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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15 Right Now Music-마라톤 콘서트', 옛서울역과 현대음악, 16시간 마라톤으로 만나다

클래식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4. 17.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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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Right Now Music'에서 첫 내한한 미국의 현대음악 연주단체 ''Alarm Will Sound'가
누워서 연주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사진=문성식기자)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2015 Right Now Music - 마라톤 콘서트>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 4월 11일과 12일 서울 문화역서울284 중앙홀에서 공연됐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14년 4월, LG아트센터와 통영음악제에서 한국에 첫 내한해 호응을 이끈 <뱅온어캔 올스타> 공연과 맥을 같이한다. 뉴욕에서는 뜻있는 작곡가, 연주가들이 합심해 현대음악, 전자음악 콘서트를 장시간 펼치는 ‘마라톤 콘서트’를 26년째 계속해오고 있다. 그 결성멤버이자 첫 세대 작곡가인 ‘뱅온어캔’과 연주단체인 ‘뱅온어캔 올스타’는 ETM코리아(대표 김인현) 주관으로 작년에 첫 내한했고, 올해는 뱅온어캔의 연주단체인 ‘Alarm will Sound'가 미국과 유럽의 뮤지들과 첫 내한해 국내 뮤지션과 함께 이틀간 16시간의 마라톤콘서트를 펼친 것이다.

작년 <뱅온어캔 올스타> 공연의 신선함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그때 알게 된 ‘마라톤콘서트’라는 개념에 대해 무척 궁금하고 기대가 컸을 것이다. 한 자리에서 긴 시간동안 다양한 작곡가와 작품, 연주자를 만나는 것은 마치 ‘음악박람회’와 같은 방식이다. 일반 뮤직 페스티벌과 다른 점은 정말로 ‘마라톤’을 한다는 것이다.

▲ Alarm Will Sound 'Radio Rewrite'.(사진=문성식기자)



한 시간씩의 단체별 공연 프로그램이 릴레이로 계속 이어지며 휴식시간은 다음공연 셋팅을 위한 5-10분 남짓으로 짧다. 첫날 두 공연을 연달아 보고나자 기자도 벌써 기진맥진했다. 하지만, 평소 주변에서는, 혹은 어느 공연장에 가도 들을 수 없는 레파토리라서 지쳐있을 틈도 없다.

그저, 그 고비를 잠시, 아주 잠시만 넘기면 된다. 공연을 보면서 물을 먹거나 초코바 한 개정도 먹어도 좋다. 벽에 기대서, 혹은 누워서 음악을 들어도 좋다. 그런데, 4월 11일 오후 4시부터 시작해 밤 10시까지 한 시간씩의 총 5개 연주섹션에 저녁시간이 따로 없으니 관객들은 언제 밥을 먹을지 참 고민하게 되었다.

덕분에 오후 6시에서 7시 사이의 <정마리의 옛 노래 ‘A Cappella'> 공연 시작 전 몇몇 관객들의 이동모습도 재미있었다. 그들은 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정마리가 우리 옛 정가를 중세미사와 결합시켜 악보 없이 한 시간동안 고운 목소리로 옛 서울역을 울리는 그 목소리의 단아함과 고귀함, 신비로움을 놓친 것이다!!

▲ 정마리의 옛 노래 ‘A Cappella' (사진=문성식기자)


오후 4시, 이 날 첫 순서인 Alarm Will Sound가 <Radio Rewrite>공연이었는데, 연주된 네곡 모두 알람 윌 사운드를 위해 작곡된 곡이다. 스티브 라이히의 <Radio Rewrite>(2012)는 락 그룹 라디오헤드의 두 작품을 바탕으로 신비로운 분위기의 빠르게 반복되는 음향과 느린 악장의 대조를 주어 음악에 빠져들게 했다. 알람 윌 사운드의 바이올린주자 캘럽 버한즈가 작곡하고 전자기타를 연주한 <oh ye of little faith>는 조용하게 명상적으로 시작해 점층적으로 물밀듯이 커지며 대북까지 모든 악기가 힘차게 노래하는 곡으로 종교적 느낌을 주었다.

