그림'에서는 어머니와 아이, 늙은이가 장산곶 이야기를 들려주고, 메조소프라노가 몽금포타령의 가락을 허밍하는데 애잔하다. 7장 '너는 말했다'는 여학생이 보고싶은 사람을 보러왔다며 '헤어짐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고'라고 노래부르는 맑은 심성과 희망을 테너 임정현이 힘차고도 맑은 음색으로 잘 살려주어 공감이 갔다. 이소선합창단의 대표이기도 한 테너 임정현이 이번 공연을 시작해 1년여에 걸쳐 성사시킨 장본인이라는 점이 이 노래를 통해 또 한번 느낄수 있었다.

8장 '날아라 장산곶 매야'는 이날 공연 중 가장 합창의 묘미가 잘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구비구비 장산곶 능선이 느껴지는 장단과 꽹과리, 피리 대금의 선율에 힘찬 증화음의 어우러진 선율이 '영원한 생명의 노래/죽음을 넘어서는 노래'라는 가사를 충만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그 흥쾌한 가락에 관객모두 호응의 목소리를 보냈다.

전 출연진의 인사 후 마지막 '쪽빛의 노래'는 노인이 "배가 떠오른다-매가 날아오른다-"는 그 가사의 벅찬 감동에 관객의 뭉클한 가슴과 희망이 함께 피어올랐다.


공연후 몸소 기립박수를 치는 백기완 선생님. ⓒ 채원희



쪽빛의 노래 제작진 일동. 뒷줄 두번째부터 바리톤 김재일, 테너 임정현,
작곡가 신동일, 작시의 백기완 선생, 메조소프라노 이현승. ⓒ 박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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