존 아담스의 <Son of Chamber Symphony>(2007)는 애덤스의 음색실험과 만화영화, 쇤베르그의 탐구로 이루어진 복합적이면서도 개성 넘치는 작품이었다. 베토벤 9번교향곡 2악장 도입의 붓점리듬이 살아 변주되는 1악장, 느린 음향변화를 느낄 수 있는 2악장, 그의 작품 <Nixon in china>에서도 들을 수 있는 요동치는 비트 위에 섬광처럼 번뜩이는 고음이 강렬한 인상을 주는 3악장까지 귀를 사로잡았다. 마지막 순서 존 오르페의 <Dowland Remix>(2009)는 존 다울랜드의 Lacrimae를 도입의 고요한 선율에 이어 신나는 파티 스타일의 락 버전으로 펼치며 관객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 Mak Grgic & 정재일의 'Electric CounterPoint' (사진=문성식기자)


오후 5시 Mak Grgic & 정재일의 <Electric CounterPoint>공연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두 기타리스트와 전자음향의 조우가 일품이었다. 두 기타리스트는 라이히 <Electric Counterpoint>와 <Pacific Coastal Highway>에서 서로 대비되는 기타의 반복적인 리듬과 전자음향의 거대한 울림을 만들었다. 마크 그르기치는 <매써니를 꿈꾸며>와 <소나타 op.47>에서 각종 현대주법과 불협화음까지도 멋들어지게 연주하며 기타음향의 새로운 매력 속으로 관객을 안내했다.

저녁 7시 반에는 <알람 윌 사운드 & 댄스 헤긴보탐 & 고명진> 공연은 Varese의 <Poem Electronic>, Aphex Twin의 일곱 작품, 브랙스턴의 전자음악이 신나는 댄스와 어우러지고 연주자들이 누워서 연주하는(트윈 <핑거빕>) 등 새로운 연출방식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따라서, 이날 공연 중 가장 들을거리, 볼거리가 많았는데, 현대음악이나 전자음악도 늘 클래식 공연처럼 획일화되어 이루어지는 우리 공연계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이번 순서에서 가장 영감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 뉴욕 무용팀 ‘댄스 헤긴보탐’. (사진=문성식기자)


뉴욕 무용팀인 ‘댄스 헤긴보탐’은 유럽풍의 심오한 현대안무에 익숙한 한국관객들에게 각 전자음악에 맞춰 아크로바틱, 쌍둥이 같은 듀엣무, 반복적인 군무 등 또 하나의 춤의 세계를 소개했다. 또한 첫 곡이었던, ETM코리아 대표이자 작곡가 김인현의 <미인>은 고명진이 꽹과리로 신나게 도입하고, 팝 스타일로 편곡해 신명나는 느낌을 주었다.

저녁 8시반부터 마지막 순서는 한국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Julian Quintart의 <After DJ Party : Substance>였다. 역시 인기 배우의 힘은 다른지, 젊은 관객들이 줄리안의 멋들어진 디제잉 솜씨와 그의 얼굴을 보러 공연장에 몰려들었다. 반면, 이전까지의 공연순서를 관람했던 현대음악과 전자음악 매니아들은 공연장을 나서서 관객교체타임 겸 댄스파티로 문화역284의 옛문화의 공간은 세대교체와 신나는 클럽파티의 현장으로 변했다.

▲ Julian Quintart의 'After DJ Party : Substance' (사진=문성식기자)


4월 11일 무려 여덟 시간에 걸친 마라톤 콘서트에 현대음악, 전자음악부터 클럽음악까지 눈과 귀, 몸이 새로운 세계의 새로운 소리, 새로운 문화로 흠뻑 젖어드는 시간이었다. 마라톤에서 힘든 임계점을 지나면 서서히 몸이 회복되며 반대로 탄력이 붙듯이 그러한 콘서트였다. 공연 좀 본다는 사람들은 이날 관객으로 모두 와 맨바닥에 앉아 적어도 두 세시간 이상 공연관람에 도전했으며, “너무 재밌었어!!”라고 외치며 공연장을 나서는 모습이었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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